중국이 국내 수감시설에 억류 중이던 탈북민들을 9일 늦게 강제북송했다고 복수의 탈북 지원단체들이 VOA에 밝혔습니다. 이들은 어린이와 임산부들도 송환됐다며 중국의 야만적 조치는 민간인 학살로 국제적 지탄을 받는 하마스와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는데요. 하지만 사실관계를 좀 더 파악해야 한다는 신중한 목소리도 동시에 나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복수의 탈북민 지원단체들은 11일 VOA에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중국 수감 시설에 장기간 억류 중이던 탈북민 수백 명이 9일 밤 북한으로 북송됐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정의연대 대표인 정 베드로 목사는 중국 당국에 정통한 소식통과 탈북민 가족 등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결과 “6~9곳에 수감돼 있던 탈북민 600여 명이 9일 오후 8시경 단둥, 장백, 도문 등 여러 접경 도시를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북송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중 당국의 합의하에 북송 작업이 치밀하게 이뤄졌다”며, 지난 8월 말 중국 파견 중 탈북했다 체포된 사람들이 먼저 북송된 이후 “탈북민 북송이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정 베드로 목사] “북송된 사람들 가운데는 아이들, 여성들, 임산부도 있습니다. 이런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직적이고 얼굴 하나 변하지 않고 끔찍하게 조직적 방법으로 북송했습니다. 최근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 테러를 보면서 어쩜 이렇게 자유민주 진영에 대항하는 세력들의 만행은 이렇게 똑같은지 정말 기가 막히고 끌려가는 탈북민들은 얼마나 무섭겠습니까?”
한국 갈렙선교회 대표인 김성은 목사도 중국의 유력 조력자로부터 받은 사진을 VOA에 공유하며 탈북민들이 9일 북송됐다고 말했습니다.
김 목사가 비공개를 전제로 공유한 사진을 보면 북송행 버스에 탈북민 여러 명이 승차한 가운데 한 탈북 여성이 매우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녹취: 김성은 목사] “중국이 많이 변했더라고요. 중국에 있는 한족 남편한테 마지막으로 얼굴을 봐라. 그래서 자녀하고 가서 얼굴 보고 자기 와이프만 마지막으로 아이한테 남겨 준다고 (휴대폰으로) 찍고 북송됐다고 합니다.”
김 목사는 이날 북송된 탈북민이 400여 명이란 소식을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대변인실은 11일 북송 여부에 관한 VOA의 질의에 “현재로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으나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짤막하게 답했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 등 언론 매체가 이날 북송 소식을 전하고 탈북민 출신 지성호 국회의원이 이와 관련해 강제북송 규탄 기자회견을 열자, 한국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주목받았습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이날 의원들의 질타가 쇄도하자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며 “커다란 우려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하태경 의원(국민의힘)] “저도 충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오늘 이게 사실이라면 저는 외교부 장관, 통일부 장관이 함께 국민들한테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인권을 중시하는 윤석열 정부의 치욕의 날입니다.”
[녹취: 이원욱 의원(더불어민주당)] “한국으로 오고자 했던 탈북민 이 탈북민의 생명이 위태롭게 된 것 아닙니까? 600명이. 대한민국 정부는 지금 뭐 하고 있었냐고요.”
[녹취: 김영호 장관] “정부는 다양한 외교적인 경로를 통해서 중국에 탈북민의 강제 북송은 절대로 안 된다는 입장을 수차례에 걸쳐서.. 계속 유관 부처 하고 확인을 해서 이 문제에 대해서 대책을 강구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지성호 의원도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이 9일 훈춘·도문·난핑·장백·단둥 지역 세관을 통해 탈북민 600여 명을 기습 북송했다며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지성호 의원] “탈북민 600여 명을 북한으로 강제송환한 중국 공산당을 강력 규탄합니다…중국이 당일까지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며 기밀 작전하듯 강제 북송을 자행한 것은 이것이 국제법의 전면적 위반이며 반인도적 범죄행위라는 것을 자인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관계를 좀 더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대북 민간단체 ‘노체인’의 정광일 대표는 이날 VOA에 중국 연변 지역의 한 변방수용소(간수소) 관계자로부터 “지난 8월 23일부터 탈북민 북송이 시작돼 적어도 연변 지역 4개 간수소 내 탈북민은 이미 거의 다 북송됐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장백 등 다른 지역 내 탈북민이 북송될 가능성은 있지만 북중 송환 원칙이나 전례로 볼 때 그렇게 많은 탈북민이 야간에 북송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정광일 대표] “(간수소 관계자는) 무슨 정신 나간 소리 하냐고. 왜 탈북자들을 밤에 넘기냐고. 오후 5시면 (세관은) 문을 닫거든요. 또 호송은 걔네 원칙이 1대 1원칙이거든요. 한 명당 경찰 한 명이 붙어요.”
한국 내 주요 탈북 중개인 L 씨도 이날 VOA에 “탈북자가 9일 대거 북송됐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다”며 “탈북자를 불법 체류자라며 맨날 체포하는 중국이 뭐가 두려워 밤에 몰래 보내겠냐?”고 반문했습니다.
하지만 정 베드로 목사는 “세관은 통관 절차를 떠나 북중 당국이 협조하면 언제든 무시로 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앞서 중국에 억류 중인 2천여 명의 탈북민의 강제북송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내며 유엔 난민협약 가입국인 중국이 강제송환금지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었습니다.
중국 당국은 그러나 탈북민 북송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탈북민은 난민이 아닌 국경을 불법 월경한 불법체류자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지난 8월 VOA의 관련 질의에 “중국 정부는 그동안 중국법과 국제법, 인도주의에 따라 중국으로 불법 입국한 북한 주민들과 관련된 문제를 처리해 왔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