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국제인권단체들이 중국 내 탈북민 대거 강제북송 소식에 대해 전적으로 중국 정부 탓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벼랑 끝에 몰린 탈북민들의 처지가 국제적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에 책임을 물려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탈북민 북송 주장의 진위를 확인하지 않은 채 국내외 법규를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세계 100여 개국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휴먼라이츠워치(HRW)가 중국 내 탈북민 수백 명이 최근 강제 북송됐다는 소식에 대해 “중국이 손에 피를 묻혔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 단체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12일 VOA에 보낸 공식 성명에서 “탈북민들이 북한 정부의 손아귀로 강제 송환되는 데 대해 중국 정부가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 “The Chinese government has blood on their hands of every single North Korea defector that they force back into the clutches of the DPRK government. There is no doubt whatsoever that North Korean officials will interrogate, torture, imprison in horrible conditions, and in some cases, execute those sent back by China. The fact that the international community is saying so little as China buses people back to such a horrible fate shows the fundamental failure of the UN and key member states to take serious steps like sanctions to end Pyongyang’s human rights violations.”
로버트슨 부국장은 “북한 관리들이 북송된 탈북민들을 심문하고, 고문하며, 끔찍한 환경에 감금하고, 경우에 따라 처형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북한 주민들을 이런 끔찍한 운명으로 돌려보내는 데도 국제사회가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유엔과 주요 회원국들이 북한의 인권 침해를 종식시키기 위해 제재와 같은 진지한 조처를 하는 데 근본적으로 실패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한국의 북한정의연대와 갈렙선교회 등 대북 민간 단체들은 VOA에 중국 당국이 지난 9일 국내 수감시설에 장기간 억류하던 탈북민 400~600명을 여러 접경 도시를 통해 북한으로 송환했다고 밝혔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는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언론 보도 내용을 잘 인지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 “우리 정부는 해외 체류 탈북민들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북송되지 않고 희망하는 곳으로 안전하고 신속하게 갈 수 있도록 다양한 계기에 중국 측에 지속적으로 협조 요청하고 있습니다. 한중 간 관련 협의는 최근까지도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로버트슨 부국장은 그러나 중국 내 탈북민 상황에 개선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중국에 대한 추가 압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을 강제 송환해 고문, 투옥, 사망에 이르게 한 중국 관리들 역시 그들의 행동에 대해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로버트슨 부국장] “Those Chinese officials involved in this forced repatriation of North Koreans to face torture, prison and death also need to be held accountable for their actions. Beijing is clearly violating its obligations as a state that has ratified the UN Refugee Convention, raising fundamental questions about why UNHCR continues to permit China to serve on that agency’s Executive Committee.”
로버트슨 부국장은 “중국은 유엔 난민협약을 비준한 국가의 의무를 명백히 위반하고 있다”며 “유엔 난민기구(UNHCR)가 왜 이 기구 집행위원회에서 중국이 계속 활동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세계 150여 개 나라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국제앰네스티도 중국의 탈북민 대거 북송 소식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 단체의 최재훈 북한인권담당관은 12일 VOA에 보낸 성명에서 “해당 내용이 사실이라면 북송된 북한 주민의 안전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최재훈 담당관]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수십 년 넘게 중국(중화인민공화국) 내 북한 주민이 그들의 의사에 반해 북한으로 송환될 경우 박해와 고문, 기타 부당한 대우, 강제노동 또는 사형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해 왔습니다. 중국 정부는 유엔 난민협약 가입국임에도 중국 내 북한 주민이 베이징에 위치한 유엔난민기구와 자유롭게 접촉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아 왔습니다.”
최 담당관은 “국제법은 박해와 고문, 사형을 당할 위험이 있는 국가로 개인을 직·간접적으로 강제 송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앰네스티는 이번 사안을 포함해 중국 당국에 북한 주민의 인권을 적극 고려해 강제 북송 방침을 철회할 것과 중국 내 북한 주민의 유엔난민기구 접촉을 허용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 당국에 대해선 “북송자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형태의 인권 침해와 불이익을 즉각 중단하고 북송자에 대한 적절한 처우를 보장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정부는 그러나 강제북송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탈북민’에 대한 기존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취재진(연합뉴스)의 탈북민 북송 관련 질문에 “중국에 소위 탈북자란 존재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왕원빈 대변인] “중국어”
왕 대변인은 그러면서 “경제적 이유로 중국에 불법 입국한 북한인들에 대해 중국은 관련 국내법과 국제법,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책임 있는 태도로 적절히 처리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그러나 이날 홈페이지에 올리는 정례 브리핑 영문 기록에서 탈북민 관련 질의응답 내용은 삭제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