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테리 전 NSC 보좌관] “탈북 다큐 상영회,한국 정부 관심 방증…인권 포함 포괄적 대북정책 필요”

수미 테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국담당 보좌관

한국 외교부가 최근 탈북 다큐 상영회를 개최한 것은 윤석열 정부가 북한 인권을 부각하는데 관심이 많다는 방증이라고 수미 테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평가했습니다. 영화의 공동 제작자인 테리 전 보좌관은 9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탈북민 북송 문제를 강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테리 전 보좌관은 또 그동안 북한 핵 문제에만 관심을 쏟았던 미국 정부가 인권을 포함한 포괄적인 대북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테리 전 보좌관을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지난 6일 한국 외교부 청사에서 박진 장관 등 직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욘드 유토피아’ 상영회가 열렸습니다. 한국 정부가 탈북 다큐멘터리 상영회를 연 것은 근래 들어 처음인 것 같은데요. 테리 전 보좌관님도 공동 프로듀서로 상영회에 참여하셨는데, 이번 행사에 어떤 의의가 있다고 보십니까?

테리 전 보좌관) 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인권 유린 문제를 전 세계에 부각시키는 데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욘드 유토피아’는 북한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도주의적 문제를 폭로하고 있죠. 상영회 당시 박진 외교장관은 현재 중국에 있는 탈북민들을 한국으로 데려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 공약도 처음이라고 봅니다.

기자) 최근 북중 국경개방으로 중국 체류 탈북민의 강제 북송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박 장관의 발언과 이번 상영회를 통해 중국 당국을 압박할 수 있을까요?

테리 전 보좌관) 도움이 될 지 안 될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하지만 탈북민 북송 문제를 강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한국, 미국, 일본을 비롯한 서방 세계 전체의 우선순위가 돼야 합니다. 이것이 중국을 움직이고 중국의 정책을 바꾸기에 충분한 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우리는 계속 노력해야 합니다.

기자)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평가하셨는데요. 미국과 한국에서 수 년의 공석 끝에 북한인권대사들이 임명됐습니다. 양국의 북한인권대사가 함께 상승효과를 낼 수 있을까요?

테리 전 보좌관) 정책 작업을 수행할 때 인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정책은 진공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할 사람이 필요하죠. 한국의 이신화 북한인권협력대사와 미국의 줄리 터너 북한인권특사가 이제 협력해 중국 당국에 압력을 가하길 바랍니다. 현재 중국 감옥에 갇혀 있는 나머지 탈북민들을 송환하지 않도록 말이죠.

24일 영국 런던 중심가 '커즌 시네마(Curzon Cinema)'에서 다큐영화 ‘비욘드 유토피아’ 시사회와 관객과의 대화 행사가 열렸다. 사진 = 김성은 목사 제공.

기자) 테리 전 보좌관님께서는 공동 프로듀서로 ‘비욘드 유토피아’ 제작에 참여하셨는데요. 미국 당국자 출신으로서 영화 제작의 어떤 부분이 가장 인상 깊으셨습니까?

테리 전 보좌관) 북한 전문가로서 미국 정부에서 오래 일해왔기 때문에 북한에서 탈북하는 것이 어떤 모습일지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 분들이 산을 넘고, 숲을 지나, 강을 건너고, 중국 보안 요원들로부터 도망쳐야 한다는 것을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었죠. 하지만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을 보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이론적으로 머릿속으로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눈으로 본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상황의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는 것이죠. 저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기자) ‘비욘드 유토피아’는 미국 내 600여 개 극장에서 개봉됐고, 호평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우드스톡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 영화상과 편집상을 수상했죠. 소감이 어떠십니까?

테리 전 보좌관) 관객들의 반응이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영광입니다. 사람들이 개인의 사연에 반응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영상으로 접하는 개인의 사연을 통해 보편적인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게 되죠. 정치범 수용소에 12만 명이 있다는 통계보다 영화에서 아들이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 있다는 한 어머니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영화라는 매체가 얼마나 강력한지, 한 개인의 사연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중앙정보국(CIA) 북한 분석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국·일본·오세아니아 담당 보좌관, 국가정보위원회(NIC) 동아시아 담당관 등 수 십년 동안 미국 정부에 몸 담으셨습니다. 그 경험이 이번 다큐멘터리 제작에 어떻게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십니까?

테리 전 보좌관) 다큐멘터리에서 노 씨 가족과 이소연 씨의 사연을 얘기할 때,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 분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배경도 알려야 합니다. 저는 북한의 역사와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또 사실 확인 작업도 했고요. 영화에서는 개인을 사연을 통해 더 큰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그것이 정말 어렵죠.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Beyond Utopia)' 포스터. 제공 = Fathom Events.

기자) ‘비욘드 유토피아’가 탈북민들의 상황을 개선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될까요?

테리 전 보좌관) 우선 인식을 높이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지금 ‘비욘드 유토피아’는 다양한 영화제에 출품되고 국제적으로 상영되고 있습니다. 저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모든 것은 인식의 제고에서 시작되죠. 인식이 확산되면 우리가 어떤 조치를 취하기 전에 정부를 압박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실험에만 관심을 쏟았죠. 이제는 북한 인권에 대한 일반 대중에게 인식을 높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할 경우 핵문제 해결에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왔는데요.

테리 전 보좌관) 인권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비핵화를 달성하는 데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1990년대 초부터 5개의 미국 행정부에 걸쳐 대량살상무기에만 집중하는 방식을 시도해왔습니다. 북한의 인권 상황은 후순위에 두고요. 그러한 접근법은 아무 결과도 내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북한 주민들을 돕고 인권 문제와 인도주의적 우려를 포함하는 보다 포괄적인 대북 정책을 수립할 때라고 봅니다.

지금까지 탈북민의 탈출 이야기를 담은 ‘비욘드 유토피아’의 제작을 맡았던 수미 테리 전 보좌관으로부터 영화의 기대효과와 대북 인권 정책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