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필드’ 캄보디아서 첫 북한인권 토론회…북한에 ‘독재 극복’ 교훈

지난 1979년 1월 캄보디아에서 크메르루즈 정권이 무너진 후 집으로 돌아오는 주민들. (VN-Hanoi/DC-Cam Archives)

‘킬링필드’의 악몽을 겪은 캄보디아에서 최근 처음으로 북한 인권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캄보디아의 체제 전환 경험이 북한의 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캄보디아 대학(The University of Cambodia)에서 정치외교학을 가르치는 소 찬타 강사는 4일 VOA에 지난달 22일 수도 프놈펜에서 북한인권 토론회를 열었다고 밝혔습니다.

토론회를 기획한 찬타 씨는 북한과 오랜 수교국인 캄보디아에서 북한인권 행사가 열린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캄보디아의 여러 대학 학생들과 전문가, 비정부기구 소속 인권운동가 등 25명이 참석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행사는 한반도 안보에 초점을 맞춘 학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은 학자의 지원을 받아 개최했다며 3가지 목적하에 다양한 논의가 진행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소 찬타] “The aim of seminar was to 1) to raise awareness and share the situation of human rights violations in NK to Cambodian University students, 2) to understand clearly the current human rights situation in North Korea 3) to encourage participants to join hands in advocate against the HR violation in global, particularly in NK.”

캄보디아 대학생들에게 북한 인권 침해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상황을 공유하며, 북한의 현재 인권 상황을 명확히 이해하는 한편 참석자들이 북한을 비롯한 전 세계 인권 침해에 대항하는 데 동참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목적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찬타 씨는 토론회에서 세계 최악 중 하나인 북한의 인권 문제 개선을 위해 오랜 우방국인 캄보디아가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다고 소개했습니다.

캄보디아는 과거 잔혹한 크메르루주 정권, 심각한 인권 상황 속에 국제사회에서 소외되고 제재 당했던 ‘캄푸치아(캄보디아의 옛 이름)’를 경험했지만 1991년 ‘파리평화협정’을 통한 새로운 시작은 세계의 지지를 받으며 캄보디아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것입니다.

[소 찬타] “Cambodia experienced in Khmer Rouge as a brutal regime and the State of Kampuchea which was isolated and sanctioned by international community that was a serious situation for human rights. Yet, the opening of new page by a Paris Peace Accord 1991, which supported by global, has much contributed to the Cambodian development today— even human rights situation in Cambodia now still problem but better than NK. This experience could be a lesson learned for NK to open its society to receive international support.

또한 “현재 캄보디아의 인권 상황도 여전히 문제가 있지만 북한보다는 나아졌다”면서 “이러한 경험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기 위해 사회를 개방하는 데 교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폴 포트가 이끈 크메르 루주는 1975~1979년 사이 국민의 4분의 1인 200만 명을 공산 혁명의 적으로 몰아 잔인하게 학살했습니다.

이 ‘킬링필드’의 생지옥은 20세기 최악의 대학살 범죄 중 하나로 국제사회에서 지탄받고 있습니다.

캄보디아는 이후 악몽을 딛고 진상 규명을 통해 책임자들을 단죄하고 과거를 청산하는 ‘전환기 정의’ 과정을 장기간에 걸쳐 진행했습니다.

여러 전문가는 후임 캄보디아 정부가 전범 재판소 설치를 통해 과거 정권의 책임자들을 단죄한 경험은 나중에 북한의 전환기정의 과정에서도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해 왔습니다.

북한도 정권에 의해 반인도 범죄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고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규명한 만큼 향후 책임자 처벌에 캄보디아의 경험이 좋은 교훈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크메르루주 유엔특별재판소(ECCC) 유엔 재판관을 지낸 정창호 현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관은 과거 VOA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점을 지적하며 “반인륜적 범죄는 반드시 처벌돼야 한다는 강한 신호”를 북한 등 국제사회에 보낼 수 있다고 강조했었습니다.

캄보디아 대학의 찬타 씨는 캄보디아가 여전히 인권 문제로 국제사회에서 비판받고 있지만 “헌법에 따라 다당제를 채택하고 선거가 정치적 경쟁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독재자 김정은과 그의 가족을 지지하는 것 외에는 정치적 경쟁의 여지가 없는 나라”라며 “새롭고 젊은 총리를 맞이한 캄보디아는 이번 기회에 유엔 결의안과 제재를 준수하고 북한 인권 해결을 위한 논의를 시작함으로써 국제사회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얻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소 찬타] “However, North Korea is a country where has no space for political competition but just a choice to support dictator, Kim Chong Un and his family. With a new and young Prime Minister, Cambodia should take this opportunity to gain more support from international community by upholding UN resolutions and sanctioned or initiating to discussion about NK human rights solutions.”

캄보디아가 3대 세습을 강행한 북한처럼 2대 세습을 했지만 차별적 행보를 통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캄보디아는 훈센 (전) 총리가 38년의 철권통치를 끝내고 지난해 그의 장남인 훈 마넷이 의회 승인을 거쳐 새 총리에 취임했습니다.

찬타 씨는 북한인권 토론회 뒤 캄보디아 영자 신문인 ‘프놈펜 포스트’와 아시아 내 20개 이상의 뉴스 매체가 연대한 ‘아시아 뉴스 네트워크(ANN)’ 기고를 통해 캄보디아 등 북한 수교국들의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그는 기고문에서 “캄보디아는 잔혹한 크메르루주 독재 치하에서 엄청난 비극을 겪은 국가로서 북한 주민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며 “억압과 기본적 권리와 자유의 박탈을 경험한 캄보디아는 북한 당국에 인권과 민주적 통치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찬다 씨는 VOA에 앞으로 이런 세미나를 매년 개최해 북한을 비롯한 다른 지역의 인권 상황을 조사하고 캄보디아 대학생들이 인권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인식을 제고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