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킬링필드’ 대학살이 벌어졌던 캄보디아에서 최초로 북한인권 토론회가 열린 데 대해 어떤 국제적 노력보다도 큰 울림을 준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크메르루주의 공포 통치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독재의 굴레에서 신음하는 북한인들에 보내는 귀중한 메시지라는 반응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세계 100여 개국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휴먼라이츠워치는 5일 최근 캄보디아에서 처음으로 열린 북한인권 토론회에 대해 북한인권 문제가 국제사회의 우려 사안이란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단체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이날 VOA에 보낸 성명에서 “캄보디아의 학자들과 학생들이 북한의 끔찍한 인권 실태를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은 북한 정권이 주민들에게 저지르는 것이 더 넓은 인류 공동체에 대한 모욕이란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 “The fact that Cambodian academics and students are now studying North Korea’s truly terrible human rights record marks a recognition that what Pyongyang is doing to its people is an affront to a wider shared humanity. As a country that survived the horror of Khmer Rouge rule, Cambodia has the capacity to say a lot to the world about how disastrous authoritarian regimes can ruin a country for generations, as we have seen the Kim family do in North Korea.”
이어 “캄보디아는 크메르루주 통치의 공포에서 살아남은 국가로서, 북한에서 김씨 일가가 하는 것처럼 형편없는 권위주의 정권이 어떻게 여러 세대에 걸쳐 한 나라를 망칠 수 있는지에 대해 전 세계에 많은 것을 말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캄보디아 대학(The University of Cambodia)에서 정치외교학을 가르치는 소 찬타 강사는 4일 VOA에 지난달 22일 수도 프놈펜에서 이 나라 최초로 북한인권 토론회가 열렸다고 전했습니다.
이 행사를 기획한 찬타 씨는 캄보디아의 여러 대학 학생들과 전문가, 비정부기구 소속 인권운동가 등 25명이 토론회에 참석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크메르루주의 독재 치하에서 엄청난 비극을 겪은 캄보디아인들이 누구보다 북한 주민의 처지를 이해하는 만큼 민주적 통치의 중요성을 북한 당국에 이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로버트슨 부국장은 “전 세계는 캄보디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인권을 침해하는 북한의 정책을 종식시키고, 북한 주민들이 김씨 일가의 독재 치하에서 76년간 겪고 있는 악몽에서 벗어나도록 돕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 “The world should listen, and redouble their efforts to end the rights abusing DPRK policies, and help the North Korean people recover from their 76-year nightmare under the Kim family dictatorship. Let’s hope that the Cambodian government takes up this call to join the coalition against North Korean rights abuses.”
아울러 캄보디아 정부가 이 요청을 받아들여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권 유린에 반대하는 연대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16년 ‘유엔 크메르루즈 전범특별재판소(ECCC)’에 관한 책 ‘유엔 캄보디아 특별재판부 연구’를 펴내 향후 북한의 전환기 정의를 모색했던 미국의 강경모 변호사도 캄보디아에서 제기된 북한인권 목소리가 북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강경모 변호사] “자기들의 경험을 북한 사례에 적용해서 중요한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스스로 이런 기회를 갖고 미팅을 했다는 자체가 굉장히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신선하게 들립니다.”
강 변호사는 4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과 캄보디아는 “공산주의 체제란 배경과 정권이 반인도적 범죄를 자행했다는 점, 중국의 비호 아래 있는 등 유사점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강경모 변호사] “공산주의 체제에 대한 과거 청산을 이루어 왔다는 측면에서 캄보디아 사례와 굉장히 유사한 점도 많고 참고할 점도 많습니다. 정치적으로도 그렇고 사회적으로도 그렇고 법적으로도 그렇습니다. 캄보디아는 그들 안에서 스스로 체제 전환을 이룬 케이스잖아요. 그다음에 자기들 스스로 정치적 목적이 있든 없든지 간에 이것을 해야겠다는 목적의식을 갖고 스스로 나선 것은 사실이거든요.”
국제사회에서 ‘유엔 크메르루즈 전범특별재판소(ECCC)’의 성공 여부에 대해 여전히 논란이 많지만 체제 전환 과정에서 재판소를 어떻게 설치하고 어떻게 운영했는지 등 참고할 부분이 상당하다는 설명입니다.
‘유엔 크메르루즈 전범특별재판소(ECCC)’는 캄보디아 사법부 내 설치한 특별 재판부로 유엔 국제 재판관과 캄보디아 판사들이 함께 일하는 공동 재판소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1975년부터 79년까지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주민 200만 명을 학살한 크메르루주 정권의 범죄를 수사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백강진 전 ECCC 재판관은 과거 언론 기고를 통해 캄보디아 정부의 비협조, 어떤 범위까지 수사와 재판을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여러 견해 차이로 어려움이 많지만 긍정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었습니다.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절차에 참여해 진상을 규명하는 한편 이러한 중대한 범죄에 대해 국제사회가 면죄부를 주지 않았다는 중요한 상징적 의미도 크다는 것입니다.
강 변호사는 향후 북한의 변화 과정과 한국의 입장 등에 따라 전환기정의 절차도 캄보디아와 많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오랜 수교국이자 킬링필드의 악몽을 극복한 캄보디아가 북한의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가 북한과 국제사회에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 변호사는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