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권 김 씨 일가의 세습 지배에 대해 북한 내 불만 여론이 증가하고 있다는 한국 정부의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식량난 등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도 북한 정권은 민생 개선 노력 없이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고 있고, 주민들에 대한 권력층의 수탈도 더욱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훈)
한국 통일부가 6일 공개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입니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탈북민 6천351명을 심층면접 조사한 결과로, 3급 비밀로 묶여있다가 이번에 공개됐습니다.
우선 ‘3대 세습’, ‘백두혈통 세습’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부정적 인식이 점차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 사이 북한에서 탈출한 주민들 가운데 북한 거주 당시 ‘백두혈통 영도체계가 유지돼야 한다’고 인식한 비율은 29.4%에 그쳤습니다.
2000년 이전에 탈북한 이들의 경우 같은 답변이 57.3%였던 것과 비교하면 약 28%포인트나 줄었습니다.
반대로 ‘탈북 전 백두혈통 영도체계 유지에 반대하는 인식을 가졌다’는 응답은 ‘2000년 이전’은 22.7%였지만 2016년부터 2020년은 53.9%로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통일부는 세습에 대한 탈북민의 불만 정도가 북한 주민 전체의 여론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탈북민들의 인식 변화 양상을 볼 때,
세습의 정당성에 불만을 가진 북한 주민이 늘어나고 있고, 특히 백두혈통 기반 영도체계에 대한 인식의 균열이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 정권이 강압적으로 단속하고 있는 한국 영상물 시청 등 외부 세계 정보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도 확인됐습니다.
북한 거주 당시 외국 영상물을 시청했다는 응답은 2000년 이전 탈북민 중에서는 8.4%에 그쳤지만 2016년부터 2020년 사이 탈북민들은 10명 가운데 8명이 넘는 83.3%에 달했습니다.
이 같은 추세에 맞서 김정은 정권의 통제도 크게 강화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탈북 전 3~4년간 사회 감시와 통제 정도에 관해 2011년 이전 탈북민은 50.7%가 강화됐다고 응답했는데, 2012년 이후 탈북민은 71.5%로 늘어났습니다.
거주지 감시와 가택수색 경험도 2000년 이전 탈북민은 16.4%였지만 2016~2020년 탈북민은 51.3%로 급증했습니다.
또 당국 차원의 배급제가 사실상 붕괴돼 주민들이 공식 직장에서 임금이나 배급을 전혀 지급받지 못하는 비율이 증가했고 국영 경제 실패로 주민들은 시장을 통해 의식주와 생계·의료를 스스로 해결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 정권의 부패와 권력층의 주민 수탈 문제도 조사됐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 개발과 민생 외면 속에 주민 고통이 심화하고 있지만 북한 내 뇌물 공여는 김정은 집권 이후 2배로 증가하는 등 권력층의 주민 수탈은 더욱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 것입니다.
한국 통일부는 이 같은 북한의 실상을 한국 국민들에게 정확히 알려 북한의 올바른 변화를 유도하고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