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단체들이 유엔 인권이사회를 앞두고 전문가패널 구성과 COI 후속 보고서 작성 등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게 제출했습니다. 북한의 강제 노동이 핵과 미사일 등 무기 프로그램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오는 26일부터 4월 초까지 열리는 55차 유엔 인권이사회를 앞두고 북한 인권 단체들이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게 북한 인권 개선과 인권 유린 책임 규명 방안 등이 담긴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이들 단체들은 특히 올해가 지난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최종 보고서가 발표된 지 10주년이라며 그간의 북한 인권 상황과 개선 상황,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점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놨습니다.
한국의 북한 인권 단체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의견서에서 북한의 강제 노동 등 반인도 범죄가 북한의 공급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유엔 인권이사회가 전문가패널을 구성해 이를 조사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또한 “북한의 반인도 범죄는 국제사회의 제재와 북한 당국의 재정적 이득을 억제하려는 다른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런 범죄가 자행된 생산 현장과 연결된 국제 공급망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며 “국제사회는 아직 이런 연결 고리와 그 배후에 있는 가해자를 밝혀내는 조사를 철저히 수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 의견서] “These crimes are financed by an international supply chain connected to the production sites in which these crimes have been committed – in spite of international sanctions and other efforts to inhibit financial gain by DPRK authorities. (중략) The international community has yet to conduct a thorough investigation that reveals these connections and perpetrators behind them.”
그러면서 “유엔 인권이사회가 임명한 전문가패널이 북한 내 구금시설을 운영하며 강제 노동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는 군부와 국가보위성, 사회안전성 등의 구도와 지휘 계통 등을 조사해 이것이 어떻게 북한의 무기 생산과 확대에 기여하고 있는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지윤 캠페인 팀장은 2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강제 노동 등) 노예화 등을 통해 경제적인 이익을 얻고, 이를 통해 핵∙미사일 등 무기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지윤 팀장] “북한이 강제 실종이라든가 노예화, 고문, 그리고 성폭력, 박해 같은 반인도 범죄를 통해서 경제적인 이익을 취득하고 무기 프로그램 같은 걸 발전시켜 왔다는 문제에 대해서 저희가 문제 제기를 했어요. 그리고 저희가 이렇게 북한 경제 공급망이랑 반인도 범죄가 연관되어 있다라는 것에 대해서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라는 점을 문제 제기를 했고요.”
북한의 주력 수출 품목인 가발, 인조 속눈썹 등 인조 모발 제품이 탈북했다가 중국에서 체포돼 강제 북송돼 교화소 등 북한 내 각종 구금시설에 수감된 여성들의 강제 노동 등을 통해 생산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입니다.
이 팀장은 “이 주제는 유엔 안보리의 주요 의제 중 하나인 여성, 평화와 안보 프레임 워크와도 특히 관련이 있다”며 “유엔 인권이사회 의장에게 관련 문제를 조사할 수 있는 전문가패널을 임명하라고 권고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은 또 의견서에서 한국이 국제형사재판소 로마규정 서명국으로서 자국 관할권 내에서 북한의 반인도 범죄, 국제 범죄를 기소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녹취: 이지윤 팀장] “대한민국 헌법상 북한이 대한민국 관할권 안에 속하고 있고, 그리고 대한민국이 로마규정이라고 해서 국제형사재판소 설립을 위한 규정을 비준했어요. 그 로마규정 안에는 보충성의 원칙이라는 게 있는데, 이것 때문에 저희가 국내 법원을 통해서 북한 반인도 범죄를 소추할 책임도 있고 필요성도 있다는 것을 조사를 통해서 발표가 됐고요.”
한국의 북한 인권 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살몬 특별보고관에게 제출한 의견서에서 “책임 규명을 촉진하기 위해, 우리는 특별보고관이 인권이사회가 임명하는 독립된 전문가의 지원을 받아 COI 보고서에 대한 업데이트를 준비하고 2026년 3월 제61차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인권이사회가 55차 회의에서 COI 보고서에 대한 업데이트를 승인하는 결의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COI 보고서의 업데이트에서 권고사항의 이행 여부, 김정은 치하에서의 전반적인 북한 인권 상황과 추세, 코로나가 시민∙정치∙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미친 영향, 평화∙안보와 인권, 여성과 평화∙안보 문제 등을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강제 노동에 시달리는 북한의 해외 노동자와 북한 내 구금시설에서의 노동, 납북자∙국군포로∙억류자 문제, 북한 주민의 정보 접근성, 북한 주민들의 이동의 자유, 식량∙의약품∙필수품에 대한 접근성 등 총 10가지를 다룰 것을 권고했습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의견서] “To promote accountability, we call upon the Special Rapporteur to prepare an update to the report of the Commission of Inquiry on human rights in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with the support of an independent expert appointed by the Human Rights Council to support the preparation of the update, and to submit the update to the Human Rights Council at its 61st session in March 2026. The UN Human Rights Council should adopt a resolution to authorize such an update to the COI report at its 55th session.”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신희석 법률 분석관은 “COI 보고서가 발표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북한의 인권 상황에 진전은 없었다”며 “북한에서는 중대한 인권 침해나 반인도 범죄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신희석 분석관] “COI보고서도 지적했던 것이지만 수십 년 간 큰 정치적인 변화 없이 비슷한 중대한 인권침해라든가 반인도 범죄가 계속 반복되는, 북한의 고질적인 문제(다). (중략) 2014년에 보고서가 나오고 나서 3년 지난 후에 미국과 한국에서 트럼프 행정부라든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인권 책임 규명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 안 했던 공백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구체적인 모멘텀을 살릴지가 또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신 분석관은 2014년 COI 보고서가 발표된 뒤 미북 정상회담과 남북 정상회담 등이 진행되면서 북한 인권 침해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보고서 발표 10년을 맞아 다시 국제사회에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책임 규명 노력 등을 배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휴먼라이츠워치는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유엔 인권이사회는 55차 회의에서 인권최고대표에게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포괄적인 업데이트를 제공하도록 요청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전문가들이 협력해 COI 보고서가 발표된 2014년 이후의 북한 인권 상황에 관한 종합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겁니다.
2014년 2월 17일 발표된 COI의 최종 보고서는 북한에서 최고 지도층에서 수립된 정책과 결정에 따라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반인도적 범죄가 자행돼 왔으며,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이어 “(새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김정은 통치 기간 동안 자행된 인권 침해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강조해 기존 정보 격차를 메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HRW 의견서] “At its 55th session, the Human Rights Council should request that the 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 provide a comprehensive update on the human rights situation in the DPRK since 2014, with the support of a senior expert in collaboration with the Special Rapporteur to assist in the preparation, launch, and follow-up advocacy of the comprehensive report. This report would be crucial to fill the existing information gap, highlighting the voice of victims of rights abuses committed during Kim Jong Un’s rule.”
또한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감독과 문서화를 강화하고 증거 보관소를 구축하며, 정보와 증언을 평가하고 향후 책임 규명 절차에서 사용할 사법 전략을 개발하는 등 북한 내 심각한 범죄에 대한 형사 책임에 대한 업무의 우선 순위를 계속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유엔 회원국들은 북한의 심각한 범죄에 대한 책임 규명을 진전시키기 위해 이 중요한 기구를 지원하고 적절한 자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HRW 의견서] “The OHCHR should continue to prioritize its work on criminal accountability for serious crimes in the DPRK, which includes strengthening monitoring and documentation, filling its evidence repository, assessing information and testimonies, and developing prosecutorial strategies to be used in any future accountability process. UN member states should support and adequately resource this important tool to advance accountability for serious crimes in North Korea.”
휴먼라이츠워치는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과 인권최고대표는 보편적 관할권을 포함해 북한의 심각한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향후 잠재적 수단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와 지속적으로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HRW 의견서] “The Special Rapporteur and the 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 should continue to consult with civil society organizations on future potential avenues for accountability for serious crimes in North Korea, including through universal jurisdiction.”
보편적 관할권은 명확하게 합의된 정의는 없지만 대체로 범죄 발생 장소, 범죄자 또는 희생자의 국적에 관계없이 범죄 행위의 성격만을 근거로 어느 국가든지 행사하는 형사 관할권을 말합니다.
유엔 인권 서울사무소에 따르면, 2022 년 독일 법원은 시리아에서 자행한 고문을 비롯한 반인도범죄 혐의로 시리아 국적자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북한에서 심각한 범죄에 대한 형사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몇 년 동안 중요한 노력을 기울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면책이 만연해 있다”며 “책임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