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중국산 수산물이 미국에 유통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미국 당국이 기업들에 ‘공급망 사전 모니터링’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국 의회에서는 북한 강제 노동이 동원된 중국 업체 상품의 미국 수입을 즉각 중단시킬 것을 행정부에 촉구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도)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의 공보실 관계자는 북한 강제노동을 통해 가공된 중국산 수산물이 미국에 유통되고 있다는 워싱턴 DC의 비영리 매체 ‘아웃로 오션 프로젝트’의 최근 보도에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해당 보도를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노동력 등 강제 노동 관련 법률을 위반하며 생산된 상품의 미국 수입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기업들은 공급망을 사전 모니터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구체적인 조사 내용이나 법 집행 활동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면서도, 세관·국경보호국은 북한 국적자가 생산한 모든 물품의 수입을 금지한 ‘제재를 통한 미국의 적성국 대응법’ CAATSA과 관련해 위반 혐의를 조사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기업들이 독립적인 제3자 감사와 위험 평가, 그리고 공급망 투명성 강화 및 기타 실사 활동을 통해 공급망의 노동 조건을 모니터링할 것을 당부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미국 의회의 움직임은 강경합니다.
미국 의회 중국위원회는 북한 강제노동이 동원된 중국 업체 상품의 미국 수입을 즉각 중단시킬 것을 행정부에 촉구했습니다.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 공동의장인 공화당의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과 민주당의 제프 머클리 상원의원은 지난 11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장관에게 단호한 행동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습니다.
의원들은 미국 수산물 소비자들이 북한의 핵 무력시위 자금을 지원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 문제와 중국 수산업에서의 강제 노동을 해결하기 위해 행정부가 신속하고 단호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입니다.
특히 코스트코와 같은 미국 식료품점과 도매업체에서 판매되고, 군사 기지와 학교 급식 프로그램, 심지어 의회 구내식당에 납품되는 수산물은 미국 소비자와 미국 정부가 모두 강제 노동을 지원하고 김정은 독재 정권에 자금을 지원하는 데 의도치 않게 연루되게 만든다고 지적했습니다.
의원들은 그러면서 북한 노동력을 고용하는 중국 업체로부터의 모든 수입을 즉시 중단시키고 중국의 북한인 고용에 관한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 논의하는 안보리 회의를 요청할 것 등을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앞서 ‘아웃로 오션 프로젝트’가 중국 내 북한 노동자들과의 인터뷰 및 현지 방문, 또 무역 통계 등을 통해 최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2017년 이후 북한 노동자를 고용한 것으로 보이는 중국 내 수산물 가공 공장은 15곳, 이들이 고용한 북한 출신 근로자는 1천 명 이상으로 파악됐습니다.
특히 북한 강제 노동이 동원된 이들 공장 중 10곳이 수산물을 공급한 미국의 수입업체는 2017년 이후에만 70여 곳으로, 총 12만t 이상의 수산물이 미국 업체들에 납품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해당 수산물 납품 의혹을 받은 미국 최대의 유통업체 중 한 곳인 ‘트라이던트 시푸드’와 미군 기지와 공립학교 식당에 식품을 공급하는 세계 최대 식품 유통업체인 ‘시스코’는 해당 중국 수산물 가공 공장과의 거래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