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의사당에 세계적 복음주의 전도사인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동상이 세워졌습니다. 그레이엄 목사는 1973년 110만 명이 운집한 서울 여의도 집회와 두 차례의 방북 등 한반도와도 인연이 깊은 인물입니다. 미 하원의장은 약한 자를 돌보기 위해 자신을 낮춘 그레이엄 목사의 겸손함을 강조했습니다. 이조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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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미국 연방 의사당 2층에 있는 반구형 중앙홀인 국립조각상홀에서 6년 전 별세한 미국의 대표적인 복음주의 개신교 목회자인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동상 제막식이 열렸습니다.
화강암 받침대 위에 세워진 약 2m 높이의 청동 조각상엔 그레이엄 목사가 성경을 펼치고 설교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받침대에는 요한복음 3장 16절, 14장 6절과 함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한 자’(A Preacher of The Gospel of Jesus Christ)라는 글귀가 새겨졌습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그레이엄 목사의 고향인 노스캐롤라이나의 로이 쿠퍼 주지사, 공화당의 탐 틸리스 상원의원과 테드 버드 상원의원, 그리고 주의회 대표단과 그레이엄 목사의 가족 등 약 300명이 제막식에 참석해 그레이엄 목사의 업적을 기렸습니다.
존슨 의장은 이날 축사에서 그레이엄 목사가 생전 실천한 겸손함을 강조하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녹취:존슨 의장] “Reverend Graham humbled himself to care for the poor and prisoners, the forgotten, the lost and least of these, exactly what the Scripture tells us to do. And because Reverend Graham never pursued earthly riches—as was said, he’d probably be uncomfortable with this today, this great honor with such a great statue—but that humility is exactly why God exalted him and chose him and raised his platform to such great heights.”
존슨 의장은 “그레이엄 목사는 성경이 우리에게 하라는 대로 가난한 자와 죄수, 잊힌 자와 잃어버린 자, 지극히 작은 자들을 돌보기 위해 자신을 낮췄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레이엄 목사는 지상의 부를 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도 오늘 이렇게 큰 동상으로 큰 영광을 누리는 것이 불편할 것”이라며 “하지만 그 겸손함이 바로 하나님께서 그를 높이고 선택해 그토록 높은 자리에 올려준 이유”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그레이엄 목사는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과도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며 “그레이엄 목사는 기독교인뿐만 아니라 모든 믿음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켰다”는 부시 전 대통령의 말을 전했습니다.
[녹취:존슨 의장] “George H.W. Bush, they were very close, he said… I think Billy touched the hearts of not only Christians, but people of all faiths.”
쿠퍼 주지사는 이날 연설에서 “그는 어떤 정치인이나 정당도 공격하거나 신격화하려 하지 않았다”며 “대신 그는 특유의 애정 어리고 설득력 있는 은사로 양당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조언하고 기도로 힘을 북돋아 주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쿠퍼 주지사] “He did not seek to bludgeon or deify any political candidate or party. Instead, he would use his magnetic, loving and persuasive gifts to counsel and lift in prayer political leaders of both parties… The work to bring people together for a higher calling. That work is unfinished and that work must continue.”
그러면서 그레이엄 목사의 업적은 “더 높은 소명을 위해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일”이었다며 “그 일은 끝나지 않았으며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018년 향년 99세를 일기로 별세한 그레이엄 목사는 한반도와도 인연이 깊습니다.
6·25 한국 전쟁 시기인 1952년 성탄절 시기에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 5만 명의 신도들 앞에서 집회했고, 특히 1973년 서울 여의도에서 있었던 집회 마지막 날에는 110만 명 이상이 운집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었습니다.
아내가 평양 외국인학교 출신인 그레이엄 목사는 1992년과 1994년 두 차례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만나 성경을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1973년 서울 여의도 집회에서 그레이엄 목사의 설교 통역을 맡았던 한국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와 김진표 한국 국회의장도 이날 제막식에 참석했습니다.
김 목사는 이날 VOA와의 인터뷰에서 그레이엄 목사를 한마디로 표현하는 말은 ‘겸손과 복음’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 목사] “빌리 그레이엄 목사님 때문에 한국 역사가, 교회 역사가 부흥이 됐고. 그 양반이 내가 두 가지를 봤는데 겸손하고, 복음에 열정이고. 그래서 참 그런 분이 이번에 로툰다에 제막식을 한다고 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김 목사는 1973년 집회 이후 한국 기독교가 폭발적으로 성장했으며 대형 교회도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김진표 한국 국회의장은 지난 2018년 김 목사와 함께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그레이엄 목사의 장례식에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조문과 조의금을 갖고 참석했었다고 말했습니다.
김 의장은 1973년 여의도 집회에도 참석했고 큰 감명을 받았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김 의장] “제가 대학 다닐 땐데 대학 졸업할 학년에 당시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큰, 특히 기독교 젊은이들에게, 대학생들에게 굉장히 영적 각성을 주고, 어떤 소명의식을 주고, 그것이 한국의 기독교 부흥에 큰 계기가 된 거 같아요. 그리고 그 시기의 한국은 경제와 또 민주주의가 빠르게 발전했고∙∙∙.”
그레이엄 목사는 20세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독교 지도자 1순위로 뽑혔던 인물입니다.
생전 80년 이상 목회 활동을 하면서 미 대통령 12명과 세계 지도자 수십 명의 정신적 조언자로 활동했고, 전 세계를 돌면서 2억1천 500만명에게 복음을 전했습니다.
특히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비롯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많은 미국 정치인들에게도 영감을 주며 '미국의 목사'로 불렸습니다.
그레이엄 목사의 동상이 세워진 국립조각상홀에는 각 주에서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을 기리기 위해 기증한 조각상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이곳에는 각 주당 두 개의 동상을 세울 수 있는데, 그레이엄 동상은 20세기 초 교육 옹호가로 알려졌지만 당시 백인 우월주의 운동과 연관돼 있다는 비판을 받아 온 찰스 아이콕 전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의 동상을 대체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