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대북전단 수준이 저열하다고 주장하면서 대북전단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전단을 보내는 탈북 단체들은 전단 내용이 한국전쟁의 진실과 한국의 발전 상황 등 대부분 객관적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도)
한국에서 대북전단을 날려 보내는 일을 처음 시작한 이민복 대북풍선단 대표는 대북전단을 저열하다고 주장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 20년간 눈과 귀가 가려진 북한 주민들에게 객관적 사실을 전하는 데 주력해 왔다면서, 전단 내용은 대부분 8·15 해방의 주체는 수령이 아닌 미국이고, 한국전쟁은 인민군의 남침으로 발발했다는 역사 등을 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민복 / 대북풍선단 대표
“북한 동포들이 지금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눈과 귀가 가려진 노예거든요. 눈과 귀가 가려졌다는 것은 라디오와 인터넷을 못하는 유일한 나라에요. 거기서 수령 우상화, 신격화되어서 굶어 죽어가면서도 수령님 만세를 부르는, 그런 불쌍한 동포들에게 눈과 귀를 열어주는 원초적인 인도주의거든요. 이걸 보내는 것을 무슨 부끄럽고 저급하다는 게, 그게 정상인이에요?”
실제로 이 대표가 지난 2003년부터 대형 풍선을 통해 북한에 보내는 전단을 보면 8·15 해방과 인민군의 침공으로 시작된 한국전쟁, 미군이 아닌 동족의 보복으로 발생한 신천 대학살의 진실,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세계 10대 경제 강국 대한민국 등이 다수입니다.
문재인 정부 때 만들어진, 이른바 대북전단 금지법으로 기소됐다가 지난해 공소 취소 결정을 받은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도 전단에 저급한 내용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박상학 /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육군사관학교의 교재로 쓰이는 ‘진짜 용이 된 대한민국’, 대한민국의 경제, 사회, 문화, 발전 역사를 수록한 소책자, 그것을 보내는데 그게 저급한가요? 김정은 3대 수령 세습 독재를 비판한 내용이고, 거기에 삼성도 나오고 심지어 김연아도 나오고.”
박 대표는 또 이런 내용과 더불어서 ‘형님을 살해한 악마, 인간 백정 김정은’, ‘김정은을 특수 정치범으로 고발합니다.’, ‘김정은, 이 자야말로 불변의 역적, 민족의 원수’라는 제목 등의 글에 대해서는 모두 사실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부 탈북민들 사이에선 북한 지도자에 대한 원색적 비난이 오히려 비판을 초래하고 북한에도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조경일 / 탈북민, 작가
“‘아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구나’ 이걸 인지하게 만들어서 그 사람들의 마음에 변화를 갖게 하는 게 사실 삐라(전단)의 목적이거든요. 근데 최고존엄을 비판하는 것은 소지 자체가 강력한 처벌 대상이 되거든요. 북한 정권의 통제 속성도 무시한 삐라 (전단)예요. 일부이긴 하지만 이들의 고민이 저는 부재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한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발간한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에서 북한에 보내는 대북전단에 대해 “수준이 저열한 대북전단은 우리 자신을 부끄럽게 한다”고 적었습니다.
문 전 대통령과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제정해 국내 모든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금지했는데, 이 조치는 당시 한국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표현의 자유 침해한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후 한국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9월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한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하고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VOA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