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출신 화가가 노르웨이에서 열린 국제 인권 행사 기간 중에 북한의 인권 참상을 알리는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예술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동참을 호소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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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의 한 갤러리에서 2024 오슬로자유포럼(Oslo Freedom Forum)의 일환으로 탈북 화가 송벽 씨의 전시회 ‘지상낙원 북한을 노래하다(Heaven on Earth: Singing About North Korea)’ 개막식이 열렸습니다.
오슬로자유포럼을 주최하는 미국의 민간 단체 인권재단(Human Rights Foundation)은 행사 초청장에서 북한인권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이번 전시회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송벽 화가는 한때 북한 정권을 위한 선전 포스터를 그렸고, 기근과 고문, 학대를 경험하면서도 (북한을) 유토피아로 묘사하는 장면을 그렸다”며 “2002년 북한을 탈출한 이후 그는 예술을 통해 북한의 어두운 현실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인권재단] “Song Byeok once painted propaganda posters for the North Korean regime, depicting utopian scenes while simultaneously experiencing famine, torture, and abuse. Since escaping North Korea in 2002, he has used art to draw attention to the dark realities of the country.”
송 화가는 이날 개막식에서 직접 제작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얼굴을 형상화한 3개의 촛대에 불을 붙이는 점화식을 진행했습니다.
이어 이들을 독재자로 규정하고 짧게 타 들어가는 촛불에 비유하며 비판했습니다.
[녹취: 송벽 화가(인권재단 제공 영상)] “독재는 영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인간 개개인은 영생하지 못합니다. 인간의 삶은 촛불과 같은 인생입니다. (박수 소리)”
송 화가는 5일 VOA와의 통화에서 “독재자와 평민 모두 주어진 시간이 지나면 촛불처럼 꺼지는 게 인생”이라며, 북중러 독재자들에게 자국민과 다른 민족을 탄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송벽 화가] “촛불을 보면서 공산 세력 독재자들에게 정확한 메시지를 보내려고 했습니다. 삶은 한순간이기 때문에 촛불을 바라보면서 좋은 일을 했으면 하는 바람, 그리고 (우크라이나 등) 타민족에게 고통을 주지 않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집합적으로 보여주는 퍼포먼스였습니다.”
이번 전시회에는 또 10미터 길이의 대형 그림 책자 4개에 남북한의 극명한 차이와 공개처형 등 주민들이 겪는 탄압, 김씨 일가의 허상을 담은 다양한 작품들도 전시됐습니다.
아울러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풀려난 뒤 일주일 만에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북한 보위원들에게 끌려가는 장면이 담긴 작품도 포함됐습니다.
송 화가는 “예술 활동을 통해 불의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자유세계의 예술 활동이 매우 소중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송벽 화가] “한국이나 민주적인 나라들은 작품을 통해 국가에 시스템을 바꾸라고 호소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공산 체제 예술과 민주 사회 예술의 뚜렷한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통해서 여러분이 자유와 양심, 도덕에 따라 북한 사람들의 그 간절함, 무언의 아픈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북한을 변화시키는 데 저와 동참하시길 부탁드립니다.”
이번 포럼을 주최한 인권재단의 이성민 한반도 담당 디렉터는 이날 VOA에 지난 2009년 첫 오슬로자유포럼 개최 이후 해마다 많은 탈북민 인권 운동가와 단체 관계자를 연사로 초청해 북한인권의 참상을 알리는 등 해법을 모색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인권 문제를 보다 다양한 차원에서 포괄적으로 제기하겠다는 새로운 전략에 따라 지난해 10월 한국 국회에서 전시회를 개최한 데 이어 오슬로에서 다시 행사를 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이성민 디렉터] “국제사회의 시선이 억압과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이 아닌 김정은과 무기 개발에 계속 집중될 우려가 있습니다. 그래서 송벽 선생님 같은 직접 고문과 굶주림 강제노동을 겪은 분의 용기 있는 작품을 참가자들에게 보임으로서 국제사회의 주위를 환기시키는 거죠. 북한 주민들을 잊지 말라.”
아울러 북한 정권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평양문화어보호법 등 “3대 악법을 통해 어느 때보다 주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고 있다”면서 창조적 자유를 상징하는 예술가를 통해 북한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인권재단은 이와는 별도로 오슬로자유포럼이 열리는 오슬로 콘서트홀 내부에 북한 주민들의 실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는 살림집 전시관을 3~5일까지 사흘간 열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가 VOA에 공유한 사진을 보면 살림집 전시관에는 김일성·김정일 초상화와 휘장, 노동당 선전 구호 등이 있습니다.
이성민 디렉터는 곳곳에 설치된 QR코드를 휴대전화로 간단히 스캔하면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자세히 알 수 있도록 했다며, 많은 사람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이성민 디렉터] “밧데리(배터리)를 사용해서 DVD를 단속을 피해 사용한다든가 아니면 노텔(노트북+텔레비전)을 사용한다든가 이런 북한 주민들의 굴하지 않는 모습 등 여러 실질적인 장치들을 디스플레이해서 보여줬습니다. 그래서 억압과 만연한 우상화, 그것에 순종해야 하는 북한의 시스템, 순종하지 않으려고 저항하는 북한 주민들, 이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오슬로자유포럼에는 세계 각계각층의 저명한 인사들이 많이 참석하는 만큼 앞으로 새로운 방식으로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 해법을 찾는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