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세계적인 학술 교류 프로그램인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된 탈북민이 지난 6년 간 총2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은 탈북민들이 한국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펼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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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의 미한 교류 사업을 담당하는 한미교육위원단은 25일 “2018년부터 2024년 현재까지 총 20명의 탈북민이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에서 석사 또는 박사 학위 과정을 이수했거나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한미교육위원단의 김보람 담당관은 이날 VOA에 “현재까지 석사 과정 9명과 박사 과정 1명의 장학생이 학위를 취득했다”면서 전공은 “금융, 공학, 국제 정치, 저널리즘, 비즈니스 등으로 다양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을 이해하는 한국 거주 탈북민 지식인을 배출한 성과가 있었다”며 “앞으로도 인문, 사회과학, 이공계 등 전 분야에 걸쳐 탈북민 장학생을 배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한미교육위원단은 지난 2017 년부터 탈북 청년 대학원 장학 프로그램을 신설해, 학문적으로 경쟁력 있는 탈북 청년들에게 석사 또는 박사 학위 취득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미교육위원단은 또 풀브라이트를 통해 미국 학생들과 한국의 탈북민들이 쌍방향으로 소통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김 담당관은 풀브라이트 미국인 장학 프로그램인 ETA (English Teaching Assistant)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 온 미국 장학생들이 탈북민들을 위해 영어 교사로 봉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튜터링(개인교습)을 통해 영어와 미국 문화를 접한 탈북민들이 미국 유학의 꿈도 키울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미교육위원단에 따르면 탈북민 장학생은 지난 2018년 5명, 2019년 4명, 2020년 1명, 2021년 3명, 2022년 2명, 2023년 5명이 선발됐습니다.
이 혜택을 받아 미국에서 공부한 탈북민들은 한국에 돌아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탈북민 김성렬 씨는 지난 2022년 미국 시러큐스대 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한국 부산외국어대학교에 정교수로 채용돼 지난 가을 학기부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또 탈북민 김미연 씨도 지난해 뉴욕대(NYU) 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서울의 한 미국계 회사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김미연 씨는 26일 VOA와의 통화에서 풀브라이트 장학 제도를 통해 다방면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면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미연 씨] “금전적인 도움도 당연히 컸지만 풀브라이트 장학생이라는 자부심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미국에서도 풀브라이트 장학생이라고 하면 그 사람에 대해 어느 정도 신뢰가 보장되고요. 지역마다 풀브라이터들만의 모임이 정말 많아요.
세계 각국에서 모인 풀브라이터들 사이에서 정보 교환이나 네트워킹도 많이 하고요. 소속감이 생기는 느낌이죠.”
미국 동부의 한 대학원에서 갈등분석해결학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인 이성주 씨는 앞서 VOA에 풀브라이트 장학 프로그램이 “공공외교 차원에서 미국과 탈북민들에게 모두 유익”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 한국의 많은 인재가 이 장학금을 받아 미국에서 공부한 뒤 한국의 발전과 미한 동맹에 기여한 것처럼 탈북 청년들도 향후 북한에서 그런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이성주 씨] “미국 공공외교의 확장 차원에서 탈북민 중 우수한 학생들을 발굴해서 이들이 앞으로 다리 역할, 나아가서 북한이 앞으로 민주화가 되고 바뀌면 이런 사람들이 북한에 올라가서 자기 고향을 발전시키고, 북한이 중국처럼 가는 게 아니라, 자유 진영에 편입해 민주주의와 인권을 보장하는 나라로 만드는 데 기여하는 일군들이 되길 바라는 것 같습니다.”
풀브라이트 장학 프로그램은 1946년 미국 정부의 기금으로 시작됐습니다.
풀브라이트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 세계 165개국에서 40만 명 이상이 장학금 혜택을 받아 미국에서 다양한 분야를 공부했습니다.
이 가운데는 지난해 기준 퓰리처상 수상자 89명, 노벨상 수상자 61명, 전·현직 국가 원수 및 정부 수반 40명이 포함돼 있습니다.
한국은 지난 1961년부터 장학금 혜택을 받기 시작했고, 지금은 한국의 비약적인 경제 발전으로 인해 미국과 한국 정부가 같은 비율로 재정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한미교육위원단에 따르면 작년 말까지 총 7천 600여 명의 한국인과 미국인이 해당 장학금 혜택을 받았습니다.
풀브라이트 탈북민 1호 박사인 김성렬 부산외대 교수는 VOA에 학비와 생활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으면서 탈북 청년들에게는 큰 ‘특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김성렬 교수] “장학금을 받고 미국에서 공부한다는 자체는 굉장한 특권이죠. 특히 북한에서 온 청년들에게는 어학연수 공부할 기간이 있고, 거기에서 영어를 좀 더 다져서 석사든 박사든 미국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이고요. 특히 탈북 청년들은 북한에서 민주주의니, 자유시장 경제 가치에 대해 배우지 못해 잘 모르잖아요. 이런 과정을 통해 학교에서 그런 것들을 배우게 되는 거죠.”
한미교육위원단이 올해 공개한 장학금 안내서에 따르면, 석사 과정 장학생에게는 대학에 따라 연간 학비 2만 달러~5만 5천 달러, 생활비 월 2천800달러~4천 300달러가 제공됩니다.
아울러 가족이 있으면 수당을 추가로 지급하고 의료보험과 왕복 항공료는 별도로 지급합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