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16개월째 구금된 월스트리트저널 소속 미국인 에반 게르시코비치 기자에게 19일 현지 법원이 징역 16년 형을 선고했습니다.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의 스베르들롭스크 지방법원은 비공개 재판 과정을 거쳐, 이날 유죄를 확인하며 이 같은 판결을 공표했습니다. 검찰 구형량은 징역 18년입니다.
게르시코비치 기자는 지난해 3월 우랄산맥 인근 도시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취재 도중 체포됐습니다. 당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게르시코비치 기자를 간첩 혐의로 붙잡아 유치했다는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러시아 검찰은 게르시코비치 기자가 미 중앙정보국(CIA) 지시로 스베르들롭스크에서 군사 장비를 생산·수리하는 업체 우랄바곤자보드의 비밀 정보를 수집한 혐의를 받는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별도의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혐의를 게르시코비치 기자 본인과 월스트리트저널, 그리고 미국 정부는 전면 부인하고, 정상적인 취재활동을 했다고 반박해왔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측은 판결 전날인 18일 성명을 통해 “477일 전 불법적으로 체포된 뒤 에반의 부당한 구금은 잔학행위가 돼왔다”고 비판하고 “당장 끝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수감자 교환 가능성 제기
게르시코비치 기자는 모스크바 레포르토보 구치소에 구금됐다가 지난달 26일 첫 재판을 받았고, 이달 18일 두 번째 심리를 거쳤습니다.
통상 몇 달이 걸리는 러시아의 간첩 재판과 달리 신속하게 판결이 나온 만큼, 서방 측과 러시아의 수감자 교환 가능성을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습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FSB 출신 바딤 크라시코프와 게르시코비치 기자의 맞교환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크라시코프는 지난 2019년 독일 베를린에서 조지아 출신 전 체첸 반군 지도자 젤림칸 칸고슈빌리를 살해한 사건으로 2021년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현지에 수감 중입니다.
다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수감자 교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그 질문은 답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게르시코비치 기자의 재판 과정에 관해서는 “간첩 혐의는 매우 민감한 분야라서 비공개 진행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냉전 후 처음
게르시코비치 기자는 러시아계 미국 이민자 부모를 두고 있습니다. 본인은 미국 국적자입니다.
지난 2017년부터 러시아를 취재했고, AFP통신 모스크바 지국 등에서 근무한 뒤 월스트리트저널 모스크바 지국에서 특파원으로 일해왔습니다.
냉전 이후 미국인 기자가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