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난민 자격으로 입국한 탈북민이 2년 반째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탈북민 규모가 급감하고 중국 내 이동도 어려워졌으며 중개비도 폭등하는 등 탈북 환경이 급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올 상반기에도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에 입국한 북한 국적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VOA가 미국 국무부 산하 난민수속센터(RPC)의 최신 통계를 확인한 결과 북한 출신은 전혀 없었습니다.
북한을 포함하는 동아시아 출신 난민은 지난해 10월부터 6월 말까지 총 5천 202명으로 모두 5개국 출신이었습니다.
내전 중인 미얀마(버마) 출신이 5천35명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베트남 103명, 캄보디아 55명, 중국 7명, 인도네시아 2명 등입니다.
탈북 난민이 미국에 마지막으로 들어온 건 지난 2021년 11월입니다.
이에 따라 미국 의회가 2004년 제정한 북한인권법에 근거해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에 입국한 탈북민은 계속 224명에 멈춰 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은 30일 이에 관한 VOA의 논평 요청에 즉답하지 않은 채 “탈북민을 포함한 북한인 망명 희망자들이 다른 국가들에 안전하게 도착하면 우리는 수용국이 보호와 고통 완화, 인간 존엄성 유지, 중요한 지원 제공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장한다”고 답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 “When North Korean asylum seekers, including defectors, make it safely to other countries, we encourage host countries to take steps to provide protection, ease suffering, uphold human dignity, and provide critical assistance.”
미국 내 탈북 난민들은 매우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북한인권법에 근거한 탈북 난민 1호로 지난 2006년 입국해 이미 미국 시민권자가 된 데보라 최 씨는 적어도 1천 명 이상을 예상했다면서 20년간 200여 명은 너무 적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데보라 씨] “너무 안타깝죠. 북한에서 나와서 저희가 미국에서 누리는 자유를 1명이라도 더 누리면 좋을 텐데 미국이란 세상을 맛볼 수 있도록 더 받았으면 좋았을 텐데 참. 미국은 분명히 여전히 기회가 많고 출신성분을 떠나 기회가 많고 본인만 노력하면 기회는 무궁무진하거든요. 올해 대선에 좋은 리더가 나와서 이런 마이너들에게, 특히 탈북 난민에게 더 좋은 조건과 기회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탈북 지원단체들과 현장에서 활동하는 중개인(브로커)들은 미국에 입국하는 탈북 난민이 30개월 이상 없는 것은 탈북 환경이 많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반적인 탈북민 규모가 급감하고 중국 내 이동도 어려워졌으며 중개비도 1만 달러 이상으로 폭등했다는 겁니다.
한국 갈렙선교회의 김성은 목사는 지난 20여 년 동안 미국에 가려면 평균 1~2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소식이 탈북민 사회에 널리 퍼지면서 미국행 의지가 많이 꺾였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김성은 목사] “코로나 펜데믹 이후 탈북이 다시 시작된 게 이제 1년 조금 넘었어요. 그러면 미국으로 가는 팀들을 보면 보통 1년 반에서 2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문은 열렸는지 모르지만 아직 절차상으로는 갈 시기가 아닌 것 같아요. 의지도 없고요”
동남아시아 국가에 입국하면 3~4주 안에 갈 수 있는 한국과 비교하면 미국은 탈북민들에게 여전히 먼 미지의 땅이란 것입니다.
김 목사는 또 이렇게 장기간 탈북민이 제3국에 체류하려면 지원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일반적인 단체는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은 목사] “단체들은 사실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저도 탈북민이 미국 가겠다고 하면 부담스러워요. 왜냐하면 그분들 단순히 먹고 입는 비용뿐 아니라 그 사람들을 케어하는 사람도 필요하잖아요. 탈북 구출 비용이 과거보다 열 배가 올랐는데 또 그분들 1년 넘게 케어해 줘야 하고. 제가 볼 때는 웬만한 단체가 감당하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봐요.”
지난 10년 넘게 탈북민 1천 명 구출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브로커 K 씨는 북한에서 탈출한 뒤 바로 중국을 경유해 자유세계로 가는 이른바 ‘직행’ 탈북민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실상 사라졌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국에 입국하는 소규모의 탈북민은 기존 중국에 오랫동안 체류하던 탈북 여성들과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로 대부분 한국에 가기를 선호한다는 것입니다.
[녹취: 중개인 K 씨] “직행이 없어졌습니다. 북한에서 나오는 데 몇천만 원 달라는데, 철조망을 몇 겹으로 다 막았지. 지뢰를 묻었다고 하지. 중국에 있는 여성들은 한국에 친구들이 있어서 다 그리로 가요.”
아울러 러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들도 과거 20~30여 명이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국 정부가 지난 2018년 러시아 내 환경 악화로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미국행이 막혔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해마다 1천 명 이상을 유지하던 탈북민 입국자는 2020년 229명, 2021년 63명, 2022년 67명, 지난해 196명, 그리고 올 상반기에 105명을 기록했습니다.
또 다른 중개인 L 씨는 과거 자신이 도왔던 탈북민들은 “자녀 교육 때문에 미국행을 요청했다”면서 그러나 팬데믹 이후 “자녀를 동반한 탈북민이 사라졌기 때문에 굳이 미국에 가려는 사람도 없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의 민간단체로 탈북민 구출을 오랫동안 지원한 북한자유연합의 수전 숄티 의장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선 “김정은이 중국과 북한 국경에 지뢰를 설치하고 모든 탈출 경로를 차단한 탓에 북한을 탈출할 수 있는 주민들의 능력이 심각하게 제한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숄티 의장] “Well, I think it's a combination of factors. Obviously, the ability for people to get out of North Korea has been severely restricted because of Kim Jong-un planting landmines at the China-North Korea border and trying to cut off all the escape routes. Part of it is that there's just been an extreme drop in the ability of people to escape.”
미국의 대북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미국 정부가 탈북민들의 미국 입국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조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31일 VOA에 “북한 주민들은 김씨 정권의 최고위층이 수립한 정책으로 인해 엄청난 고난과 심각한 인권 침해, 반인도적 범죄로 계속해서 고통받고 있다”면서 “탈북민들은 미국 정착에 대한 더 많은 정보와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The people of North Korea continue to suffer from tremendous hardship, egregious human rights violations and crimes against humanity, all perpetrated due to policies established at the top of the Kim family regime. North Korean escapees merit to have more information and more assistance about resettling in the United States.”
스칼라튜 총장은 탈북 난민이 미국 정착을 선택했다면 이를 돕는 것은 미국의 “법적, 정치적, 도덕적, 윤리적 의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탈북민들이 미국에서 새로운 터전을 찾을 수 있도록 미국이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습니다.
숄티 의장도 “우리는 이 난민 위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고 노력한 적이 없다”며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숄티 의장] “We have never been proactive in trying to engage in this refugee crisis. There have been a lot of great statements from the Biden administration, but we need to be acting more than just talking about it. If we really care about this, we should be doing more to facilitate the resettlement of those who are reaching these other countries by giving them the opportunity to seek an interview with U.S. refugee officers.”
숄티 의장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많은 훌륭한 성명이 있었지만, 우리는 그것에 대해 말만 하는 것 이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정말로 이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다른 나라에 도착한 탈북 난민들에게 미국 난민 담당관과 면담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이들의 정착을 촉진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지난 30개월 동안 탈북 난민 입국자는 없지만 다른 절차를 밟아 미국에 입국한 탈북민이 여러 명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복수의 정통한 소식통은 VOA에 제3국에 체류 중이던 북한 해외 파견 관계자 2명이 지난 2022년 11월에 민간단체의 도움으로 인도주의 임시입국허가서(Humanitarian Parole·이하 HP)를 받아 미국에 입국했다고 전했었습니다.
미국 이민국에 따르면 HP는 미국 밖에 체류 중인 외국인이 긴급한 인도주의적 또는 중대한 공익상의 이유로 신청해 미 이민국의 승인을 받아 미국에 입국하는 수단 중 하나입니다.
2명 중 한 명은 최근 VOA에 미국 정부에 감사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또 다른 소식통은 30일 VOA에 유럽에 거주하는 북한 외교관 가족이 이 기간 미국에 입국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한국 언론들도 7월 초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프랑스 주재 북한 외교관 일가족이 지난해 미국으로 망명했다고 보도했었습니다.
미국은 긴급히 체류국을 떠나 미국에 입국하려는 외국인에게 난민 지위 외에 인도주의 입국허가서, 미국 정부를 위해 일했거나 미국의 이익에 중요한 기여를 한 사람들을 위한 특별 이민 비자(SIV)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은 30일 난민 지위를 제외한 북한인들의 미국 입국 여부와 관련한 VOA의 질의에 “우리는 개인 신상 정보에 대한 보호를 이유로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개별 망명 희망자와 난민에 관한 정보가 당사자의 동의 없이 공개되는 것을 우려한다”며 “이는 초국가적 탄압과 기타 보복 조치의 위험에 처한 북한 망명 신청자와 그 가족에게 상당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 “We are concerned by public disclosures concerning individual asylum seekers and refugees without their consent. There are substantial negative consequences for DPRK asylum seekers and their families, who are at risk of transnational repression and other retaliatory actions. While there has been an increasing number of reported elite defections over the past year, DPRK law criminalizes defection and attempted defection, especially for government officials. Family members of defectors face these punishments as well.”
대변인은 이어 “지난 한 해 동안 엘리트층의 탈북이 증가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지만 북한 법은 특히 정부 관리의 탈북과 탈북 시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며 “탈북민의 가족도 이러한 처벌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