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수해 지역 연설을 통해 또다시 한국 언론의 북한 수해 관련 보도를 원색적으로 비난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비난을 민심 이반을 최소화하기 위한 술책으로 평가했습니다. 김시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도)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 등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부터 이틀간 평안북도 의주군 수해 지역을 방문해 수재민들을 직접 만나고 연설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연설의 상당 부분을 한국을 비판하는 데 할애하고, 압록강 유역 수해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한국 언론들의 보도에 대해 너절한 쓰레기 나라의 언론보도라며, 모략선전과 도발, 모독 등으로 규정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압록강 유역 수해에 대한 한국 언론의 보도를 노골적으로 비난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앞서 지난 2일에도 한국 언론을 적으로 규정하며 날조된 여론을 전파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북한의 이 같은 잇단 비난에 대해 한국 정부는 이번 수해가 그만큼 심각하고 이로 인한 흉흉한 민심을 외부의 적에게 돌리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구병삼 / 한국 통일부 대변인
“북한이 대규모 수해 피해로 전 사회적 역량을 동원해야 하는 비상 상황에서 비난의 대상을 외부로 돌림으로써 민심 이반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봅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연설에서 재해 복구가 대적 투쟁이라고 강조한 대목을 주목하면서 민족과 통일 지우기 등 새 대남정책으로의 전환이 주민들에게 미칠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향후 관련 입법에 대비해 김 위원장이 직접 대남 적대 의식 고취에 나선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김인태 /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적대적 두 국가 부분을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공세적으로 하려면 뭔가 적당한 명분이 있어야 하고 그리고 현시점에 대적 의식을 좀 더 고양시켜야 되거든요. 그 부분을 국가 재난과 연관시켜서 지금 김정은이 직접 어필을 하니까 이건 지극히 비정상적 상황인 거죠.”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한국 언론 보도에 이처럼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한국 언론의 보도 내용이 북한 주민들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진단도 나옵니다.
홍민 /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광범위하지는 않더라도 일정 수준까지는 북한 내부로 한국 내 보도 소식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 이것을 상당히 염려하거나 그런 내용들이 북한 내에 확산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우려, 이것이 일정 부분 형성돼 있는 게 아닌가 라고 봐요.”
이런 가운데 북한은 10일 또다시 한국을 향해 오물 풍선을 살포했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10일 오후부터 11일 새벽까지 살포한 오물 풍선 240여 개가 식별됐으며, 이 중 10여 개가 한국의 경기 북부 지역에 낙하했다고 밝혔습니다.
합참에 따르면 풍선의 내용물은 종이류와 플라스틱병 등 쓰레기로 안전 위해 물질은 없었으며, 북한의 이번 오물 풍선 살포는 올해 들어 11번째로 지난달 24일 이후 17일만입니다.
VOA 뉴스 김시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