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백두산에서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외국인을 보고 패션에 관심을 두게 된 한 탈북민이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패션 회사의 대표이자 미술 작가로 활동하는 강지현 씨인데요.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아이스토리(ISTORY) 강지현 대표’의 얘기 전해 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강지현 대표] “너무나 눈 깜빡할 새 진짜 지나갔어요. 처음에 왔을 때는 지금쯤 성장한 친구가 되었을 거로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진 않아요. 지금 저도 열심히 살아가려고 계속 노력하는 단계에 있는데...”
2009년, 20살이라는 나이에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강지현 씨. 한국에 와 꿈에 그리던 패션 공부를 하고 자기 사업을 시작한 건 2021년이었는데요. 강 대표는 북한에서부터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녹취: 강지현 대표] “원래 관심은 진짜 많았고요.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많았어요. 집에 미싱(재봉틀)이 하나 있었는데 제가 듣기로는 엄청나게 고급스러운 미싱이라고 들었고요. 그게 집에 하나 있었어요. 근데 알고 보니까 금속이 다 금으로 만들어진 옛날부터 가보로 내려온 그런 거라고 하는데 그걸로 할머니랑 어머니께서 양말도 만들어 주시고 옷도 만들어 주시고 하셨는데 그런 걸 많이 보고 자랐고요. 또 나중에 커서는 엄마가 장사를 하시다 보니 패션 관련해서 옷 같은 것도 굉장히 많이 사다 주셨어요. 근데 그때 엄마는 유행을 앞서가다 보니까 입고 나가면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하는 거죠. 근데 제가 입고 나가서 한 달 지나면 또 사람들이 다 입고 나오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옷에 관심도 많이 생겼고요. 막연하게 옷은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북한에서 어렸을 적부터 옷을 좋아하던 강지현 씨는 15살, 패션에 관한 충격적인 일을 경험하게 됩니다.
[녹취: 강지현 대표] “정말 충격이었어요. 그때 15살이니까 한 20년 전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북한에서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모습이고요. 특히 TV를 통해서 외국인을 접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난해한 옷을 비춘 적은 없었어요. 백두산에 갔을 때 찢어진 청바지 입은 사람이 진짜 충격이었던 거예요. 저는 그냥 거지인 줄 알았어요. 그냥 진짜 아무것도 모를 때 15살이니까 아빠는 이랬던 거죠. ‘거지가 무슨 돈이 있어서 왔겠니? 부자겠지’ 이러시더라고요. ‘근데 부자면 왜 저런 옷 입어?’ 그랬더니 아빠가 하셨던 얘기가 충격이었던 것 같아요. ‘아빠도 잘 모르지만, 멋(패션)이지 않을까?’ 이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게 멋이구나, 생각하면서 그 이후로 관심이 폭증했던 거죠. 잡지 찾아보고, (한국) 드라마를 보니까 그때 조금씩 이해가 갔던 거예요. 그게 멋이라는 걸 깨달아가면서 꿈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렇게 강지현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도서관 사서로 일하며 패션에 관한 꿈을 놓지 않았습니다.
[녹취: 강지현 대표] “17살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되게 이른 나이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졸업하고 나서 대학교 준비를 했죠. 했는데 제가 원하는 전공이 아니었어요. 회계사였었는데 그만두고 바로 왔어요. 그 이후로 유학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제가 중국어를 잘하지 못해서 떨어지고 나서 도서관 사서로 취직하다 보니까 근데 도서관에 책을 전달해 주는 책방이라는 어떤 매개체가 있어요. 책방은 중앙당에 있는 도서관이랑 연결되는 중앙 컨트롤하는 도서관이에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그쪽에서는 볼 수 있는 사람이 정해져 있단 말이죠. 예를 들면 청진에 신문이 100부가 들어가게 되는데 100부를 알아서 줘야 하는 일들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쪽에서 일을 좀 하고 있다가 그러면서 계속 봤죠. 잡지도 많이 보고 막연하게 진짜 패션 공부를 하고 싶다. 그때 결심했던 것 같아요. 그때가 19살이었어요.”
하지만 강지현 씨 부모님의 반대로 그녀는 패션 공부를 할 수 없었고요. 친하게 지내던 이웃집의 권유로 호기심에 중국으로 가게 됩니다.
[녹취: 강지현 대표] “근데 저희 집에서는 패션 공부는 절대 안 시켜줬고 아빠가 엄하다 보니 밖에 나갈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항상 바깥세상이 궁금했고 저는 되게 놀고 싶어서 맨날 친구들이랑 어울려서 놀고 근데 집에서는 엄해, 그러니까 미치는 거죠. 저는 속이 막 타들어 가고 그래서 탈출을 시도했던 거죠. 그때 저희랑 되게 친하게 지내는 집이 있었는데 그 집에서 중국에 이모님이 사시는데 지현이 가겠냐? 이렇게 돼서 아빠, 엄마는 당연히 허락 안 해주실 거고 감금당할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그러면 나 거기 가서 뭐 하냐? 이랬더니 가서 한 한 달만 놀다가 오자, 좋다. 그래서 바로 중국으로 온 거였어요.”
그렇게 시간이 흐른 2009년, 한국에 입국한 강지현 씨는 대학교에 입학해 그동안 꿈에 그리던 패션 공부를 하게 됩니다.
[녹취: 강지현 대표] “저는 꿈이 있었으니까, 학교를 다음 해에 들어갔고요. 디자인 공부를 2년 하고 그때 2년제를 갔었어요. 그래서 하다 보니까 더 욕심이 생기는 거죠. 그래서 학위를 하나 더 받아야겠다. 그래서 한양대학교로 학교를 다시 가서 전공하고 졸업하고 나서 관련 분야에서 ‘서울컬렉션’을 제가 주관하고 했었어요. 행사가 굉장히 커요. 그러면서 많은 브랜드를 보면서 나만의 브랜드를 하나 (운영)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하게 됐던 거죠.”
2021년 8월, 강 대표의 패션 브랜드가 탄생합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아이스토리(ISTORY)’인데요. 탈북민의 이야기를 패션으로 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녹취: 강지현 대표] “탈북민의 이야기를 담은 패션 브랜드라고 얘기하고 다니는데, 작품에 그린 작품(그림)들을 옷에 프린팅해서 옷으로 담았어요. 원래는 그림으로만 했었는데 사람들이 이거 옷에 해도 좋겠다, 이런 얘기도 해줬고 저는 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더라고요. 탈북민의 스토리를, 작품을 하나 구입하는 건 비싸니까 옷을 하나 구입하는 건 어렵지 않잖아요. 그래서 조금 더 사람들이 구입하기 쉽게 만들어야겠다고 해서 하게 됐던 거였어요.”
나의 이야기 그리고 탈북민의 이야기를 작품으로도 표현하고 더불어 옷에도 그림을 입혀 ‘아이스토리’만의 옷을 제작한 건데요. 이제는 옷뿐만 아니라 그 영역을 넓혀 다양한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녹취: 강지현 대표] “그때 먼저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바로 하게 됐어요. 저는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입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고 다음에는 더 사람들이 많이 쓸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는 돈이 엄청 목적인 게 아니라 그냥 이런 활동을 통해서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아줬으면 좋기에 그래서 다른 제품을 좀 더 만들어야겠다,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옷은 좀 한계가 있으니까, 옷은 빨면 다 낡아서 버려지게 되잖아요. 그래서 좀 오래도록 쓸 수 있는 무언가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지금 제품 개발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화장품 중에 향수라든지 휴대폰 케이스라든지 이런 걸 생각하고 있습니다.”
강 대표가 사업을 운영한 지 이제 4년 차가 됐는데요. 물론 바라던 일이라 만족스럽기도 하지만, 패션 브랜드 운영을 하며 어려운 점도 많다고 합니다.
[녹취: 강지현 대표] “힘듭니다. 처음에는 솔직히 얘기하면 그냥 패기를 갖고 시작했다면, 하다 보니까 이게 쉽지 않은 일이더라고요. 어려운 일이었어요. 유지하는 게 굉장히 힘들고요. 그 안에 사람들도 만나야 하고 또 사람 다루는 일까지 포함되다 보니까 쉽지는 않아요. 근데 이렇게 어려운 일을 저만 하는 건 아니니까 또 출구가 있을 거고, 분명히 그렇게 버티고 있습니다.”
또한 강 대표는 자기 브랜드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고요. 더 많은 사람에게 ‘아이스토리’라는 브랜드를 알려 탈북민들의 이야기가 가닿을 수 있길 바랐습니다.
[녹취: 강지현 대표] “’아이스토리’가 독특한 게, 작품이자 제품인 것 같아요. 되게 유니크(Unique) 하잖아요. 사실 작품에 더 가까운 유니크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것 자체만으로도 아이덴티티(정체성)가 확실하다고 느끼거든요. 그래서 어떠한 홍보를 돈 들여서 할 필요는 없고, 다만 사람들이 서서히 많이 알아서 동참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어요. ‘아이스토리’를 통해서 기부도 할 수 있으면 좋겠고, 기부금이 모이면 탈북민에게도 다시 수익을 내는 그런 구조를 만들어내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강 대표는 현재 또 다른 사업을 구상하며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요.
[녹취: 강지현 대표] “플랫폼 개발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아이스토리’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작품 활동이랑 연계해서 하는 거고요. 패션 브랜드이죠. 최근에는 플랫폼 개발을 하고 있어서 원단을 전문으로 구매할 수 있는 원단 전문 플랫폼이라고 해요. 그걸 개발 중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강 대표의 궁극적인 바람과 목표는 무엇일까요? 그 자세한 얘기 끝으로 들어봅니다.
[녹취: 강지현 대표] “대표로서는 열심히 돈을 많이 벌어서 사회에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게 목표이기는 하고요. 그리고 탈북민에게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지금 이렇게 열심히 사는 것처럼 다른 사람도 열심히 살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을 것 같고 또 사업이 번창하고 잘 되면 실질적으로 후배 양성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같은 고향에서 오시는 분들 도와줄 수 있으면 너무 좋고요. 지금 제가 하는 것도 그분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일을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