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후 엘리트층들의 탈북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 당국의 통제 강화로 탈북민 수가 줄었지만 한국 정부는 젊은 층의 탈북 비중 증가 등 새로운 경향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김시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정호)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근무하던 리일규 정무참사가 지난해 11월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망명한 사실이 최근 공개됐습니다.
지난 2016년에는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2019년에는 조성길 이탈리아 주재 대사대리, 류현우 쿠웨이트 주재 대사대리 등이 탈북했습니다.
북한 정권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출신의 리정호 씨와 그 자녀들의 지난 2014년 북한 탈출 등 북한 고위급 인사와 엘리트층 탈북이 최근 크게 늘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 엘리트 계층의 탈북 사례가 선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기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집계를 시작한 1997년 7월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시점인 2011년 12월까지 14년 6개월 동안 탈북한 엘리트층은 모두 54명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2012년부터 올해 6월까지 12년 6개월 동안에는 이보다 2.5배 많은 134명의 엘리트층이 탈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엘리트층이 대체로 기득권층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탈북 증가는 북한체제 내구력이 그만큼 약화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광진 통일인권연구실장은 국가 관료들의 연이은 탈출은 3대째 권력 세습이 이어지면서 북한체제의 모순이 심화되고 이에 따른 피로감이 특권층에게까지 퍼진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특권층을 겨냥한 당근책조차 쓰기 힘들 정도로 경제난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조한범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정일 시기에는 선물정치라고 해서 김정일이 채찍과 당근을 활용했다면 김정은의 경우에는 채찍에만 의존하거든요. 자원이 제약이 있기 때문에. 그러니까 특권층들의 불만이 많다, 군부도 상당히 생활이 어렵다고 그래요.”
한국 정부는 탈북민 가운데 20, 30대 젊은 층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앞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22일 서울에서 가진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지난해 탈북민 196명 중 2030세대가 50%가 넘는다고 밝혔습니다.
또 최근 동부전선과 서해 교동도를 통해 한국에 망명한 북한 군인과 주민 또한 모두 20대 남성이라고 전했습니다.
김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 주민들의 외부 정보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인권재단인 휴먼라이츠파운데이션 이성민 한반도 담당 국장은 최근 탈북 경향의 특징 중 하나는 생존에 급급해서 탈출하기보다는 정보 습득과 준비 과정을 거친 기획성 탈북이 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시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