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주지사의 고위 보좌진으로 일했던 중국계 인사가 중국 정부를 대신한 불법 활동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미 연방 검찰은 린다 쑨 전 뉴욕 주지사 비서실 차장에 대해,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과 비자 사기, 밀수, 돈세탁 모의 등 혐의를 적용한 공소장을 3일 공개했습니다.
이 가운데 핵심인 FARA 위반은 쑨 전 차장이 미국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중국을 위해 일했다는 내용입니다.
남편인 크리스토퍼 후 씨도 이와 관련해, 수백만 달러를 뇌물로 받은 사실을 파악해 기소했다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 주정부 문서 중국에 제공
65쪽짜리 공소장에는 쑨 전 차장이 중국 정부의 요구에 맞춰 뉴욕주 공식 문건과 서명을 제공한 범죄 사실이 적시됐습니다.
검찰은 “쑨이 허가도 없이 주정부 공식 선언문과 주지사 서명이 있는 공식 문서를 중국 정부 관리들이 받을 수 있도록 주선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문건들이 “실질적인 의미가 있진 않지만, 일부 외국 정부에서는 높이 평가하는 문서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국 인사들의 미국 방문을 위해 주지사 사무실 명의로 허가되지 않은 초대장을 발급한 사실도 명시됐습니다.
◾️ 타이완 인사 교류 막아
쑨 전 차장이 타이완 당국자들과 미 정계 인사들의 만남을 수 차례 무산시킨 일도 공소장에 담겼습니다.
지난 2019년 차이잉원 당시 타이완 총통이 방미 과정에서 앤드루 쿠오모 당시 뉴욕 주지사를 연회에 초청했지만, 쑨 전 차장은 이 같은 요청을 지사에게 의도적으로 전달하지 않았다고 검찰은 지적했습니다.
쑨 전 차장은 이 같은 행위 직후 중국 측에 “차단(block)했다”고 알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캐시 호컬 주지사 취임 이후에는 뉴욕 주의원이 “타이완 정부 관계자를 함께 만나자”고 지사를 초청하자, 민감한 문제에 엮이기를 원치 않는다는 취지로 답변한 일도 있는 것으로 공소장에 적시됐습니다.
쑨 전 차장은 반면, 미국 고위급 정치인의 중국 방문을 추진하거나, 뉴욕주 관계자와 중국 정부 대표단과의 만남을 주선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국가 안보 직접 위협”
검찰은 이 같은 범죄 사실들을 종합해, 쑨 전 차장이 “중국과 중국 공산당의 의제를 은밀히 홍보하며 미국의 국가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쑨 전 차장이 그 대가로 남편 후 씨의 사업과 관련된 수백만 달러어치 거래, 공연 티켓, 친척의 취업 특혜 등을 받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습니다.
이를 통해 “피고인의 가족은 불법적인 책략으로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부를 축적했다”고 검찰은 지적했습니다.
이들 부부가 소유한 뉴욕 부촌의 고가 주택과 하와이 호놀룰루에 있는 콘도, 2024년형 페라리 자동차 등의 구입 자금도 중국이 제공한 것으로 당국은 추정했습니다.
중국 고위 외교관의 요리사로 추정되는 사람이 쑨 전 차장의 부모에게 난징식 오리 요리를 배달한 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무죄 주장 후 보석
당국은 이 같은 혐의를 바탕으로 쑨-후 부부를 3일 자택에서 제포했습니다.
이들은 이날(3일) 브루클린 연방법원에서 진행된 기소인부절차에서 각각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두 사람은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가운데, 쑨 전 차장은 중국 외교 공관과의 접촉 금지 명령을 받았습니다.
쑨 전 차장은 중국 태생으로 미국 이주 후 시민권을 얻었습니다.
쿠오모 전 지사 시절부터 약 15년 동안 뉴욕주 정부에서 일했습니다.
◾️ 뉴욕 주 “지난해 해고”
호컬 주지사 측은 쑨 전 차장의 혐의와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비 스몰 뉴욕 주지사 공보관은 “(쑨 전 차장의) 비위 증거를 발견한 뒤인 2023년 3월 고용을 종료(해고)했다”고 이날(3일) ABC 뉴스에 보낸 성명에서 밝혔습니다.
아울러 “(비위) 행위들을 당국에 신고했으며 (기소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절차에 협조해왔다”고 덧붙였습니다.
◾️ “중국 요원 이야기 과장”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3일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정부와 언론은 소위 ‘중국 요원’ 이야기를 과장하고 있다”고 논평했습니다.
이어서 “그중 많은 것이 나중에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하고 “우리는 중국을 표적으로 삼는 근거 없는 중상모략과 비방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기소는 최근 미 법무부가 중국 정부의 미국 내 스파이 활동을 집중 수사하는 가운데 나왔습니다.
앞서 검찰은 중국 공산당 스파이 혐의를 받는 중국계 미국인 왕슈쥔 씨와 미국으로 이주한 중국계 가족을 중국 정부를 대신해 감시한 중국인 3명 등을 기소했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