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학서 북한 인권 행사 개최∙∙∙북한 인권 실태 증언과 다큐 상영

박지현 ‘징검다리’ 공동대표와 옥스포드브룩스대학교가 공동 주최한 ‘행복의 발견’ 행사 포스터.

영국의 한 대학에서 최근 탈북민들이 북한 인권 참상을 증언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탈북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도 상영하면서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안준호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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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대학서 북한 인권 행사 개최∙∙∙북한 인권 실태 증언과 다큐 상영

진행자) 14일 영국에서 북한 인권 관련 행사가 열렸다고요? 어떤 행사였나요?

기자) 탈북민 출신으로 영국에서 인권 운동가로 활동 중인 박지현 ‘징검다리’ 공동대표와 옥스포드브룩스대학교가 공동 주최한 ‘행복의 발견’이란 행사였는데요. 탈북민들이 상처를 딛고 자신의 행복을 찾아나가는 여정을 주제로, 탈북민들이 북한과 중국 등에서 겪은 참혹한 인권 침해 실상을 증언하고, 탈북민들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상영회가 열렸습니다.

진행자) 이번 행사는 어떤 계기로 열렸나요?

기자) 10월이면 영국 대학에 막 신입생들이 들어올 때인데요. 요즘 한국 노래나 음식 등이 인기가 많지 않습니까. 하지만 한반도의 반쪽에서는 얼마나 참혹한 인권 유린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죠. 박지현 대표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박지현 ‘징검다리’ 공동대표와 옥스포드브룩스대학교가 공동 주최한 ‘행복의 발견’ 영상의 한 장면.

[녹취: 박지현 대표] “K팝, K푸드는 많이 알려졌는데, 분단된 한반도의 반쪽, 진짜 철창 없는 감옥에서 살고 있는 반쪽의 한국 국민들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전혀 모르고 있어서∙∙∙.”

행사를 공동 주최한 로렌스 만 옥스포드브룩스대 교수는 VOA에 “영국 학생들과 연구자들에게 북한 내 삶에 대한 생생한 증언과 동아시아 전역에서 듣기 힘든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국 언어와 문화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된 곳이며 서로 다른 정치 체제와 사회경제적 상황, 생활방식을 가지고 있음을 상기시켜주는 기회였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날 탈북민들은 자신의 탈북 경험과 북한의 인권 참상을 증언했다고요.

기자) 영국에 거주하는 김규리 씨와 변예은 씨가 자신들의 북한에서의 삶과 목숨을 건 탈북, 중국에서의 거듭된 인신매매 등 끔찍했던 경험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먼저 변예은 씨는 어려서 탈북했다가 인신매매를 겪고, 네 번이나 강제 북송당한 자신의 경험을 증언했습니다. 강제 북송돼 수감돼 있는 동안 같이 수감됐던 꽃제비 아이가 굶어 죽었는데도 그 아이 몫의 배급을 받아먹기 위해 죽었단 소리도 않고 시체 옆에서 배급을 받아먹었던 이야기 등을 들려줬다고 합니다.

김규리 씨는 중국에서 팔려 다니는 동안 신분이 없어서 스무 살 때 임신 4개월째 아기를 마취도 하지 않은 채 강제로 낙태시킬 수밖에 없었던 일, 몽골 초원을 헤매다 운 좋게 변방수비대에 발견돼 자신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지만 수십 일간 초원에서 길을 잃어 죽을 고비를 겨우 넘긴 탈북민을 만난 사연, 북한에 남은 가족을 구출시키기 위한 아직도 끝나지 않은 긴 여정에 대해 증언했다고 합니다.

진행자) 김규리 씨는 동생이 지난해 강제 북송됐죠. 영국에 정착한 언니도 중국에서 붙잡혀서 강제 북송됐던 얘기를 학생들에게 들려줬다고요?

로렌스 만 옥스포드브룩스대 교수, 변예은 씨, 롤리 김 옥스포드대 연구원, 김규리 씨, 박지현 징검다리 공동대표(왼쪽부터).

기자) 그렇습니다. 김규리 씨의 동생 김철옥 씨는 지난해 10월 9일 다른 탈북민 수백 명과 함께 강제 북송돼 아직까지 생사나 행방을 확인할 수가 없는데요.

김규리 씨의 언니도 중국에서 붙잡혀 강제 북송돼 북한 온성 교화소에 수감됐었는데요. 그때 각목으로 머리를 맞아 아직도 두통을 호소하고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같이 수감됐던 중국에서 인신매매로 임신 6개월째의 여성이 있었는데 간수들이 때리다 지쳐 다른 죄수들에게 때려죽이라고 시켜서 살아남기 위해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를 들려줬다고 합니다.

또 교화소에선 잠도 눕지 못하고 앉아서 자는데 밤새 쓰러져 죽어나가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김규리 씨 얘기를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김규리 씨] “다리를 굽힌 상태서 자야 하는데 앉은 자리서 자다가 보면 옆에서 팍팍 쓰러진다는 겁니다. 다 죽는 사람들이고. 그런 거죠. 하룻밤에도 몇 명씩 죽어 나가고∙∙∙.”

진행자) 북한 인권 영화도 상영됐다고요. 어떤 영화였죠?

기자) ‘유 돈 노우(You Don’t Know) 2, 행복의 발견’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인데요. 이 영화는 총 3부작 중 2편으로, 1편이 북한의 진실을 알리는 내용이었다면, 2편은 탈북민들이 한국 정착 과정에서 겪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박지현 ‘징검다리’ 공동대표와 옥스포드브룩스대학교가 공동 주최한 ‘행복의 발견’ 영상의 한 장면.

앞서 이 영화를 제작한 이용남 감독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이 어떻게 이곳에서 행복을 찾아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어서 ‘행복의 발견’이란 제목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박지현 대표는 영국 학생들에게 탈북민의 직접적인 증언뿐 아니라 미디어, 영화를 통해 북한 인권의 실상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영국 대학생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기자) 영국 학생들도 언론 보도를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해 들었을 뿐 실제 탈북민들의 증언을 직접 들을 기회는 많지 않았을 텐데요. 실로 믿기지 못할 만큼 충격적인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박지현 대표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박지현 대표] “북한에 대해 원래 몰랐는데 먼저 두 분의 증언을 들으면서 너무 끔찍하고 참혹해서 진짜 다들 말을 못하더라고요. 막 눈물을 흘리고. 그리고 영화를 보는 1시간 20분 동안 진짜 숨소리 하나 안 들렸거든요. 울음소리밖에 안 들렸거든요.”

14일 박지현 ‘징검다리’ 공동대표와 옥스포드브룩스대학교가 공동 주최한 ‘행복의 발견’ 행사 참가자들의 모습.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롤리 김 옥스포드대학교 연구원은 “토론자로 참여했지만, 탈북여성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강렬하고 청중들이 너무 집중해서 토론 주제를 제기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면서 “이번 행사는 너무나 감동적이었고 제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최근 영국에서 또 다른 북한 인권 행사가 열렸었죠? 어떤 행사였습니까?

기자) 지난 9일 런던 중국대사관과 북한대사관 앞에서 탈북민 강제 북송 반대와 탈북민들에 대한 처벌 금지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는데요. 중국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폐막식 다음날 북중 접경지역에서 탈북민 수백 명을 강제 북송했습니다. 이들의 생사나 행방은 1년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같이 보기: 중국서 탈북민 강제 북송 1년∙∙∙국무부 “중국, 강제송환 금지 의무 준수해야”

일부 보도에 따르면 송환된 탈북민들 가운데 2명은 처형당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정치범 수용소 등으로 보내졌다고 하는데요. 국제사회가 강제 송환된 이들의 행방 확인과 처벌 금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김규리 씨를 포함해 인권 단체 회원들은 중국 정부에 탈북민을 난민으로 인정해 그들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허용하고, 사지인 북한으로 강제 송환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었습니다. 또 북한에는 강제 송환된 탈북민들의 행방을 확인해 줄 것과 처벌하지 말 것을 요구했었습니다.

지금까지 안준호 기자로부터 14일 영국에서 개최된 북한 인권 관련 소식을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