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여성 수련과 한국 남자 도하가 20대 시절에 연애하다가 13년 만에 재회합니다.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다시 만남을 이어가는데요.
‘벤 다이어그램’은 서로 다른 두 속성이 공통점을 이루면서 생기는 집합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도식입니다. 이 극에서는 남남북녀의 이야기를 통해 남북한 문화의 교집합을 담아내고 있는데요. 먼저 이 극의 취지, 탈북민 극작가이자 배우인 문화잇수다 김봄희 대표에게 들어봅니다.
[녹취: 김봄희 대표] "남북통합문화센터 창작지원 공모 선정작으로 2022년에 선정돼서 초연했었고 올해가 재연하는 해입니다. 제가 한 설문조사를 봤는데 MZ세대분들이 통일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적더라고요. 그래서 MZ세대분들의 통일의식을 좀 더 고취하고 남북한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또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해서 올해 공연을 한 번 더 하게 됐습니다.”
2년 만에 다시 올리는 작품이기에 변화된 부분도 있었는데요.
[녹취: 김봄희 대표] "무대 구성하는 데 있어서 2022년도 초연 당시에는 제가 연출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좀 더 사실적인 무대 세트와 무대 소품을 썼었다면 이번 2024년 재연에는 굉장히 은유적이고 모던한 무대 도구들을 사용해서 더 많은 것들을 상상할 수 있게 무대 자체가 바뀌었고요. 배우분들도 바뀌었고 구성 자체도 좀 더 관객들에게 남북한이 무엇이 다른지 그래서 어떻게 같이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모색하는 지점 자체도 다르게 구성되었습니다.”
또한 이 작품은 김봄희 대표가 직접 썼는데요. 그녀가 한국에서 가정을 이루며 겪은 경험을 작품에 녹여냈습니다.
[녹취: 김봄희 대표] "흔히 남한 사회에서 남남북녀라고 하면 어떤 정형화된 모습이 있더라고요. 굉장히 순종적이고 입술 빨간 거 칠한 북한이탈주민 여성과 되게 다정다감한 남한 남자 뭐 이런 모습이 있는데 저는 남한에서 결혼해서 살아보니까 그건 편견에 불과할 뿐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제가 이 작품을 썼는데 서로 굉장히 사랑하지만, 문화가 굉장히 다른 두 남녀가 만나서 동거하면서 융화되어 가고 그 과정에서 남북한 문화가 만나서 새로운 또 하나의 문화가 탄생하는 이야기예요.”
그중에서도 남북한의 서로 다른 음식 문화를 보여주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녹취: 공연 현장음]
[녹취: 김봄희 대표] "음식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나오는 데 남자는 밀가루를 가지고 크루아상을 해 먹는 걸 좋아하고 여자는 밀가루를 가지고 수제비를 해 먹어야 하고 그런데 수제비는 금방 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남자가 좋아하는 크루아상은 오래 기다려야 하는 음식이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에서 따른 배고픔에 대처하는 자세도 굉장히 다르고요. 그래서 그런 다름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고 또 어떻게 이해하고 포용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모습이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이 극을 연출한 이건희 연출가 또한 어떻게 하면 이들의 교집합을 이루는 지점을 잘 만들어낼 수 있을까를 가장 많이 고민했다고 하고요. 먼저 이 극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이건희 연출가] "저는 지난 작품에 ‘벤 다이어그램’을 봐서 글이 마음에 들어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북한 관련해서 작품을 보게 되면 사상적으로나 아니면 좀 강하게 다가오는 것들이 많았는데 오히려 이 작품 같은 경우는 진짜 어떤 사상이나 생각이 다른 남녀가 만났을 때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가는지 그 과정이 개인적으로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에 임할 때도 북한과 남한으로 나누지 않고 생각이 다른 남녀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가고 서로의 차별점을 어떻게 인정해 나가는지 그 관점으로 작품을 만들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벤 다이어그램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집합의 개념을 생각하며 극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녹취: 이건희 연출가] "‘벤 다이어그램’이라는 거는 합집합, 교집합, 차집합까지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교집합과 합집합만 생각하려다 보니까 차집합을 배제했더라고요. 그런데 저도 삶을 살아가면서 저와 다른 사람이 있었을 때 항상 교집합을 만들려고만 하지 않거든요. 있는 그대로 상대방의 다른 점도 인정해 주는 그런 것들도 있었기 때문에 극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어서 조화뿐만 아니라 상대방과 다른 점을 굳이 어떤 강요나 설득하려고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그 차집합에 대해서도 조금 더 집중하면서 만들어가게 됐습니다.”
이번 ‘벤 다이어그램’에는 남남북녀인 남녀 주인공과 멀티 1, 멀티 2역의 배우들이 함께했는데요. 멀티 1역을 맡은 김태정 배우는 이번 작품이 첫 데뷔작이라며 함께한 소감을 전했습니다.
[녹취: 김태정 배우] "저도 남남북녀의 사랑 이야기를 드라마에서만 보고 연극에서는 처음 접해본 거 같은데 그래서 북한 이야기와 남한 이야기가 어떻게 잘 결합될지 흥미 있게 생각이 들었고요. 같이 작업하면서 제가 몰랐던 부분도 많이 알게 되고 제 시각이 아니라 북한이탈주민의 시각으로서 이 연극을 한번 더 생각하게 돼서 제가 처음 이 작품을 읽었을 때 들었던 감정이 관객에게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고, 저는 특히 어떤 상대 배우보다 관객과 소통하면서 연기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관객과 소통하면서 항상 받는 에너지가 많았거든요. 그 부분에 있어서 되게 감사했던 공연이었습니다. 보통 북한 관련해서 어떤 연극이나 작품들 좀 어두운 분위기가 많은데 이건 좀 동화처럼 밝게 해서 그런 부분이 좋았다고 말씀해 주시는 부분도 꽤 많으셨던 것 같아요.”
김 배우는 수꿩 역할부터 먼 미래의 도하 역할 그리고 극을 전체적으로 해설하는 다양한 역할을 맡았는데요. 그 가운데 먼 미래의 도하가 동화책을 읽어주는 장면에 관해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공연 현장음]
[녹취: 김태정 배우] "동화책을 읽어주는 장면은 처음과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데요. 미래의 도하가 수련에게 그리고 이제 곧 생길 아기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장면이라서 ‘흑룡과 고래의 이야기’가 동화책인데요. 흑룡과 고래가 마치 도하와 수련으로 빗대어서 어떻게 보면 한 작품처럼 한 이야기처럼 그렇게 해설이 돼서 먼 미래의 도하니까 예전에 본인과 사랑하는 수련에게 있었던 이야기를 마치 사람들에게 그리고 아기에게 들려주는 마음으로 동화를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서로 다른 인물이 어떻게 같이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는 연극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고요. 관객 또한 남남북녀의 이야기를 통해 남북한의 문화와 언어가 어우러져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소영 씨] "요즘에 북한 관련해서 다양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데 그거 관련해서 로맨스라는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그런 생각 하면서 왔어요. 처음에는 총소리도 나고 해서 스릴러 같은 액션이 있는 연극인가? 했는데 분위기가 사랑스럽고 배우들 모두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연극을 하는 것 같아서 재미있게 봤어요. 탈북민들이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어떤 점이 불편하고 또 어떤 점을 힘들어하는지 전혀 몰랐는데 보면서 우리한텐 되게 당연했던 게 탈북민들한테는 힘든 과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한국에 오는 걸로도 힘들었는데 와서도 이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녹취: 라신영 씨] "잔잔하면서도 부모의 사랑 그리고 연인 간의 사랑 이런 걸 보고 되게 뿌듯하고 보기 좋았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사실을 남자 친구가 알고 또 거기에 딸은 듣고 있었는데 그거를 모르는 척하면서 또 새로운 아기가 생기고 하는 이런 스토리 전개가 좋았습니다. 그 장면이 복합적으로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희도 지금 지역에서 탈북민들 돕고 하는 이런 봉사를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그런 부분에 있어서 많이 도와드리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녹취: 유향난 씨] "그 수제비나, 먹고사는 거에 대해서 우리는 정말 너무 많이 버리고 그렇게 사는데 배가 고프니까 그렇게 막 화를 내고 이러는 장면을 봤을 때 아, 그게 그렇게 큰 고통이었구나. 그런 걸 느꼈습니다. 그 탈북민에 대한 것도 여러 매체에 나가서 자주 나왔으면 좋겠어요. 서로 끌어안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