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의 세상보기] 남북이 함께 이룬 맛있는 이야기, 북한 인권 창작오페라 '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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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이라는 대중적인 소재로 탈북민 가족이 고군분투하며 한국에 정착해 가는 모습을 그린 창작 오페라가 무대에 오릅니다. 한국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탈북민 가족이 한국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 냉면 식당으로 성공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이달 말 무대에 오를 로맨틱 코미디 오페라 ‘냉면’의 연습 현장으로 안내해 드립니다.

냉면이라는 대중적인 소재로 탈북민 가족이 고군분투하며 한국에 정착해 가는 모습을 그린 창작 오페라가 무대에 오릅니다. 한국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탈북민 가족이 한국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 냉면 식당으로 성공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이달 말 무대에 오를 로맨틱 코미디 오페라 ‘냉면’의 연습 현장으로 안내해 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연습 현장음]

서울의 한 연습실에서 오페라 ‘냉면’의 막바지 공연 준비가 한창입니다. 리허설을 반복하며 더 꼼꼼하게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데요. 이번 공연은 북한인권과 민주화 실천운동연합(북민실) 그리고 그랜드오페라단이 공동으로 주관했고요. 무료 공연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먼저 오페라 ‘냉면’ 소개, 권호성 연출가에게 들어봅니다.

[녹취: 권호성 연출가] "창작 오페라 ‘냉면’은 남과 북의 오랫동안 분단으로 인해서 이질적인 어떤 서로의 문화가 자리 잡게 되잖아요. 그런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는 가장 첩경이 아마 음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냉면이라든가 김치라든가 그래서 북한과 남한의 동질성 회복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음식 중에서 냉면이, 이번에 작가님이 오페라로 만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오페라 ‘냉면’은 탈북 5년째인 탈북민 봉철과 그의 딸 영실의 한국 정착기를 그려내는데요.

[녹취: 권호성 연출가] "탈북민이 어렵게 남쪽으로 왔는데 이쪽에 와서 고생하면서 적응해 나가는 과정에서 냉면집의 음식점에 취직하게 됐어요. 그런데 거기에서 똑같은 실향민인 나이 든 노인 분이 계시는데 그분이 같은 고향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그런데 그분의 부인 되시는 분이 몸이 굉장히 안 좋은데 남편의 입장에서 그 아내에게 해주고 싶은 것이 고향의 냉면 맛을 맛보게 해주고 싶은데, 없는 거죠. 남한에서 그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마침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봉철이라는 사람이 같은 고향 사람인 걸 알고 그 맛의 레시피를 찾아서 결국에는 그 노인의 부인도 건강을 회복하게 되고 눈을 뜨게 된다는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러면서 권호성 연출가는 창작 오페라이고 냉면을 소재로 유쾌하게 풀어냈기 때문에 가능한 연극적인 느낌을 최대한 살렸다고 말했고요. 대사와 연기도 보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풀어냈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공연에서 봉철 역을 맡은 바리톤 안대현 씨도 오페라 가수로서 노래뿐만 아니라 연기도 신경 써서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먼저 봉철 역 소개부터 들어봅니다.

[녹취: 안대현 바리톤] "봉철은 가족을 데리고 탈북하는 과정에 가족들이랑 갈라지게 됐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아버지는 북한으로 잡혀가고 딸만 겨우 데리고 한국에서 정착하면서 고군분투하면서 힘들게 살아가는 캐릭터입니다. 아무래도 일할 수 있는 상황이 없어서 계속 거절당하는 힘든 상황의 연속이고 하지만 계속 희망을 놓지 않는 그런 캐릭터이고요. 그나마 한 군데, 다정식당에서 저희 가족을 받아줘서 희망을 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오페라는 북한 주민의 인권 실태와 탈북민의 어려움을 조명하고 있기 때문에 안대현 씨 또한 그 부분을 특히 신경 썼다고 하고요. 더불어 봉철의 대사 가운데 특히나 와닿았던 대사가 있다며 그 장면을 소개했습니다.

[녹취: 안대현 바리톤]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을 애절하게 표현하는 장면인데 대사가 뭐냐면 ‘그저 함께 걷는 자유, 함께 숨 쉬는 행복 바랐을 뿐이야.’라는 대사인데요. 봉철이 바라는 게 큰 게 아니라 그저 함께 걷고 함께 숨 쉬고 그런 작은 행복인데 우리 모두가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대사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대사는 대본에는 있는데 악보에는 없어요. 대본을 읽다 보니까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었던 것 같아서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봉철의 딸인 영실 역을 맡은 소프라노 심규연 씨는 탈북민 영실을 이렇게 소개했는데요.

[녹취: 심규연 소프라노] "영실은 20대 초반 그리고 기본적으로 참 밝고 매사에 적극적이고 생활력이 강한 친구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다정식당에서 아버지와 함께 일하며 근근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남한에서 겪는 어려운 상황들, 예를 들면 취업난부터 탈북민을 쉽게 상대하면서 불순한 의도로 접근하는 인물들로 겪는 정신적인 고통이 그녀를 마냥 긍정적일 수는 없게 만들더라고요. 목숨을 걸고 꿈과 희망을 찾아 건너온 남한인데 생각과는 달리 차가운 현실이 다시 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까지 하는 장면까지 나옵니다. 이 장면을 통해 제가 연기하면서도 너무나 처절했고 또 가슴 아팠습니다.”

그렇기에 탈북 여성의 연기를 하면서 심규연 소프라노 또한 그들의 어려움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녹취: 심규연 소프라노] "우리가 어쩌면 품어주어야 할 가족을 외면하고 차갑게 등 돌려 살아오지 않았나… 반성하는 계기가 됐었고, 또 탈북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이 헤쳐나가야 하는 삶을 우리가 살펴봐 주고 함께해 주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이 공연에 탈북민이 직접 출연하진 않지만, 운영을 돕는 스태프로 탈북민 김광옥 씨가 함께하는데요. 어떤 마음으로 참여를 결심하게 됐을까요?

[녹취: 김광옥 씨] "주제가 냉면, 북한의 문화와 관련한 내용이더라고요. 북한 사람들이 즐겨 먹는 냉면이라는 주제여서, 일단 제가 북한에서 경험했잖아요. 그래서 제가 좀 더 와닿고 준비하면서 좀 더 도움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지원하게 되었고, 스태프 식으로 공연할 때마다 예를 들어서 1화가 끝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세팅(setting)하는 쪽을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김광옥 씨는 북한에서도 냉면을 자주 즐겨 먹었다고 하는데요. 냉면 맛이 한국 것과 비슷할까요?

[녹취: 김광옥 씨] "완전 많이 다르고요. 아무리 북한 냉면이라고 해도 그 맛을 낼 수가 없거든요. 특유의 북한만의 맛이 있어요. 좀 뭔가 찡한 맛이거든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데 콕 쏘는 느낌의 맛이어서 저도 집에서 직접 국수를 눌러 먹어요. 왜냐하면 아무리 한국에서 나름 유명한 함흥냉면, 평양냉면이라고 해도 입맛에 잘 안 맞아서 제가 직접 집에서 냉면을 해 먹습니다. 저는 좀 매콤한 맛을 많이 넣는 것 같아요. 근데 저도 북한에서 냉면을 만들어 봤지만, 한국에 와서 그 느낌을 내자니까 잘 안되더라고요. 물 쪽인가요? 그런 것 같아요. 육수가 뭔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김 씨는 이 공연을 통해 음식으로 남북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랐습니다.

[녹취: 김광옥 씨] "어찌 보면 북한 문화를 알리는 거잖아요. 이번에 북한에 대해서 좀 더 알아가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 사람들이 직접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제로 공연을 보면 좀 더 와닿으니까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오페라 ‘냉면’의 총 예술감독 안지환 단장은 음악 또한 국악의 리듬을 듬뿍 넣어 신명을 살렸다고 말했고요. 또 마지막 노래인 ‘냉면이 열렸네’에 이 공연의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냉면이 열렸네’ 연습 현장음]

[녹취: 안지환 단장] "냉면이 의미하는 것이 남과 북이 만나서 남녀가 만나서 또 자본과 기술, 노동력이 만나서 시너지를 내는 그래서 우리가 꿈꾸는 세상, 민족이 하나 되는 거 이런 데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맨 마지막에 이런 가사가 있어요. ‘어화둥둥 냉면이야 사랑, 사랑 열리어라 둥기둥기 우리 사랑 하나로 이어져라.’ 남북통일을 이야기하고 인류애를 이야기하는 거예요.”

냉면이라는 친숙한 소재로 모든 연령이 유쾌하게 볼 수 있는 북한 인권 창작오페라인 만큼, 안지환 단장은 이 공연을 통해 얻어갔으면 하는 점도 이야기했습니다.

[녹취: 안지환 단장] "역사에 대해서 할아버지가 경험했던 게 다르고 아버지 세대가 당했던 어떤 아픔, 고통이 다를 거고요. 지금 자라는 젊은 세대들이 생각하는 바나 느낌이 또 다를 거예요. 이 공연을 보고 난 뒤에 식탁에서 화제로 이 공연을 떠올리면서 그런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 한 번 더 확인하고 그래서 우리가 미래로 어떻게 나아갈 건가? 그 공감대를 만들고 그걸 토대로 해서 가족애가, 더 나아가서 애국심이나 자기 존재에 대한 생각을 한번 끌어낼 수 있는 그야말로 가족 사랑이 결국 인류 사랑까지 이렇게 확대됐으면 좋겠다…”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