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코리아] 디자인 스타트업 ‘푸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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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이번에는 ‘스타트업 코리아’ 시간입니다. 스타트업은 설립한 지 오래되지 않은, 혁신적인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가진 신생 회사를 말하는데요. 요즘 한국에서 스타트업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죠. 특히 꿈과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의 창업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스타트업 코리아’ 오늘은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디자인 스타트업 ‘푸들’의 세 번째 이야기,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스타트업 푸들과 함께하게 된 김희성 디자이너. 창업을 생각해 본 적은 없었지만, 산업 디자이너들이 직접 제품을 디자인하고 생산한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껴 함께하게 됐다고 합니다.

[녹취: 김희성 디자이너] “사실 산업 디자이너들이 대기업에 많이 가게 되는데 IT 대기업에 가다 보면 선배님들이 그런 말씀을 많이 하세요. 나 이번에 여기 알값 내가 디자인했다. 버튼 하나 만들었다. 이런 말씀을 10년 된 디자이너분들이 하세요. 진짜 여기에 투입된 디자이너가 20명이다 보니까 가져가는 파이가 작은 거죠. 근데 푸들이라는 스타트업은 적은 인원이 여러 제품을 하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디자이너가 하는 디자이너 브랜드이기도 하고 되게 디자인의 힘을 크게 실어주는 브랜드여서 가치가 있는 것 같고 제가 환경 쪽도 원래 관심이 있어서 한번 같이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회용기 그릇과 컵을 만들어 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사항이 참 많았다고 하는데요.

[녹취: 김희성 디자이너] “학과 시간에는 하긴 했는데 저는 사실 IT 쪽에 좀 더 가까워서 기계가 들어가지 않은 제품은 처음 만들어봤고요. 다른 점이 기계 같은 경우에는 사실 내부는 거의 공대생이 디자인을 해주기 때문에 딱 외형만 만들면 되는 거에 비해, 그릇이라는 게 생각보다 너무 섬세하더라고요. 이게 딱 한 면인데 안과 밖이 전부 다 중요한 제품이어서 세척이 정말 큰 문제거든요. 이게 조금만 어디를 바꾸면 세척이 안 되고 어디를 바꾸면 밀폐가 안 되고 약해지거나 아니면 좀 저렴하게 만들어야 하는 제품이다 보니까 심지어 빨리 만들어야 하다 보니까 한계가 굉장히 많아요. 그 한계를 사실은 조금씩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저희는 디자인으로 창의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그렇게 고민하면서 진행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김희성 디자이너가 푸들에 합류하고 동료들과 함께 첫 디자인을 맡은 제품이 바로 ‘푸들 플레이트’였는데요.

[녹취: 김희성 디자이너] “제가 왔을 때 모듈형이라는 콘셉트는 확정이 나 있었고요. 이 제품이 처음에 만들어질 때는 아침 구독 서비스라는 모델을 타깃으로 만들어졌었거든요. 그래서 아침 구독 서비스가 어떤 아파트 하나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인데요. 매일매일 다른 식단을 제공해 주세요. 그래서 일회용기가 매일 다르게 활용되는데 이것들을 뭔가 하나의 용기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컨셉으로 만들어진 제품이고요. 그래서 어떤 날은 샐러드, 어떤 날은 한식 이런 식으로 모듈화가 가능하게 하면서 제가 노력했던 부분은 어떻게 하면 정성스러운 느낌이 날까? 일회용기가 뭔가 입맛이 떨어지는 것 같고 대량 생산에 찌들어 있는 느낌? 그래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정성스럽게 식사하는 느낌을 아침에 줄 수 있을까? 하다가 제가 고민했던 부분은 빛을 받으면 조금씩 달라지는 면을 만들어서 이런 디테일이 어쩌면 감동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더불어 푸들은 다회용기 그릇과 더불어 다회용 컵을 제작했는데요. 빨대가 없이도 마시기 편리하고 슬리브(sleeve) 없이도 뜨거운 음료를 잡을 수 있는 디자인을 개발했습니다.

[녹취: 김희성 디자이너] “정말 이 친구가 진짜 많이 힘들었던 친구인데 처음에는 대기업에서 공기관이나 업체들에서 쓸 수 있는 다회용 컵이 없을까? 저희가 다회용 컵도 기획을 해보자고 해서 시작했고요. 제일 크게 잡았던 포인트는 일회용 컵에서 다회용 컵으로 넘어간 것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회용 슬리브랑 빨대를 쓰시더라고요. 근데 이렇게 하면 소비자들이 느꼈을 때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그래서 저희는 가능하면 그 두 개를 쓰지 말게 해보자고 해서 제품을 많이 찾아봤어요. 텀블러도 슬리브를 사용하지 않는 텀블러들을, 그러면서 세로 패턴이 있으면 뜨거운 음료를 잡아도 뜨겁지 않게 잡을 수 있다는 걸 먼저 발견했었고요. 그런데 이 세로 패턴을 넣으면 적층이 너무 적어지는 거예요. 카페들은 대량으로 컵을 쌓아놓는 거에 비해 공간이 부족한데, 조금만 스택(stack)이 안 돼도 너무 많은 공간을 소비하게 돼서 처음에는 이 디자인을 포기해야 할까? 하다가 선인장이랑 사실, 모티브를 받은 건 라탄 백이라는 백이 있거든요. 그 백이 세로랑 가로가 교차하는 가방인데 이 패턴이 이면과 안쪽이 잘 맞물리게 되면, 여기의 공률이랑 안쪽 면의 공률이 같아서 스택되는 과학적인 구조로 되어 있는데요. 스택율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부드러운 디자인이 탄생하게 되었고요.”

다회용기 그릇과 다회용 컵을 제작한 푸들. 다회용 컵의 이름은 캑터스 컵(Cactus Cup)인데요. 적층률을 높이기 위해 안과 밖의 웨이브가 교차하는 형태로 만들어졌고요. 선인장의 생명력을 제품에 담아냈습니다. 캑터스, 선인장을 모티브로 만든 이유가 있을까요?

[녹취: 김희성 디자이너] “선인장이라는 모티브를 가져왔던 건 다회용 컵이 기존에 나와 있는 것들은 사실 소비자들이 보기에는 일회용 컵이랑 뭐가 다르지? 조금 두꺼운 일회용 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어요. 저희가 초점을 맞췄던 부분은 뭔가 일회용 컵은 죽어 있는 제품이 아닐까? 살아있다고 보기 어려워서 더 빨리 버리게 되고, 쓰는 사람이 의미를 많이 갖지 않게 되는데 저희는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살아있는 것 같고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 하다가 선인장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면 좀 더 생명력 있고 의미 있게 다가오지 않을까 해서 컬러도 이렇게 살아있는 것 같은 색을 담았고요.”

그래서 다회용 컵의 색상도 마치 선인장과 같은 녹색이고요.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디자인 제품이 됐습니다. 또한 자신들이 직접 만든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을 만나면서 큰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는데요.

[녹취: 김희성 디자이너] “제가 사실 처음에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초등학교 6학년 때, 그때 장나라 씨가 나오는 패션 디자이너 드라마가 있었어요. 근데 그분이 이렇게 옷을 딱 생산하셔서 사람들이 입고 다니는 걸 보고 너무 뿌듯하다는 걸 보고 이 직업 좀 멋있잖아? 이걸 해보고 싶다. 내가 만든 걸 되게 여러 사람이 쓴다는 게 너무 의미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근데 아까 말씀드렸지만, 대기업에 가서도 제가 온전히 만든 걸 사람들이 쓰는 경험을 갖기가 쉽지 않은데 푸들에서 ‘1유로’를 시작하면서 오픈 파티를 저희가 했었어요. 그때 컵을 무료로도 드리고, 음료를 담아가시면서 몇백 명의 손님이 제가 만든 컵에 음료를 가지고 가시더라고요. 사실 그날은 너무 바빠서 멋지다, 이런 느낌은 받지 못했는데 끝나고 생각해 보니 이걸 이렇게 빨리 내가 뭔가 해냈구나,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내가 만든 걸 써주는구나, 했을 때 좀 많이 뿌듯했던 것 같아요. 다들 컵이 너무 예뻐요. 이렇게 많이 얘기해주시고 최근에는 다른 색은 없나요? 이런 피드백이 많아서 이것도 준비 중입니다. 새로운 색을 가지고 하려고 합니다.”

또한 캑터스 컵은 환경호르몬이 없고 내열성이 높은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PP)이라는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졌는데요. 재활용에 용이한 소재라고 합니다.

[녹취: 김희성 디자이너] “이 제품(푸들 플레이트)은 에코젠이라서 일반 고객분들은 반영구로 사용하실 수 있고요. 사실 수명이 있지 않습니다. 근데 컵 같은 경우에는 그래도 상대적으로 조금 더 PP라는 소재로 만들어져서 상처가 조금 나고 색 배임이 있어서 이 제품은 그렇게 길진 않지만, 그래도 저희가 일회용품에 비하면 굉장히 무한하다고 볼 수 있는 시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김희성 디자이너는 MZ세대가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을 살려 더욱 특색있고 매력 있는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길 바랐습니다.

[녹취: 김희성 디자이너] “저희는 이게 문화였으면 좋겠어요. 뭔가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그냥 재미있고 예쁘고, 뭔가 피크닉에 가지고 나가고 싶은 저런 용기가 있네, 해서 손님들이 많이 가져갈 수 있고 어쩌면 조금 더 재밌는 콘텐츠가 많이 담겨서 확산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을 계속 용감하게 시도하는 브랜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뭔가 너무 진지하게 빠지지 않고 그래서 저희도 되게 많은 콘텐츠도 준비 중이고 원래 스타트업이 조금 MZ(세대)에 사실 기대하는 부분은 그런 부분이 있잖아요. 너무 착하지만은 않은, 사실 저는 그런 걸 조금 더 하고 싶어서 약간 얘네 이상하잖아? 근데 매력이 있다거나 오히려 디자이너들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치열한 창업 생태계에서는 독특하고 차별화된 콘셉트를 가진 브랜드만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푸들은 대학생 동기들이 모여 만든 스타트업으로 이제는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MZ 세대가 가진 장점은 무엇일까요?

[녹취: 김희성 디자이너] “뭔가 요즘에 뜨는 것들을 보면 사실 논리적으로는 이해가 안 가는데 되게 인기가 많은 것들이 많잖아요. 뭔가 유쾌하고 재밌어서 그냥 끌리는 그런 부분을 MZ 세대가 잘 잡아내지 않나?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얘네 좀 이상한데 이걸 왜 하지? 싶은 걸 저희는 뭔가 이거 되겠는데? 라는 게 살짝 더 있지 않나 조심스럽게 말씀드려봅니다.”

앞으로도 디자인 스타트업 푸들은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 문화를 이끌어 갈 텐데요. 친환경이 재미없고 불편하다는 고정관념에 맞서 다회용 문화가 확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스타트업 푸들의 얘기는 여기서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