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ICC, 가자지구 전쟁 책임자에 체포 영장 발부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형사재판소(ICC).

진행자)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 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최근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인도적 전쟁 범죄 혐의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지도자들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체포 영장이 발부된 배경과 의미, 국제 사회 반응을 살펴보겠습니다. 박영서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체포 영장 발부 배경”

국제형사재판소(ICC)는 11월 21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요아브 갈란트 전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군사 조직 알카삼 사령관 무함마드 디아브 알마스리, 일명 ‘데이프’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카림 칸 ICC 검사장은 지난 5월 재판부에 영장 발부를 요청했었습니다. 칸 검사장은 네타냐후 총리와 갈란트 전 장관에 대한 요청 사유로, 이들이 전쟁 범죄와 반인륜적 범죄의 책임이 있다고 믿을만한 근거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는 전쟁 무기 수단으로서 민간인을 굶기고, 고의로 민간인을 공격하는 것도 포함됐습니다. 칸 검사장은 이런 행위가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겨냥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공격의 일부로 자행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칸 검사장은 당초 하마스에 대해서는, 데이프 외에, 또 다른 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예와 야히아 신와르 등 3명의 체포 영장을 요청했었습니다. 이유는 이들이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공격을 통해, 이스라엘 민간인 수백 명을 살해하고 최소 245명의 인질을 납치하는 등 전쟁 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에 책임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당한 근거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하니예는 지난 7월 말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암살됐고, 신와르도 10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하면서, 이들의 체포 영장 요청을 철회했습니다. 이스라엘은 현재 하마스를 이끄는 데이프도 지난 8월, 미사일 공격으로 제거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하마스는 데이프의 사망을 확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ICC는 어떤 곳인가?”

국제형사재판소(ICC)는 1998년 7월 로마에서 열린 유엔전권외교사절 회의에서 채택된 ‘ICC에 관한 로마 규정’이라는 이름의 국제 조약을 근거로 합니다.

국제 사회에서는 집단학살과 전쟁 또는 내전 중 자행된 성폭행, 고문 등 전쟁 범죄, 반인도주의적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있었습니다. 특히 용의자가 속한 나라가 이들을 처벌할 의지나 힘이 없을 때 국제 사회가 공인하는 상설 법정에서 국제법에 따라 재판을 받게 해야 한다는 요구였는데요. 그렇게 해서 태동한 게 바로 ICC입니다.

로마조약은 120개국이 서명하고 60개국 이상 비준하면서 2002년 7월에 발효됐고, ICC는 조약에 따라, 2003년 3월 네덜란드 헤이그에 상설 기관으로 설립됐습니다.

ICC는 반인도주의 범죄, 집단살해, 침략범죄, 전쟁범죄 등 4가지 유형의 범죄에 대해 국제 관할권을 갖습니다.

조약에 따라 ICC 가입국은 체포 영장이 발부된 사람이 자국 영토에 있으면 체포해 법원에 넘길 의무가 있습니다.

“ICC 조약 당사국”

2024년 10월 기준, ICC 당사국은 총 124개국입니다. 그런데 내년 1월 1일부로 우크라이나가 125번째 회원국이 됩니다.

미국은 2000년 빌 클린턴 정부 시절 조약에 서명했지만 2002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이를 철회했습니다. 해외에서 많은 군사 작전을 수행하는 미국은 ICC가 조약 당사국이 아닌 국가 시민에 대한 관할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해 왔습니다.

러시아도 2000년 조약에 서명했는데요. 2016년 이를 철회하고 ICC에서 탈퇴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중국, 북한, 인도,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등 약 40개국은 아예 조약 자체에 서명한 적이 없습니다. 이스라엘과 시리아 등 30여 개국은 조약에는 서명했지만 해당국 의회가 비준하지 않아 사실상 미가입국이고요. 팔레스타인은 지난 2015년 가입했습니다.

“ICC 체포 영장의 의미와 한계”

ICC 체포 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갈란트 전 국방장관, 하마스 수장 데이프는 향후 ICC 회원국을 방문하면, 체포돼 국제형사재판소가 있는 헤이그로 보내져 재판받아야 합니다. 이는 전 세계 약 200개 국 중 3분의 2 이상 국가는 여행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됩니다.

하지만 실제 이들을 체포해서 ICC로 인도할 국가로 가지 않는 한, 재판을 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특히 하마스 수장 데이프가 체포 위험을 무릅쓰고 역내를 벗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ICC 체포 영장은 이들의 고립을 더 심하게 만들고요. 네타냐후 총리와 갈란트 전 장관의 해외 방문도 제약받는 건 사실입니다.
ICC는 피고인이 재판에 참석하지 않는 궐석 재판으로 재판을 진행할 수 없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반응”

이스라엘 정치권은 일제히 ICC 결정을 비난했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ICC가 제기한 혐의가 터무니없고 거짓된 주장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어떠한 반 이스라엘 결정도 국가 이스라엘이 국민을 지키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서 “네타냐후 총리는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전쟁의 모든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가자 전쟁을 둘러싸고 종종 네타냐후 총리와 정치적 이견을 보였던 아이작 헤르조그 대통령도 ICC가 민주주의와 자유보다 테러와 악의 편을 택했다고 비난했습니다.

하마스는 ICC 결정을 ‘정의를 향한 중요한 단계”라고 환영했는데요. 데이프 영장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요르단강 서안을 통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ICC 결정이 국제법과 기관에 대한 희망과 신뢰를 나타낸다면서, ICC 회원국들에 ICC 결정을 준수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국제 사회 반응”

하마스를 테러 단체로 지정하고 있는 미국은 ICC 결정을 비판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절대 동등하게 볼 수 없다면서, 이스라엘과 굳건한 동맹을 강조했습니다. 미국 정부 관리들은 거듭 ICC는 사건에 대한 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ICC 독립성을 존중한다고 말했습니다. 영국 총리실도 ICC 독립성을 존중한다고 말했지만, 영국 정부가 영장을 집행할지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스위스 연방 사법부는 로마 조약에 따라 ICC와 협력할 의무가 있다면서, 이들이 입국하면 체포해 법원에 인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스웨덴도 영장 대상자가 입국하면, 법 집행 당국이 이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고요. 캐나다, 네덜란드, 노르웨이, 벨기에, 이탈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튀르키예 등 여러 정부가 국제법 판결을 준수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프랑스는 ICC 규정에 따라 행동할 거라면서도 체포 여부는 법적으로 복잡하다며 말을 아꼈고요. 독일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반면 헝가리, 아르헨티나 등은 ICC 결정을 비판했습니다. 특히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네타냐후 총리를 자국에 초청하겠다며 ICC 결정을 무시했습니다.

ICC는 체포 영장을 집행할 경찰력이 없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체포와 이송은 전적으로 회원국 협조에 달려 있습니다.

뉴스 속 인물: 칼린 제오르제스쿠 루마니아 대통령 후보

26일 루마니아 이즈보라니에서 칼린 제오르제스쿠 루마니아 대통령 무소속 후보가 12월 8일 결선투표에 진출한 후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최근 뉴스의 화제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오늘 주인공은 칼린 제오르제스쿠 루마니아 대통령 후보입니다.

11월 24일 루마니아에서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무소속 칼린 제오르제스쿠 후보가 득표율 약 23%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극우 대중영합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 제오르제스쿠 후보는 선거 전 여론 조사에서 5%대 지지율을 보였기 때문에, 이런 결과는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로써 제오르제스쿠 후보는 지지율 2위의 야당 대표 엘레나 라스코니 후보와 오는 12월 8일 결선 투표에서 맞붙게 됐습니다.

올해 62세인 제오르제스쿠 후보는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태어났습니다. 루마니아의 유서 깊은 명문 부쿠레슈티 농업∙과학∙수의학 대학을 졸업했고, 영국과 미국에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1999년에 농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그는 공공정책 설계 분야의 공인된 권위자로 유엔개발계획(UNDP) 전임 선임연구원이었고요. 2000년부터 루마니아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 고문, 루마니아 외무부 국제 경제기구 부서장 등 다양한 직책을 역임했습니다.

또 유엔 환경위원회 루마니아 대표도 지냈고요.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유엔의 인권 및 유해 물질 폐기물에 관한 특별보고관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중적으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입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제오르제스쿠 후보는 과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자국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높이 평가했고요. 1930~40년대 루마니아 파시스트와 민족주의자들을 국가 영웅이라고 묘사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경쟁 정치인들은 제오르제스쿠 후보가 나토와 유럽연합에 반대하면서 루마니아의 고립을 지지하고 푸틴 대통령의 공개적인 추종자라고 말하는데요. 제오르제스쿠 후보는 자신에게 붙은 극단주의자라는 꼬리표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극단주의자도 파시스트도 아니며, 나라를 사랑하는 루마니아 국민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과연 12월 결선 투표에서 루마니아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가자 지구 전쟁 책임자들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 영장 발부에 관해 알아봤고요. 뉴스 속 인물로 칼린 제오르제스쿠 루마니아 대통령 후보 살펴봤습니다. 박영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