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했습니다. 한국 국민뿐만 아니라 자유를 찾아 사선을 넘어 한국으로 온 탈북민 또한 갑작스러운 계엄령 선포로 충격에 빠졌는데요.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이에 따른 탄핵안 가결에 대한 탈북민들의 반응을 전해 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지난 3일, 한국에서 45년 만에 선포된 비상계엄.
탈북민 김명희 씨는 12.3 비상계엄 사태의 밤을 이렇게 떠올렸습니다.
[녹취: 김명희 씨] "TV에 뭔가 잘못 나온 줄 알았습니다. 계엄령을 생각할 때 군사적으로 나라의 어떤 위협이 되거나 정권을 뒤집어엎으려거나 이럴 때 나오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평화적인 시기에 갑자기 대한민국에서 비상계엄령을 내린다는 거는 정말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고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지 않나? 이런 두려움도 앞섰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고 국민이 누구나 다 발언의 권리도 있고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국가이기 때문에 더 놀랍고 생각지 않았던 일이었기 때문에...”
또 다른 탈북민 오광명 씨는 태어나 처음 겪는 계엄 사태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는데요.
[녹취: 오광명 씨] "어떠한 사정이 있더라 하더라도 계엄령이 답이었겠느냐는 생각이 들고 있어요. 그래서 최대한 중간 입장으로서 바라보고 싶긴 했지만, 아직 이해가 안 가는 건 사실이긴 합니다. 다른 방법이 더 있었을 텐데 계엄령은 또 문제가 뭐냐 하면, 이렇게 사례가 되면 다음에 또 누군가 되면 이렇게 계엄령 해도 되네? 뭐 이렇게 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이번 기회 삼아서 우리한테 계엄령에 대해서 다시 한번 각인시키고 다시는 이런 일이 안 일어날 수 있게끔 좋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고 있습니다.”
[녹취: 계엄해제 결의안 현장음]
한국 국회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2시간 34분 만에 재석의원(190명) 전원 찬성으로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탈북민 오 씨와 김 씨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후 국회로 달려가는, 또 특수부대에 맞서는 한국 시민들을 보며 놀랐다고 입을 모았는데요.
[녹취: 오광명 씨] "북한처럼 되는 거 아니야? 뭐 이런 생각이 들긴 했었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대한민국 잘 왔다는 생각 들었어요. 왜냐하면 우리 시민의 힘이 세고 우리 목소리가 되게 중요하다는 걸 또 한 번 느끼게 된 계기가 됐고요. 그만큼 우리 목소리를 좀 더 많이 내야 되지 않을까? 그래도 아직은 민주주의가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녹취: 김명희 씨] "저희는 행복을 찾아서 자유를 찾아서 대한민국까지 왔는데 우리의 자유가 구속당하나? 이런 생각도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참 너무나도 아쉽고 놀라운 일입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국민들의 대응이었습니다. 북한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대통령이 비상 계엄령을 내렸다고 그러면 저희는 정말 집에서 숨도 못 쉬고 있어야 하는데, 광장으로 나가고 국회로 나가고 자기의 어떤 자유를 주장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멋지고 저도 막 가고 싶었어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목소리를 내고 싶었어요.”
그리고 북한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한국 시민들의 시위, 특히나 아이돌의 응원봉을 흔들며 축제와 같은 집회 분위기에 또 한 번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탈북민 김다혜 씨, 조유라 씨의 이야기입니다.
[녹취: 김다혜 씨] "신박하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들만이 할 수 있는 시위 문화라고 생각하고 사실 시위라고 하면 막 폭력적으로 싸우거나 이런 데에 트라우마를 갖고 계신 분들도 많으신데 그게 아니라 이제는 세대가 바뀌면서 문화적인 요소로 시위도 자리 잡아 가는구나...”
[녹취: 조유라 씨] "사실 북한에서는 시위나 이런 개념 자체가 없어요. 그런 단어 자체를 쓰지도 않을뿐더러 교과서나 역사책에서도 그런 걸 볼 수 없었고요. 제가 한국에 지금 10년째 적응하고 있는데 지금은 시위나 집회들이 저는 그냥 놀랍네요. 아이돌 노래 나오고 춤추고 이러면 나갈 것 같긴 한데요? 아이디어는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어쨌든 나올 수 있게 뭔가를 던진 거잖아요.”
[녹취: 탄핵소추안 가결 현장음]
탄핵소추안 가결에 앞서 윤 대통령은 12일, 4차 대국민 담화를 통해 계엄령을 내린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녹취: 윤 대통령 4차 대국민 담화 현장음]
담화를 들은 탈북민들 가운데는 대통령을 이해한다며 탄핵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탈북민 허광일 씨입니다.
[녹취: 허광일 씨]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이 얼마나 엄중한 사태였으면 하는 그런 생각 하고 또 우리가 보아온 그 입장이 대통령이 보는 한국 현실하고 너무도 우려했던 바를 담아서 계엄을 발포했기 때문에 계엄 자체가 잘 마무리 짓고 이렇게 하려고 했는데 한 2, 3시간 만에 계엄이 해제되는 걸 보고 이건 어떤 목적이 있었겠다고 하는 생각을 했었죠.”
오는 27일, 직무가 정지된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2차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지금까지의 상황을 지켜본 탈북민들의 반응을 들어봤습니다.
[녹취: 조유라 씨] "또 탄핵해야 하나? 이제 몇 년 안 됐는데, 라는 생각과 빨리 잘 마무리가 돼서 (한국) 시민들이나 모든 위치에 계신 분들이 제자리로 돌아가서 이 혼란스러운 걸 빨리 해결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녹취: 김다혜 씨] "대통령도 잘 못 하게 되면 탄핵당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놀라운 일이고 통일이나 탈북민에 대한 정책은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지 간에 10년, 20년, 30년, 100년을 기획해서 쭉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밖에 없어요. 북한에 가족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런 소박한 바람이 있는 겁니다.”
또한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이사장은 비상계엄 다음 날인 4일 대통령실과의 면담이 원래 예정돼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안찬일 이사장] "4일 오전에 대통령실과의 탈북민 대표들의 면담이 있어서 준비하고 있었는데 계엄이 발생하면서 깜짝 놀랐죠. 가슴이 철렁하고 북한이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지 뭐 그런 마음으로 상당히 착잡했습니다. 계엄이라는 게 일종의 대통령의 통치권이지만 군대가 동원되는 그야말로 준전시 상황과 같은 것이죠. 북한에서는 일종의 전시 태세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게 우리 계엄으로서 발표되니까 뭐 특수부대가 출동하고 국회에 진입하고 이런 걸 보면서 아, 이런 정치 격동기를 우리가 겪어야 하는가? 대한민국이 상당히 민주화된 국가인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해서 좀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계엄 관련한 반응과 보도에 대해서는 이러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이사장] "북한이 며칠 있다가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까? 북한 역시 전혀 예상을 못 했던 일일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노동신문의 문구나 이런 거 보면 마치 철 만난 메뚜기처럼 상당히 대남 비방을 강화하고 그것도 이제 내부적이죠. 북한 주민들에게 대한민국이 금세 나가떨어지는 것처럼 호기를 만난 것처럼 말하는데 북한에 아무런 이득이 안 되니까 자제하는 게 좋겠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또한 정국이 하루속히 안정화될 수 있길 바란다면서 당부의 말을 전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이사장] "이번 탄핵, 계엄 이런 사태를 겪으면서 참 혼란스러운 마음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의연하게 잘 극복해 나갈 것 같고 빨리 이런 탄핵 절차 이런 것들이 끝나서 또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하든 뭐든 의연하게 극복해 나가서 하루빨리 우리 제도가 빨리 북한에도 이게 완성되어야 북한 동포들의 고통과 굶주림이 끝나기 때문에 우리가 앞서가는 모범을 보인 대한민국이, 이런 일은 앞으로는 제발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끝으로 많은 탈북민은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 다 함께 노력하겠다고 전했고요. 그들이 바라는 세상, 꿈꾸는 한국 사회는 이러한 모습이라고 전했습니다.
[녹취: 오광명 씨] "저는 가장 먼저 생각하는 거는 경제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잘 먹고 잘살자. 당연히 도덕성의 기본을 깔고 가되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그리고 또 소통 좀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소통할 수 있는 대통령 그리고 친근하고...”
[녹취: 김명희 씨] "우리나라(한국)를 수호하고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국회의원들이나 준비된 분들이 많기 때문에 그분들이 우리나라를 다시 회복하리라고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지지하고 응원할 것입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녹취: 고건 씨] "특히나 저희 같은 경우에는 북한 땅을 나올 때 독재가 싫어서 나왔는데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 계엄령이라는 건 진짜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일단 무엇을 떠나서라도 마무리가 잘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당연히 민주국가에서는 민주주의를 우선시해야 하는 게 맞기 때문에 저도 그러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할 거고요. 바라는 세상은 가족이 평안해지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