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입법원 주변 대규모 시위...여야 충돌 부상자 발생

2024년 12월 20일 타이완 입법원에서 야당 국민당 의원들과 집권 민진당 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타이완의 의회인 입법원에서 20일 의원들 간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져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의원 다수가 크고 작은 부상으로 치료를 받고 있으며, 린추인·천페이위 의원 등은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타이완 중앙통신이 전했습니다.

◾️ 민진당, 전날 의장석 점거

이날 사건은 야당인 국민당이 추진하고 있는 선거 및 소환법, 헌법소송법 개정안 등 3대 입법의 ‘삼독’ 통과를 막기 위해 민진당 의원들이 전날(19일) 의장석을 점거한데서 비롯됐습니다.

3대 입법은 선출직 공직자의 파면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습니다.

삼독은 의안 전체에 대한 가부를 의결하는 절차입니다.

이 문제에 관해 국민당과 민진당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다가, 앞선 절차를 국민당이 단독 처리하자 민진당 의원들이 더 이상의 진행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의장석 점거에 나선 것입니다.

민진당 의원들은 의자로 장애물을 쌓는 등 국민당 의원들의 접근을 봉쇄했습니다.

◾️ 국민당 의원 돌진

이런 상황에서 국민당 의원들은 20일 오전 9시 이후 저지를 뚫고 회의장에 진입했습니다.

이어 국민당 천위전 의원이 안전모를 쓰고 의장석에 돌진하자, 의원들 사이에 물을 뿌리고 몸을 밀치거나 도구를 사용하는 등 충돌이 발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의장석 주변을 지키고 있던 민진당 여성 의원들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 입법원장도 몸싸움 중 넘어져

이 같은 소동 이후 한궈위 입법원장이 오전 11시 41분 국민당 의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입장해 개회를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입장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 간 또다시 격렬한 충돌이 발생하면서, 한 원장이 몸싸움 중 넘어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3대 입법은 삼독 통과됐습니다.

◾️ 여소야대 상황

라이칭더 총통이 소속된 민진당과 제1 야당 국민당은 모두 지난 1월 총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얻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당이 제2 야당 민중당을 비롯한 소수 정당들과 협력 관계를 맺었습니다.

이에 따라 집권 민진당은 소수 정파에 머물고 있는 상황입니다.

‘친중국’ 행보를 보이며 양안 관계 개선을 지지하는 국민당은 중립 성향의 민중당과 함께, 지난 5월 ‘총통 권한 축소’ 규정 법규를 의결하는 등 집권 민진당을 압박해왔습니다.

◾️ ‘강행 처리 반대’ 시위대 운집

19일 밤부터 20일에 걸쳐 입법원 밖에서는 3대 입법 강행 처리를 반대하는 민진당 지지자들이 시위를 이어갔습니다.

주최 측은 1만 5천 명이 현장에 모였다고 밝혔습니다.

시위대는 연예인 응원봉을 흔들고 손팻말과 머리띠를 통해 국민당과 야권을 비판하는 구호를 표시했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