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당국이 내년 5월 전승절 행사에 북한 군이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러 간 군사적 연대를 미국 등 서방에 과시하는 효과를 노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조명수)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은 내년 5월 9일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군을 보내기로 한 여러 국가에 북한도 포함되느냐는 기자 질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고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 등이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우샤코프 보좌관은 러시아가 내년 전승절 80주년 행사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이를 계기로 여러 외국 정상이 러시아를 전격 방문하고 일부 국가의 군 파견대가 열병식에 참여한다면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인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독일에 승리한 날을 기념해 매년 5월 9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전승절 행사를 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와 조약을 체결하고 파병까지 한 북한의 전승절 참석은 당연한 수순이며, 김정은 위원장의 모스크바 방문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조한범 /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러시아로선 현재 북한의 안정적인 지원을 받아내기 위한 일종의 팁으로써 내년 전승절 북한 군 참여,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 초청,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이고. 또 김정은으로서도 만일 5월 9일 모스크바 붉은광장 주석단에 서게 된다면, 대내외적인 위상 제고에 상당히 남는 장사가 될 수 있거든요.”
러시아의 내년 전승절은 80주년을 맞기 때문에 이전과는 다른 규모로 군사력을 과시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승리 의미를 부각시키면서 북한을 전승국 반열로 추켜세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장용석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
“저항의 축 내지는 반미연대라는 게 하루아침에 생겼다가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는 걸 명확히 보여주는 메시지가 있는 것이고. 동시에 트럼프를 상대하기 위해서라도 자신들의 전략적 입지를 약화시키기 보다는 어쨌든 강화할 필요성, 그런 맥락에서 전략적 연대를 과시하고자 하는 의지, 이런 게 제일 중요한 것 같고.”
전문가들은 또 김 위원장이 내년에 러시아를 방문한다면 친러시아 성향 국가 정상들이 초청된 전승절 다자무대에서 김 위원장은 북한의 핵 보유국 입지를 넓히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홍민 /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소위 전승절에 김정은이 직접 가게 된다면, 바로 그런 동맹을 과시하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국제적 위상, 소위 전략적 지위를 일종의 시위하거나 보여주는 그런 의미를 갖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러시아는 미국의 트럼프 새 행정부와의 새로운 관계 구축도 중요하지만 미국 일극체제를 무력화하기 위해 러시아를 중심으로 권위주의 진영을 결집하는 데 전승절 행사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분석도 나옵니다.
두진호 / 한국 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
“이 행사에 북한이 참여한다는 건, 이제 동북아 지역에서 그간엔 러시아 단독으로 혹은 중러가 미국 패권에 경쟁했다면, 이제는 러시아 북한이 함께 해서 한미동맹, 미일동맹, 나아가서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응하겠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발신하는 의미가 있겠습니다.”
내년 5월 러시아의 전승절 행사에는 세르비아와 베트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또 슬로바키아와 헝가리 등 일부 유럽연합 국가 대표들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