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방문 중인 미국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의 관계자들이 23일 한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북한의 위조 달러화 제조 및 유통 의혹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현재 이 문제와 관련한 미국 정부의 금융제재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핵 문제 논의를 위한 6자회담 참석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미국 재무부의 대니얼 글래이서 테러금융 및 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를 대표로 한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외교통상부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북한의 위조지폐 제조 의혹과 관련해 파악한 정보와 이에 따른 조처 내용 및 법적 근거 등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글래이서 부차관보는 한국 외교통상부와 통일부, 국가안전보장회의 (NSC) 등 관련 부서 당국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이 설명회에서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대한 미 재무부의 조처는 제재의 성격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글레이서 차관보는 또 이 은행에 대한 조처는 6자회담과 무관하며, 미국의 금융기관과 금융체제를 보호하기 위해 순전히 법 집행 차원에서 방어적으로 취해진 조처라고 말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습니다.
미국은 지난 9월 과거 수십년 간 북한의 대외 금융창구 역할을 맡아 온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대해 북한이 위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달러화를 유통시킨 혐의로 제재를 가했습니다. 미국은 이어 10월에는 북한의 8개 기업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간여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들에 대해서도 제재 조처를 취했습니다.
한국 외교통상부의 당국자는 글레이서 차관보가 자신의 설명 내용이 정보 관련 사항임을 들어 이를 대외적으로 밝히지 말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습니다. 글래이서 차관보는 설명회에 앞서 기자들에게 "한국 정부와 협의가 필요한 몇 가지 사안에 관해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설명회에 참석했던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 측이 방코 델타아시아 은행에 대한 금융 조처의 법적 근거와 내용 등을 설명하고 자신들의 베이징과 마카오 및 홍콩 방문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였다면서, 미국 측은 이번 아시아 순방이 생산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글래이서 부차관보 일행은 북한의 위조지폐 문제와 관련한 우려의 심각성을 베이징과 마카오 등지의 고위 인사들에게 전달했으며 마카오에서는 금융당국의 고위 인사들과 협의했다고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글래이서 부차관보는 서울 방문에 앞서 지난주 중국 베이징과 홍콩, 마카오를 방문했습니다.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의 담화를 통해 위조지폐와 관련한 미국의 금융제재 조처를 근거 없는 행위로 강력히 비난하면서 침략전쟁의 구실을 마련해 보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외무성 대변인은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기 하루 전인 지난 9일에는 미국의 제재는 `핏줄을 막아 우리를 질식시키려는 제도 말살행위'라면서 6자회담의 진전을 바란다면 금융제제를 풀어야 할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한편 설명회에 참석했던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미 재무부 당국이 북한 위폐 문제와 관련해 나름대로 분석하고 평가하는 작업이 뒤따를 듯 하지만 추가 조처를 준비하고 있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북한은 현재 이 문제를 놓고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다는 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