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금] 계속 추락하는 부쉬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

조지 부쉬 대통령과 공화당에 대한 미국인들의 지지가 끝을 모르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문: 먼저 최신 여론조사 내용부터 소개해 주시죠.

답: 워싱턴포스트 신문이 <ABC방송>과 함께 조사해 1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쉬 대통령에 대한 미국인들의 지지도는 또다시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조사에서 부쉬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35%로 지난달에 비해 3%포인트 떨어졌는데요, 이는 집권 5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조사에서 응답자의 60%는 부쉬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여론조사의 특징은 부쉬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강하게 반대한다고 밝힌 응답자가 47%로,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가 22%에 그친 것과 크게 대조되는 점입니다.

공화당에 대한 지지율 역시 9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35%로 나타났습니다. 또 등록유권자들의 55%는 올 가을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찍겠다고 밝힌 반면 공화당 후보 지지의사를 밝힌 사람은 40%에 불과했습니다. 등록유권자들의 이같은 민주당 지지율은 80년대 중반 이래 가장 높은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습니다.

문: 미국인들은 그동안 적어도 안보와 국방 문제에 대해서만은 민주당 보다 공화당을 더 신뢰하는 경향이 뚜렷했지 않습니까. 이번 조사에서는 이런 추세도 역전됐다지요.

답: 그렇습니다. 미국인들은 49%대 42%의 비율로 이라크 문제에 대한 대처와 관련해 민주당을 공화당보다 더 신뢰한다고 밝혔습니다. 부쉬 대통령과 공화당이 낮은 지지율 가운데도 그나마 다른 분야에 비해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았던 이라크 등 군사 분야에서도 민주당에 뒤지는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경제 문제와 관련해서도 민주당을 신뢰한다고 답한 사람이 49%인 반면 공화당이 더 낫다고 밝힌 사람은 43%에 그쳤습니다. 이밖에 이민 문제, 처방약과 노인 복지, 의료보호, 워싱턴의 부패 등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공화당에 비해 두 자리 수 이상 월등히 높은 신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화당으로서는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테러에의 대처 문제에 대해 각각 45%와 46%로 민주당과 마찬가지 지지율을 기록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이 역시 지난해까지만 해도 과반수 이상이 부쉬 대통령을 지지했던 데서 크게 바뀐 것입니다.

문: 조사결과 민주당원들 사이에서는 부쉬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이 심상찮은 정도인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답: 민주당원의 55%는 부쉬 대통령을 탄핵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비록 정치적이고 파당적인 견해이긴 하지만 그래도 절반이 넘는 야당 지지자들이 이같은 극단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부쉬 행정부에 대한 반감이 극도로 높아진 상태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물론 공화당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전혀 다릅니다. 이들은 90%가 부쉬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민주, 공화 어느 당에도 소속되지 않은 무당파층은 3분의 2가 탄핵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라크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유가가 계속 천정부지로 치솟을 경우 부쉬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은 앞으로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 전문가들은 지난달에 민주당의 위스콘신주 출신 러셀 파인골드 상원의원이 행정부의 국내 도청과 관련해 부쉬 대통령 불신임을 주장했을 때 미국민들의 과반수인 56%가 정치적 주장이라며 외면했지만, 이런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문: 부쉬 대통령과 공화당의 상황이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입니까.

답: 국내정치적 요인과 이라크 등 해외 상황을 꼽을 수 있습니다. 국내적으로는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와 관련한 로비 의혹 등 부패 스캔들과 치솟는 유가, 그리고 최근 미 전역의 도시에서 계속되고 있는 이민 관련 시위가 정국불안 요인으로 작용한 탓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지난해 발생한 태풍 카트리나의 피해복구가 여전히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 대한 현지인들의 불만이 언론에 계속 보도되고 있는 것도 한 이유라는 분석입니다.

이밖에 이라크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군 희생자가 줄곧 늘어나는 등 부쉬 행정부는 그야말로 안팎으로 좋은 여건이 하나도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 부쉬 대통령과 공화당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공화당 내에서 조차 부쉬 대통령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지요.

답: 공화당 일각에서는 백악관이 대통령의 측근인사들로만 운영되면서 비밀주의가 너무 많다는 불만이 갈수록 커가고 있습니다. 공화당 소속으로 상원 법사위원장인 알렌 스펙터 의원은 백악관이 중앙정보국 요원의 신분을 언론에 노출한 이른바 `리크 게이트'와 관련해 "당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부쉬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이 국민에게 정확히 밝혀야 한다"고 민주당과 같은 주장을 폈습니다.

스펙터 위원장은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가지고도 대통령이 설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부쉬 대통령은 체니 부통령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자세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현 상황을 반전시킬 극적인 카드가 없을 경우 이제 불과 6개월도 남지 않은 올해 중간선거에서 참담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