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통하지 않고 북핵문제 진전 기대 어려워” –힐 미 국무부 아태담당 차관보

북한 핵 6자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북한과의 대화는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20일 미국 국회 상원 외교관계위 청문회에 출석해 이달 초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대응방안에 관해 증언하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청문회에서 일부 의원들은 북한과 직접 양자회담을 할 행정부의 용의를 질문했지만 힐 차관보는 "문제는 대화가 부족한 데 있는 게 아니라 북한이 협상장에 복귀하려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장을 취재한 윤국한 기자가 자세한 내용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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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지난 5일 북한이 한국의 동해상에 7발의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이래 대응방안 마련에 부심해 왔습니다. 그 결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을 규탄하고 미사일 추가발사 중단과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15개 이사국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상원 청문회에서 이번 결의안은 북한에 두 가지 선택을 준 것이라면서 국제사회로 부터 추가 압력을 받고 경제적, 정치적으로 고립이 심화되는 길을 택하느냐 아니면 모두에게 혜택이 되는 평화적, 외교적 해결책을 갖게 되느냐가 북한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미국은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진하고 있지 않으며 다만 북한의 행태를 바꾸려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청문회에서 일부 의원들은 부쉬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있다면서 이란에 제시한 것 처럼 직접대화를 할 용의가 없는지를 물었습니다. 북한과의 직접대화에 대해서는 짐 리치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아시아 태평양 소위 위원장도 하루 전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회견에서 지지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힐 차관보는 미국은 북한과의 양자접촉을 피하지 않는다면서도 이는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과 별도로 직접협상을 할 경우 6자회담은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면서 6자회담을 통하지 않고는 북 핵 문제에서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문제는 북한과의 대화 부족이 아니라 북한이 지난해 9월 6자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이행하기 위한 근본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열린 6자회담에서 핵을 포기하기로 합의했으며 대신 미국 등 나머지 당사국들은 북한에 경제지원을 하기로 한 바 있습니다.

힐 차관보는 미국은 다른 나라들과 함께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해 협력하겠지만 북한이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을 거부하는 등 국제사회의 뜻을 계속 거역할 경우 압력을 강화하는 등 보다 강력한 조처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미국이 이와 관련해 어떤 조처를 검토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서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힐 차관보는 또 북한에 대한 조처는 어떤 것이든 중국 등 6자회담 참가국들과 긴밀히 조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북한이 중국 등의 강력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의도에 큰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힐 차관보는 이에 대해 분명한 답을 하기는 불가능하다면서도 "북한은 자신들의 군사적 역량을 과시하면서 이를 통해 협상에서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이어 이번 일로 북한의 우방이자 최대 지원국인 중국의 좌절감의 큰 것으로 안다면서 최근 북한을 방문한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 등 중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을 위해 오래 기다렸지만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밖에 힐 차관보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남한 내에서는 정부의 대북한 정책에 대한 논의가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논의의 방향은 이번 일을 계기로 북한과의 관계를 좀더 엄격하게 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힐 차관보는 이달 초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시 적어도 1명 이상의 이란 정부 관계자가 북한을 방문해 현장에서 이를 관람했다는 보도의 진위 여부를 묻는 리처드 알렌 상원의원의 질문에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북한과 이란의 관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힐 차관보는 청문회가 끝난 뒤 이에 대한 기자들의 추가질문이 이어지자 청문회에서 잘못 말했다면서 "이란 정부 관계자들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관람했다는 보도의 진위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