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사망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받은 선물들을 모두 한 곳에 모아 놓은 전시관을 관광지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바로 평안북도의 묘향산 계곡에 있는 ‘국제친선전람관’이라는 곳인데요, 최근 서방언론들이 현장방문기를 전하면서 새롭게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이 곳이 어떤 곳인지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문: 유미정 기자! ‘국제친선전람관’은 어떤 곳입니까?
답: 네, 이곳은 말씀하신대로 김일성 주석이 생전에 받은 선물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받은 선물들을 한 곳에 모아둔 곳인데요, 일종의 종합 선물전시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전시관은 지난 1978년 8월 평안북도 향산군 묘향산 계곡에 세워졌는데요, 북한에서는 ‘영광의 선물관’ 또는 ’세계의 보물고’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고 있습니다.
문: 그렇군요. 그러면 이곳에 전시된 선물 규모는 어느 정도나 됩니까?
답: 지난해까지 김일성 선물관에 전시된 선물은 총 22만1천4백11 점이고 김정일 선물관에는 총 5만5천4백23 점의 선물이 전시됐었던 것으로 알려져있 습니다. 이들 선물들은 선물을 제공한 국가나 단체에 따라 유럽, 아프리카 등 대륙과 국가별로 분류돼 전시돼 있습니다. 김일성 선물관의 경우 전시된 22만여점의 선물을 다 보려면 하루 8시간씩, 한 점 당 1분씩 본다고 했을 때 1년 반 이상이 걸린다고 하니 그 양의 규모를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문: 실제로 이곳을 방문했던 미국 관광객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이들은 ‘국제친선전람관’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았다고 전하던가요?
답: 네, 최근 미국인 스콧 피셔 씨가 부시 대통령에 의해 악의 축으로 지정됐던 북한과 이란, 이라크 3국을 여행한 경험을 ‘악의 축 세계여행 (Aixs of Evil World Tour)’이라는 제목의 저서로 출간했는데요, 피셔 씨는 이 책에서 자신이 2002년 ‘국제친선전람관’을 방문했던 경험을 자세히 전하면서, 박물관이라기 보다는 종교적 장소같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피셔 씨는 전람관 내부가 아주 적막하고 평화로워서 마치 예배를 드리러 교회에 들어가는 것 같았고, 마치 이란 사람들이 이란에서 존경받는 성직자 이맘이나 아야톨라의 성전에 들어가는 것과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피셔 씨는 실제로 자신들은 농담을 주고받지 못하도록 사전 주의를 받았고, 선물관 내부로 들어갈 때는 신발의 흙이나 먼지가 떨어지지 않도록 신발 위에 덧신을 신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문: 그러면 이곳에 구체적으로 어떤 선물들이 전시돼 있는지 궁금하군요.
답: 아무래도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들로부터 들어온 선물이 가장 많습니다. 중국의 마오쩌둥과 러시아의 스탈린은 각각 객차 (Railway Carriage)를 김일성 주석에게 선물로 보냈구요,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는 악어가죽으로 된 서류가방, 그리고 게오르기 말렌코프와 니콜라이 불가닌 전 소련 총리는 영화 언터쳐블 (The Unterchables)에 나오는 것과 같은 리무진을 보냈습니다. 또 1989년 처형된 전 루마니아 독재자 니콜라이 차우세스쿠는 자신이 직접 사냥한 곰의 머리를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문: 서방세계에서 보낸 선물도 있습니까? 특히 미국에서 보낸 선물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답: 네,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 전시실이 전람관의 한 동을 차지하고 아프리카와 아랍국가 전시실도 여러 개인데 비하면 매우 빈약합니다. 어떻게 보면 전시된 선물들을 통해서 국제관계에 나타난 북한의 힘과 동맹의 변화를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요, 미국의 경우 카터 전 대통령의 감사편지나 `CNN방송'의 로고가 박힌 커피컵 등 소박한 선물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이 선물한 주방과 침실을 완벽하게 갖춘 사치의 극을 이루는 객차와는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문: 이곳을 직접 보고 온 피셔 씨는 가장 인상에 남는 선물이 뭐라고 하던가요?
답: 네, 피셔 씨는 역시 화려함 면에서 객차가 압권이었지만,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방북 때 가져온 농구공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습니다.
피셔 씨는 씨는 올브라이트 장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농구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미국 농구스타 마이클 조던이 사인한 농구공을 선사했는데, `세계 최대 부자나라 미국에서 가져온 선물이 고작 농구공이냐'는 북한사람들의 반응이 아주 재미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문: 그런데 김정일 선물관이 건축된 1996년은 북한에 사상 최악의 기근이 발생했던 때가 아닙니까? 일부 전문가들은 당시 기근으로 1백만명 이상이 아사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그런 가운데 큰 돈을 들여 이런 전시관을 만들었다는 게 모순처럼 생각되는데요.
답: 네, 지적하신대로 ‘국제친선전람관’ 내부는 동으로 주물된 문에서부터 대리석과 화강암 등 값비싼 재료로 꾸며져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곳을 방문한 미국 ` 블룸버그통신'의 브래들리 마틴 기자는 이곳의 안내원들은 북한이 고난을 겪은 것은 미국의 경제제재 때문이고, 자신들은 북한 지도자들이 사유심을 버리고 모든 선물을 나라에 기부해 전 인민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는데 크게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지금까지 유미정 기자와 함께 세계 최대의 선물 전시관, 북한의 ‘국제친선전람관’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