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필주 평양과기대 농대 학장

오는 9월 개교 예정인 북한 최초의 국제대학인 평양과학기술대학이 초대 농대 학장으로 미국에 거주하는 농업전문가이자 대북 지원 사업가인 미국 미네소타대학의 김필주 교수를 임명했습니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지난 1962년 미국으로 이민 온 올해 71살의 김 교수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부족한 기자재를 도입하고, 해외인력을 확보해 식량 증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또 북한의 만성적 식량부족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당분간 한국 정부의 비료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근삼 기자가 김필주 학장을 인터뷰했습니다.

문: 김필주 교수님, 이번에 평양과학기술대학의 초대 농대 학장으로 임명되셨는데요, 앞으로의 계획을 좀 소개해 주십시요.

답: 평양과기대는 오는 9월에 개교할 예정인데, 아직 학교를 열지 않았으니까 저희는 설립 학장으로 돼 있습니다. 농대는 박사원 수준이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첨단 과학기술을 이용한 농업 증산, 새로운 품종 개발, 생산성 문제, 경영 방법 등 여러 가지를 연구할 생각입니다. 또 되도록이면 미국이나 외국에서 첨단기술을 연구하는 농학자들이 많이 참석해서 강의도 하고, 실험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농업개발에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그런 방향으로 채용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문: 북한에는 기존의 농업 연구기관들이 있는데요, 평양과기대는 이런 기관들과 차별화해서 어떤 성과를 기대하고 있습니까?

답: 기존 연구기관도 학술적으로는 참 앞서 있습니다. 하지만 기자재가 부족하기 때문에 오는 한정된 부분이 있는데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보완해 가면서 또 북한 학자들이 함께 힘을 합해서 새로운 방향으로 강의를 하려고 합니다.

문: 김 교수님은 미국에서 오래 산 재미 한국인으로써 이번에 평양과기대에 참여하면서 남다른 감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답: 같은 동족이고, 또 우리가 미국에서 첨단이라면 첨단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니까, 되도록이면 우리가 배운 것들을 같이 가서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합니다. 사실은 북한에 계신 분들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는 지식사업에 많이 공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외국에서 하는 것 같은 실험 기자재를 갖고 좀 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사업이 진행됐으면 하고, 또 그것이 식량생산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문: 김 교수님은 북한 정부의 협조를 받아서 협동농장을 크게 운영하고, 또 목화재배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압니다. 좀 소개해 주시죠.

답: 저는 비정부기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구촌농업협력 및 식량나누기운동’ 이라는 기구인데요. 2003년에 농장을 네 개를 맡아서 운영하기로 북한 정부로 부터 허락을 받아서 시작했습니다. 그 때 마침 중국에서 사오던 솜 값이 너무 올라서 목화를 재배해보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알아본 결과 북한에서도 재배할 수 있는 품종이 있어서, 다행히 목화 농사를 올해로 5년째 짓고 있습니다. 저희가 처음에는 정보당 0.72t을 수확했는데, 둘째 해에는 1.2t, 셋째 해에는 2.3t, 작년에는 홍수가 나서 작물을 많이 잃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수확량이 많지 않아서 1.6t 정도 했구요. 올해는 3t에서 3.5t 정도 해보겠다고 농민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문: 농장이 황해도에 있죠?

답: 황해북도 봉산군에 2개가 있고, 황해남도 함천군에 2개가 있습니다.

문: 요즘 북한의 식량 사정과 농업 현황에 대해 우려섞인 목소리가 있고, 여러 가지 분석들이 있습니다. 북한에 오랫동안 도움을 주신 농업 전문가로서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답: 저는 비관적으로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협동농장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것은 기자재를 제대로 쓰고 기술적인 면에서 개선을 하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첫째는 북한의 땅이 굉장히 노화됐는데 유기질 비료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유기질 비료를 투입하면서 복합비료를 주면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자재가 없으니까 많은 경우 순전히 인력에 의존하는데, 그 것도 기계화하고 또 효율적인 기계화 방법을 쓰면 식량 사정이 지금보다 많이 개선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남한에서 50만t씩 지원하던 비료가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에, 저는 올해 농사에 대해 참 많이 걱정을 합니다. 제 생각에는 남한에서 인도적인 차원에서 비료는 계속 보내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 비료는 시기가 늦었다는 의견도 있지 않습니까?

답: 시기가 좀 늦었습니다. 하지만 아무 것도 없는 것보다는, 복합비료는 늦은 것 같고 요소비료라도 좀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문: 유기비료를 확보하기 위해 북한이 축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기자재 구입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경제 개선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김 교수님은 어떤 제언을 하시겠습니까?

답: 축산 도입이 참 중요합니다. 하지만 축산을 도입하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그 때까지는 남쪽에서 유기비료를 지원해야 합니다. 남쪽에서는 유기비료를 많이 생산하고, 또 유기비료를 생산할 수 있는 축산 폐기물이 많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이런 것들을 비료화해서 북한에 보낼 수 있도록 양측의 합의가 빨리 이뤄져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김근삼 기자가 오는 9월 개교 예정인 평양과기대 초대 농대학장으로 임명된 김필주 교수를 인터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