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7일 북 핵 위기의 상징물로 꼽혔던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했습니다. 냉각탑 폭파는 미국 국무부의 성 김 한국과장과 6자회담 참가국 언론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전세계에 텔레비전으로 중계됐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북한 핵 위기의 상징물인 영변 냉각탑이 27일 오후 5시 5분쯤 폭파됐습니다.마치 깔대기처럼 생긴 20미터 높이의 거대한 콘크리트 냉각탑은 이날 강력한 폭발음과 함께 검은 연기에 휩싸여 순식간에 무너졌습니다. 검은 연기가 걷히자 냉각탑 주변에는 구부러진 철근과 콘크리트 조각만 어지럽게 널렸고, 이로써 지난 1986년부터 본격 가동된 냉각탑은 22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날 영변 현장에는 미국의 성 김 국무부 한국과장을 비롯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관계자와 미국,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기자 등 10여 명이 폭파 장면을 지켜봤습니다.
미 국무부의 성 김 한국 과장은 폭파 작업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말했습니다.
성 김 과장은 "폭파가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끝났다"며, "냉각탑은 완전히 파괴돼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됐고, 이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여 준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냉각탑 폭파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주요8개국 외무장관 회담 참석차 일본에 머물고 있는 라이스 장관은 "영변 핵 시설은 핵무기용 플루토늄을 추출하던 시설"이라며, 이번 냉각탑 파괴는 "북한이 플루토늄 생산을 중단케 하는 중요한 조치"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도 냉각탑 폭파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청와대의 이동관 대변인은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과 냉각탑 폭파는 한반도 비핵화로 가는 첫 단추를 끼운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동관 대변인은 그러나 "앞으로 끼워야 할 단추가 많다"며, "한국 정부는 나머지 핵 불능화 작업이 조속히 완료되길 기대하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냉각탑 폭파를 통해 자신들의 비핵화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조성렬 안보연구실장입니다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는 당초 10.3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북한이 합의 내용이 아닌 영변 냉각탑 폭파까지 허용하고 이를 방송을 통해 알리게 된 것은 자신들의 비핵화 의지를 내외에 표명하고 이를 계기로 미국이 취하는 테러지원국이나 적성국 교역법 조치가 단지 북-미 관계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지위를 인정받는 계기로 삼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냉각탑 폭파가 미국 내 대북 강경파를 의식한 전시용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 정부 시절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통합민주당 송민순 의원은 "북한이 핵 신고를 하고 냉각탑을 파괴하는 시나리오는 지난 해 여름부터 한-미 간에 긴밀히 협의해 온 것"이라면서, "냉각탑 폭파 텔레비전 중계도 미국 내 강경파를 겨냥해 논의된 내용"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냉각탑 폭파와 관련해 당초 예정됐던 미국의 뉴스 전문 텔레비전 방송인 CNN 등의 생중계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영변 지역에는 위성을 송출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생중계가 어려웠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냉각탑은 북한 핵 문제의 상징물이었습니다. 북한은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만들기 위해 지난 20년 간 5메가와트 원자로와 냉각탑을 가동해 왔습니다. 미국 정보 당국은 영변 냉각탑에서 수증기가 포착될 때마다 북한이 핵 개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