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 문건, ‘김일성 주석, 북한 비핵화 지지’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북한 비핵화를 지지한다고 직접 언급한 사실을 보여주는 중국 정부의 공식 외교문서가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이 문서에는 또 중국과 소련의 이념 분쟁이 격화됐던 1960년대 초 김일성 주석이 소련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중국을 지지하겠다고 다짐한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베이징 현지를 연결해서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VOA-1 : 김일성 주석이 비핵화를 지지한다고 직접 언급한 중국 정부의 공식 외교문서가 공개됐다는데, 먼저 그 내용부터 전해주시죠..

->베이징: 중국 외교부는 고 김일성 북한 주석의 서신을 비롯해 1961~1965년 사이에 작성된 외교문서 4만1천97건의 기밀을 해제해 지난 12일부터 공개했는데요, 이번에 공개된 중국 외교문서 가운데 1964년 10월 30일 김일성 주석이 당시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에게 보낸 서신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은 북한 정부는 핵무기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핵무기를 철저히 폐기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면서 핵무기 폐기를 앞으로도 계속 지지한다고 밝힌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VOA-2: 북한은 그동안 김일성 주석의 유훈을 앞세워 한반도 비핵화에 동의한다고 밝혀 왔는데, 이번 외교문서는 북한의 이런 입장을 확인해준 셈이군요?

->베이징: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북한 측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비핵화 실현에 대해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확언하는 등 북한은 6자회담을 비롯한 각종 채널을 통해 김일성 주석이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했다는 것을 전해 왔는데요, 이 같은 북한의 주장이 김일성 주석이 직접 써서 중국에 보낸 답신 형태의 외교문서로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실제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가진 남북정상회담에서, 핵무기를 가질 의사가 없으며, 이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고, 이 의지는 확고하다고 말한바 있습니다.

VOA-3: 이번 외교문서에서는 김일성 주석이 미국의 핵 정책에 대해 보인 반응도 들어 있다지요?

->베이징: 네, 김일성 주석은 1964년 당시 저우언라인 중국 총리에게 보낸 서신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천명하면서도, 미국의 핵 정책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는데요, 김일성 주석은 이 서신에서 미국의 핵 위협 정책과 핵전쟁 도발 음모에 반대하기 위한 투쟁은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VOA-4: 김일성 주석은 당시 혈맹관계이던 중국의 핵 개발에 대해서는 어떤 태도를 밝힌 것으로 나와 있나요?

->베이징: 북한은 1960년대 당시 핵개발에 반대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중국의 핵 개발에는 지지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김일성 주석은 저우언라인 중국 총리에 보낸 서한에서, 중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제1차 핵실험을 성공한 것은 미국의 핵 위협에 맞선 방어적 조치로서 명백히 옳은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아시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일성 주석은 또 1965년 5월 17일 최용건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공동명의로 보낸 별도의 서한에서 마오쩌둥 전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자들에게 제2차 핵실험의 성공을 축하한다고 밝히고, 중국이 이룩한 성과는 미국의 핵 위협에 맞서 사회주의 인민들의 평화 수호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VOA-5 : 이번 문서에는 1960년대 초 김일성 주석이 소련을 강하게 비판하고 중국을 지지하겠다고 다짐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지요?

->베이징: 1963년 9월 당시 류사오치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일성 주석과 세 차례에 걸친 정상회담에서 나눈 대담 내용도 이번에 처음 공개됐는데요, 당시 내각수상이던 김일성 주석은 1963년 9월18일 평양에서 열린 류사오치 당시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흐루시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등장 이후 소련이 북한 노동당에 압력과 간섭을 행사하며 전복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북한 노동당은 사상적으로 이미 흐루시초프와 갈라섰다고 밝혔습니다.

김일성 주석은 또 북한은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반 소련 노선을 취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면서, 중국이 흐루시초프와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의 관계가 틀어진다면 북한은 중국의 입장에 한결같이 설 것이라고 말해, 중국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이 외교문서는 북한이 1960년대 이후 공산권 양강 체제인 소련과 중국의 이념 분쟁 과정에서 어떤 입장을 견지했는지를 나타내면서 1970년대 들어 주체사상을 통해 독자적인 공산주의 노선을 걷기 전의 외교 전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VOA-6 : 이번에 중국 외교부가 기밀 해제한 외교문서에는, 이밖에 또 어떤 내용들이 들어 있나요?

->베이징: 중국 외교부는 1961~1965년 사이 작성된 외교문서 4만1097건의 기밀을 해제해 지난12일부터 공개했는데요, 이번에 기밀이 해제된 외교문건 수는 지금까지 공개된 전체 문건과 맞먹는 최대 규모입니다.

중국 국무원 산하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번에 기밀 해제된 문건 가운데는 1960년대 중국과 과거 소련의 관계 악화 과정을 담은 문서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또한 중국과 인도의 국경분쟁 과정, 저우언라이 총리의 아프리카 순방, 1962년 중국-일본간 무역협정 비망록 등도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번에 공개된 문건 중에 일부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직접 열람하더라도 내용을 확인할 수 없도록 처리했습니다.

VOA-7 : 중국 외교부는 어떤 기준을 바탕으로 과거 외교문서를 공개하고 있나요?

->베이징: 중국은 30년이 지난 외교 문서를 순차적으로 공개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는 게 중국 외교부 산하 문서보관소의 설명인데요, 중국 외교부는 앞서 중국은 2004년과 2006년 두 차례에 걸쳐 총 4만여건의 문서를 기밀 해제한 바 있습니다. 또한 중국 외교부는 앞으로 3년 안에 지난 1965년부터 1977년 사이에 작성된 외교문서에 대해서도 기밀 해제 과정을 거쳐 점차 공개할 방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