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오늘도 김정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문) 범죄 수사에 있어서 DNA 감식, 한국 말로는 유전자 감식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방법은 범죄 현장에 남아 있는 범인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용의자 중에서 범인을 가려내는 방법으로 범죄수사에 있어서 최첨단 기술로 인정받고 있는데요? 김정우기자, 미국 서북부 알래스카 주에서 성폭행 혐의로 26년 형을 선고받았던 한 남성이, 이 유전자 감식을 이용해 자신이 무죄인 것을 증명해 달라고 연방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던군요?
(답) 그렇습니다. 이 소식의 주인공은 윌리엄 오스본 씨입니다. 오스본 씨는 지난 1993년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시에서, 한 성매매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이후 오스본 씨는 유죄가 인정돼, 26년 형을 선고받았고요, 형을 살다가, 유죄을 인정한 대가로 지난 2006년에 가석방됐죠? 오스본 씨는 가석방 된 후에,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면서, 연방대법원에 알래스카주가 자신의 유전자를 감식해, 자신이 성폭행 사건의 진범인지 아닌지 밝힐 것을 명령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문) 요즘 미국에서는 심심챦게, 이 유전자 분석 기술을 이용해서, 감옥에서 풀려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오스본 씨가 주 법원도 아니고 연방대법원에 까지 유전자 감식을 해 줄 것을 요청한 이유는 뭔가요?
(답) 이유는 간단합니다. 바로 오스본 씨가 사는 알래스카 주는 형이 확정된 후에는,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서 유전자 감식을 허용하는 법이 없기 때문이죠. 참고로 미국 50개 주 중에서 44개 주가 이를 허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문) 그렇군요. 오스본 씨 같은 경우 관련 법 규정이 없는 알래스카주에 사는 이유 때문에, 이 유전자 감식의 혜택을 받지 못했지만, 미국에서는 지난 1980년 후반에 이 유전자 분석법이 범죄 감식에 도입된 후, 많은 사람들이 범죄혐의에서 벗어나긴 했죠?
(답) 그렇습니다. 이렇게 유전자 분석 기술로 누명을 벗고자 하는 사람들을 돕는 단체인 ‘Innocent Project’라는 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이 유전자 감식 기술이 도입된 이후에 모두 232명이, 형을 사는 도중이나, 아니면 형을 마친 후에, 이 방법을 통해서 혐의를 벗었다고 합니다.
(문) 그런데, 눈에 띄는 사실은, 이렇게 나중에 무죄가 입증된 사람들 중에는 사형이 선고됐던 사람들도 있다는거죠?
(답) 그렇습니다. 이제까지 누명을 벗은 사람, 232명 중에서 17명이 사형수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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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오늘은 유전자 감식 기술을 이용해서, 범죄 혐의를 벗은 억울한 사람들의 얘기를 해드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김정우 기자, 이렇게 잘못된 판단으로 감옥에 있다가, 유전자 분석으로 범죄 혐의를 벗고 사회에 나와도, 대부분은 사회에 적응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요?
(답) 맞습니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신문이죠? ‘유에스에이 투데이’지가 최근 기사에서, 이런 사람들의 사연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유에스에이 투데이’지는, 특히 이 ‘성범죄’로 기소돼, 감옥에 갔다가, 유전자 분석으로 풀려난 사람들의 사연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에 소개된 사람들의 사연을 보니까요, 이들은 일단 무죄를 인정받았어도, 누명을 받고 감옥에 있었던 기간을 보상받기가 힘들다고 하네요.
(문) 이런 사람들이 경찰이나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여서 거액의 보상금을 받았다는 뉴스를 가끔 들을 수 있는데, 보상받기가 힘들다는 말은 무슨 말인가요?
(답) 소송이 없이 자동적으로 이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주는 25개 주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25개주는 누명을 벗은 사람들에게 자발적으로, 보상금을 지급하지는 않는다는 그런 얘기죠? 그런데, 실지로는, 이 사람들에게 보상금을 공식적으로 지급하는 주들도, 해당자가 민사소송을 법원에 제기하는 것을 포기하는 조건하에서만 보상금을 준다고 하는군요. 민사소송을 포기하라면, 정부가 제시하는 금액을 그냥 받아들이라는 얘긴데요, 아무래도, 정부 당국 입장에서는 피해자에게 줄 보상금 액수를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하는 게, 상식일테니까, 이래저래,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위해선,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유에스에이 투데이’ 신문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문) 기사를 보니까, ‘성범죄’ 혐의를 받았다가 풀려난 사람들은 사회에 돌아가서도, 성범죄자란 꼬리표가 따라 다녀서, 사회에 적응하기가 아주 힘들다고 하더군요?
(답) 그렇습니다. 미국은 현재 이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성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있다가 출소한 사람은 일단 거주지에 성범죄자 등록을 해야 하고요, 만날 수 있는 사람이나, 외부에서 활동할 수 있는 거리에 제한을 두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들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 성범죄자들은 같은 종류의 범죄를 다시 저지를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성범죄에 대해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가, 유전자 감식으로 다시 무죄판결을 받은 사람까지도, 성범죄자로 등록할 것을 요구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입니다.
(문) 무죄임이 확정됐지만, 사회에 나가서 성범죄자로 등록이 되어야한다면, 일상 생활하는데, 문제가 많겠군요?
(답) 물론이죠. 성범죄자에 대한 기록은 관공서 웹사이트를 통해서 누구나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이 일자리를 얻거나, 살 곳을 얻을 때 어려움이 많다고 합니다. 심지어 몇몇 주에서는 일반 전과자들이 사회에 복귀할 때 제공하는 혜택인 직업 훈련이나 상담 같은 것들도 이들에게는 제공하지 않는다고 하는군요.
(문) 발전하는 과학기술이, 억울한 누명을 벗겨주고, 이들을 사회로 돌아올 수 있게 했지만, 이들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없애주지는 못하는군요?
(답) 네, 뉴저지주 사회보장국에서, 잘못된 유죄판결을 받았다가 무죄로 판명된 사람들을 상담해주는 심 플라텍 씨는 다른 사람들보다 이 성범죄에 관련됐다가 무죄로 풀려난 사람들이 사회에 적응하기가 더 힘들다고 합니다. 일단 나중에 무죄임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성범죄자란 낙인이 찍혔다는 것과 이들에 대한 사회의 냉대가 이들에게 큰 상처를 입힌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많은 이들이 무죄판결을 받은 이후에도, 우울증을 앓거나, 상처를 달래기 위해, 술이나 마약에 의지한다고 플라텍 씨는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