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에이즈 환자의 천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었던 태국이 에이즈 퇴치에 큰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매매 종사들의 에이즈 감염은 오히려 더 늘고 있습니다. 태국 보건 당국은 올해 태국의 에이즈 환자가 1만 2 천 명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MC: 태국 하면 한 때 아프리카 지역과 함께 에이즈가 창궐하는 나라로 유명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태국은 지난 1984년 처음 에이즈 환자가 발생한 뒤 매년 에이즈 환자가 급격하게 늘었는데요, 1991년에는 에이즈 환자 수가 15만 명이나 발생했습니다. 지금까지 태국에서 에이즈에 감염돼 숨진 사람은 61만 명이 넘습니다. 현재 태국의 에이즈 환자는 51만 명이 넘습니다.
MC: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태국의 에이즈 환자가 줄어 들고 있다구요?
기자: 그렇습니다. 태국 보건부는 올해 에이즈 환자가 1만2천 명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요, 10년 전만 해도 한 해 12만 명 넘게 에이즈 환자가 발생했던 것에 비하면 10분의 1수준으로 크게 떨어진 겁니다. 태국에서는 특히 군인들 사이에 한 때 에이즈가 널리 퍼져서 큰 문제가 됐는데요, 지난 1995년 군인의 에이즈 감염률이3.4%까지 올라갔지만 최근 들어서는 0.5% 아래로 뚝 떨어졌습니다. 이런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정부 뿐만 아니라 민간단체들과 국제기구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에이즈 치료제를 보급하고 에이즈 예방에 관한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에이즈 환자들에 대해서는 사회복지 혜택을 늘렸습니다.
MC: 이렇게 에이즈 환자 수가 감소 추세에 있더라도, 성매매 종사들은 여전히 에이즈에 노출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기자: 사실 성매매 종사자들은 항상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아주 높습니다. 성 행위 상대가 많다 보니까 그만큼 에이즈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많은 건데요, 태국 보건부와 유엔도 이런 사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유엔 에이즈계획의 패트릭 베니 태국 담당 조정관은 태국의 전체 에이즈 환자는 줄고 있는 반면에 성매매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에이즈 환자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베니 조정관은 성매매 종사자들과 관계를 가진 남성이 부인에게 에이즈 바이러스를 옮기는 경우가 늘고 있어서 특히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MC: 문제가 이렇게 심각하다면 어떤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기자: 민간단체들이 문제 해결에 앞장 서고 있습니다. 수도 방콕과 휴양도시 파타야에서 성매매 남성들을 대상으로 에이즈의 위험을 알리고 있는 SWING이 이런 일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단체입니다. 이 단체는 에이즈 확산을 막기 위해 성매매 남성들에게 남성용 피임기구인 콘돔을 나눠주는 운동도 벌이고 있습니다.
MC: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민간단체들이 나서서 하고 있다면 어려움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물론 어려움도 많습니다. SWING의 수랑 쟌얌 국장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콘돔을 나눠준다고 해서 문제가 풀리는 게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콘돔을 받아 든 사람들은 성매매 종사자라는 게 금방 탄로날 수밖에 없는데 태국에서는 성매매가 불법 행위이기 때문에 성매매 남성들이 경찰에 체포되기 일쑤라는 겁니다.
MC: 문제가 간단치 않군요. 하지만 경찰이 융통성을 보여준다면 해결 방법이 나오지 않을까요?
기자: 맞습니다. 그래서 SWING은 경찰을 찾아가서 이 문제를 상의했는데요, 처음에는 지방 경찰서들을 상대로 일일이 협조를 구했지만, 지금은 중앙의 경찰 사관학교와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사관 생도들은 마지막 학년에 3주 동안 SWING 관계자들과 거리나 주점으로 가서 성매매 종사자들에게 콘돔을 나눠주고 에이즈의 위험에 대해서도 알리고 있습니다. 사관 생도들 사이에서는 이런 활동을 통해서 성매매 종사자들 역시 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는 좋은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MC: 태국이 에이즈 퇴치에 좋은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