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한 남성 에이즈 지식 절대부족’

북한주민들이 후천성면역결핍증, 에이즈를 유발하는 바이러스, HIV 등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며, 이에 대한 보다 철저한 예방교육이 필요하다고 유엔이 밝혔습니다. 유엔은 특히 최근 HIV 감염자가 급격히 늘고 있는 중국 국경으로부터 북한으로의 통행이 많아져 위험성이 높아졌다고 경고했습니다. 서지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주민들에 대한 후천성면역결핍증, HIV 바이러스 감염 위험도가 높아진 가운데 주민들의 에이즈에 대한 인지도가 지극히 낮아 철저한 예방교육이 필요하다고, 유엔 산하 기구들이 경고했습니다.

유엔 기구들과 민간 연구기관의 협동 연구단체인 '에비던스 투 액션'(Evidence to Action)은 최근 발간한 북한의 에이즈 현황에 대한 보고서에서, HIV 감염자 수가 늘어나고 있는 중국으로부터 북한으로의 통행이 늘고 있다며 이같이 경고했습니다.

보고서는 특히 중국과 북한 국경 지역에서의 수혈의 질이 낮아 북한에서 HIV 바이러스에 잠재적으로 노출될 위험이 높아졌다고 덧붙였습니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인체의 면역기능을 점차 잃어 세균 감염 위험이 높아지며, 대개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에비던스 투 액션'은 유엔아동기금, UNICEF와 유엔 산하 에이즈 전담기구인 유엔에이즈계획, UNAIDS, 세계보건기구, WHO 등 유엔 산하 기구와 아시아개발은행, ADB, 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 UCLA 등이 연합해 결성한 연구단체로, 태국 방콕의 UNICEF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사무소가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에비던스 투 액션'은 보고서에서 북한주민 수백 명 가운데 3.5%만 성 관계, 수혈, 유전, 주삿바늘 공유 등 HIV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는 4가지 위험 요인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이어 북한에서 성 관계로 인한 에이즈 감염 위험은 거의 없지만 약물 투약 중 감염될 위험 요인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엔아동기금, UNICEF 의 조사 결과 HIV- 에이즈 예방에 대해 조사 대상 북한 남성의 평균 25.9%, 여성의 14.5%만이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역별로는 도시 지역 남성의 28.3%, 여성의 16%가 인지하고 있었고, 농촌 지역의 경우 에이즈에 대한 상식이 크게 떨어져 남성은 18.1%, 여성은 9.6%만 에이즈 예방에 대해 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또 유엔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15살에서 19살 사이의 북한 남성 가운데 피임기구인 콘돔을 사용한 사례는 거의 전무했습니다. 유엔인구기금, UNFPA는 북한주민들의 가족 계획과 에이즈 예방을 위해 매년 콘돔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관련 정부 기관과 민간단체, 보건성 등 각 지방에서의 통합된 HIV-에이즈 방지 체계가 부족해 북한에서 HIV-에이즈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는 것이 도전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북한 중앙 정부와12개 각 지방 HIV 연구소에서 북한주민들의 HIV 바이러스, 에이즈 감염 여부를 감시하고 있지만, 외곽 지역에서는 장비와 HIV 시험용품의 부족으로 감시체계가 부족하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유엔에이즈계획의 피터 피옷 사무총장은 에이즈 퇴치를 위한 기금이 부족하다며, 지난 해 저개발국가의 에이즈 퇴치에 1백억 달러를 쏟아 부었지만 실제로 필요한 액수는 1백70억 달러에 달했으며, 필요 기금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당국은 이웃국가들의 HIV 감염자 수가 늘어나자 자체적으로 대응 조치를 취해왔다며, '국가 HIV 에이즈 방지 위원회'(National HIV&AIDS Prevention Commission)를 설립하고, 모든 지방 전염병 예방소와 주요 국경 도시에 HIV 감염 여부를 시험하기 위한 연구실을 세웠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 해 7월 유엔인구기금, UNFPA와 공동으로 평양에서 보건 전문가들과 함께 에이즈 예방책에 대해 논의한 바 있습니다.

보고서는 그러나 북한의 HIV, 에이즈 교육은 대학 등 교육 기관의 전문가들에 대해서만 이뤄져 제한적이며, 전반적으로 북한은 HIV 에이즈 관련 문제들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고 거듭 지적했습니다.

한편, 북한의 HIV 감염자 수에 대해 UNAIDS의 에드워드 미샤우드 공보관은 현재 정확한 통계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