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지난 3일 개막한 데 이어 의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회격)가 개막했습니다. 중국은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 열리는 이번 '양회'에서 경기부양과 사회안정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베이징 현지를 연결해서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VOA: 이른바 '양회'로 불리는 중국 최대 정치행사가 본격 개막됐지요?
베이징: 네, 의회 격인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11기 제2차 전체회의가 오늘(5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했습니다. 오늘 전인대 개막식에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온 2천9백85명의 인민대표들이 참석했습니다. 개막식에서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 해 정부보고와 함께 올해 정부업무 및 경제전략을 발표했습니다.
개막식에 이어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포함한 9명의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은 각 성에 올라는 대표단별 회의에 참석해 올해 정부업무 계획을 놓고 토론을 벌였습니다. 이번 전인대에서는 금융위기가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고 사회안정, 취업, 부정부패 척결 방안 등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전망입니다.
◆VOA-2 : 원자바오 총리가 발표한 올해 정부 업무보고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베이징: 원자바오 총리의 보고는 경기부양 방안에 초점을 맞췄는데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를 8%로 제시하고 경기부양과 내수 확대를 위해 재정적자를 9천5백억위안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원자바오 총리의 말을 들어보시죠.
원자바오 총리는 또 9백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실업률을 4.6% 이내로 통제하는 한편,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로 유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자동차, 철강, 조선 등 10대 중점산업의 조정과 진흥계획을 추진하는 한편, 대졸자와 농민공의 취업을 확대하고,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빈민 가구를 위한 저가 임대주택을 건설하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올해 농민·농업·농촌 등 이른바 삼농 관련 사업을 전면 강화하기 위해 7천1백61억위안의 예산을 투입키로 했습니다. 이밖에 타이완과 종합적인 경제협력 협정을 맺어 새로운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양안간 적대상태를 종식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조건을 마련할 것이라고 원자바오 총리는 강조했습니다.
◆VOA-3: 오늘 개막한 전인대에서 중국 정부가 새로운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나요?
>베이징: 당초 기대와는 달리, 오늘 개막식에서 중국 정부는 새로운 경기부양책은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당초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지난 해 발표한 4조위안 규모의 경기부양책에 이어 추가로 4조∼6조위안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었습니다. 다만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오늘 전인대 개막식에서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지출을 크게 늘려 앞으로 2년 동안 4조위안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는데요, 이는 이미 지난해 11월 발표한 경기부양책입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가 별도의 기회를 만들어 추가 '부양 카드'를 내놓음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VOA-4 : 중국 정부가 올해 국방 예산을 꽤 많이 늘리기로 했다는 소식도 있던데요.
>베이징: 원자바오 총리는 오늘 전인대 보고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의 군사훈련을 기계화 훈련에서 정보화 훈련으로 전환하고 장비의 현대화 수준을 높이는 한편 무장경찰부대의 반테러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리자오싱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대변인은, 올해 중국의 국방 예산을 4천8백6억8천6백만 위안으로 정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는 작년에 견줘 14.9%, 6백24억8천2백만 위안 늘어난 규모입니다.
중국은 지난 해에도 국방 예산을 17.9% 증액하는 등 지난 1999년 이후 최근 20년 간 국방 예산 증가율을 매년 평균 16.2%씩 늘려왔습니다.
리자오싱 전인대 대변인은, 올해 늘어나는 국방비 예산의 주요 사용처는 군인들의 생활 개선이라면서, 군대 정보화사업과 군사 변혁을 위해 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있으며 장비나 시설을 늘리는 일에도 투입되는 경비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하고, 중국의 국방비가 국내총생산(GN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인 반면, 미국은 4%, 영국이나 프랑스 등은 2%를 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VOA-5: 전인대와 함께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의 한 축을 이루는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정협)은, 지난 3일 개막했죠?
>베이징: 중국의 국정자문 회의 격으로 전인대와 함께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의 한 축을 이루는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가 엊그제(3일)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비롯해 2235명의 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해, 12일 오전까지 9일간의 회기에 돌입했습니다. 정협은 예산이나 법안의 승인 권한은 없지만 사회 각 부문과 정파의 대표들이 모여 행정부와 사법기관들의 올해 활동계획을 심사하고 자문하는 최고 국정자문기구입니다.
자칭린 정협 주석은 엊그제 개막식에서 행한 업무보고에서 정협이 대만과의 양안 관계 개선과 민족 단결과 종교계 화목에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이번 회기에 경제살리기와 민생, 취업 문제 등에 대해 많은 제안이 쏟아지고 논의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오치정 정협 대변인은, 이번 회의의 의제가 296개에 달하며 대부분 경제성장과 실업, 경기부양책에 대한 내용들이라고 말했습니다.
◆VOA-6 : 이번 '양회'에 대한 중국 국민들의 반응과 기대는 어떤가요?
>베이징: 최근 경기침체 속에 중국 각 분야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회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은 높습니다. 양회를 맞아 베이징올림픽 이후 최대 규모의 민원인들이 베이징으로 상경해 국무원 민원판공실, 전인대 민원판공실, 최고법원 민원판공실으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민원인들은 대부분 주택, 토지분쟁이나 퇴직금, 부패관리 등의 문제로 베이징을 찾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도 네티즌들의 정치적인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이들의 여론을 정치에 반영하는 모습인데요,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달 28일 총리로서는 인터넷에서 네티즌과의 첫 직접 대화를 갖고 금융위기·경제회복·농민공·교육·취업·의료·주택·부패척결 관련 질문과 건의 에 답하며 민의를 청취했습니다. 또한 관영 중앙방송 CCTV, 신화통신은 자체 웹사이트에 양회 특별코너를 마련하고 네티즌들로부터 정부에 대한 건의 및 질문을 받고 있고, 이동전화를 통해서도 국민들의 의견을 받고 있습니다. CCTV가 개설한 '총리에게 질문 있다'라는 제목의 양회 전문 코너에는 수많은 네티즌들이 질문을 보내고 있습니다.
◆VOA-7 : 예년과 비교해 올해 양회가 달라진 점은 뭔가요?
>베이징: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국이 경제위기 여파로 올해 양회에서는 '절약'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고 있는데요, 중국 정부는 회의 경비 증가율 0%를 방침으로 내세우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우선 정협의 회기가 3일부터 12일까지로 작년에 비해 이틀이 줄었고 전인대도 사흘 정도 회기가 줄어들었습니다. 또한 2천9백85명의 전인대 대표와 2천2백36명의 정협 위원들이 묵게 될 숙소도 기존에 자주 이용됐던 5성급 호텔을 제외해 4성급 호텔 이하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했고, 대표단의 식사비용 상한선도 하루에 100위안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을 뒀습니다. 아울러 회의기간 사용하는 필기구와 종이 등도 모두 환경보호 제품이거나 재생용품으로 대체했으며 위원들의 컴퓨터 휴대를 권장해 인쇄 문서의 양도 크게 줄이는 등 낭비를 줄이기로 했습니다.
◆VOA-8 : '양회' 기간 중에는 보안도 크게 강화되죠?
>베이징: 베이징 공안당국은 정협 개막일인 3일부터 양회가 끝나는 15일까지 약 보름간 자원봉사자를 포함해 약 60만 명의 보안인력을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정협 개막식을 전후해 베이징의 중심 도로인 창안제에서 교통 통제가 이뤄졌고, 베이징 근교에 대한 비행을 금지토록 하는 등 '철통보안'에 나섰습니다. 베이징 시내 주요 광장이나 거리 등 사람들의 통행이 많은 곳에는 사복경찰을 투입해 거리시위 등 돌발사태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중국 공안당국의 이같은 양회에 대한 철통보안은 건국 60주년, 티베트 봉기 50주년, 톈안먼 민주화운동 20주년, 파룬궁 불법화 10주년 등 민감한 정치적 일정이 예고돼 있는 상황에서 그 어느 해보다 사회불안이 가중될 우려가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