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행정부의 금융 지원 방안 논란

미국 정부는 최근 어려움에 처한 은행을 지원하고 금융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수 천억 달러를 투입했습니다. 하지만 금융 위기는 좀처럼 가라앉을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워싱턴 정치권에서는 금융기관들에 대한 지원 방식을 놓고 논란이 확대되고 있는데요, 자세한 소식입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자본이 없으면 작동할 수 없습니다. 또 이런 자본의 상당 부분은 민간 은행을 통해 공급됩니다.

그런데 미국의 주요 은행과 대출업체 중 일부는 파산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미국 정부가 이들 업체에 7천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한 뒤 이미 절반 가량을 투입했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미국 상원 금융위원회의 공화당 간사인 리처드 셸비 의원은 정부가 모든 회사를 구제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셸비 의원은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기사회생이 어려운 회사는 과감하게 문을 닫게 하는 결단도 필요하다면서, 이미 죽은 회사라면 계속 붙잡고 있을 게 아니라 파업 절차 등 후속 조치를 진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였던 존 맥케인 상원의원도, 정부의 대규모 추가 지원이 불안정한 상황만 지속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맥케인 의원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몇몇 은행은 문을 닫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어려움에 처한 은행들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계속 지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에반 베이 상원의원은 'ABC방송'에 출연해서, 은행의 파산은 미국경제 전반에 심각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베이 의원은 대형 은행들의 파산은 그들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미국경제 전반에 심각한 피해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베이 의원은 수십 만명의 생산직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대형 은행과 연계된 소형 은행들의 피해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지원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민주당 소속 찰스 슈머 의원은 경기부양책과 함께 주택 소유주에 대한 특별 지원도 시작됐다면서, 이를 통해 은행들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슈머 의원은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주택 차압이 줄어들고 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서면, 부실 주택융자로 어려움을 겪는 은행들도 대출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미국 금융시장은 계속 경고음을 내고 있습니다. 미국 주식시장의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지난 주 12년 간 최저 수준으로 급락한 가운데 불투명한 경제 전망은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주요 은행들의 내성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은행을 가려내고, 선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정작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내성 테스트에 실패한 은행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냐는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새 재무장관은 임명됐지만 재무부 내 다른 요직에 대한 인선이 늦어지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8일 재무부 차관보 3명을 지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