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오늘도 김정우 기자, 함께 하겠습니다.
(문) 미국은 기독교, 특히 개신교의 전통이 강한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취임식 때,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를 하는 모습을 봐도, 기독교가 미국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지를 알 수 있지요. 그런데 최근 미국의 시사주간지죠? 뉴스위크 지가, ‘미국 기독교의 종말’이라는 제목의 조금, 도발적인 제목을 가진 기사를 실어 화제죠?
(답) 네. 이 기사, 제목만 보면, 미국 기독교가 몰락하고 있다는 내용인가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내용은 아니고요, 현재 기독교가 미국 안에서 점점 그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문) 미국 안에서 기독교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 최근에 눈길을 끄는 조사가 나오지 않았나요?
(답) 네, 지난 달에, 미국 코네티컷 주에 있는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2009미국종교실태조사’ 란 이름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총 26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미국 내 기독교와 관련된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담고 있습니다.
(문)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미국 안에서 기독교인들이 줄어들었다는 항목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답) 네, 2008년 시점으로, 미국 성인 중에서, 자신이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사람의 비율이 76%라고 합니다. 이 비율은 지난 1990년에는 86%였다고 하는군요.
(문) 76%라고 하면 그래도 아직은 상당히 높은 비율 아닌가요?
(답) 비율로는 10% 가 감소한 것인데, 미국의 인구가 3억 명이 넘으니까요, 사람 수로 치면 굉장히 많은 숫자죠? 그런데 이렇게 기독교도의 숫자가 줄어드는 동시에, 신의 존재를 믿지 않거나, 또 불가지론자라고 하죠? 신이란 존재가 있는지 없는지 조차 알 수가 없다고 대답한 사람들의 비율이 늘고 있습니다. 1990년에 이 비율이 8.2%였는데요, 2001년에 14.1%이 됐고요, 2008년에 이 비율이 15%가 됐습니다. 특히, 이중에서 무신론자, 신이 없다고 믿는 사람들의 숫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1990년에 미국 안에서 무신론자 수가 약 1백만 명에 불과했는데요, 2008년에 3백 6십만 명으로 늘었습니다.
(문) 이번 조사 결과는 자유주의자들과 기독교 진영, 모두에게 놀라움을 안겨줬다고 하더군요?
(답) 네, 먼저 자유주의자들의 경우인데요. 이들은 최근 미국 안에서 기독교, 특히 바이블 벨트라고 불리는 남부 지역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미국 정치와 문화에 점점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경계해 왔었죠? 그런데 막상 수치상으로 기독교인 수가 줄어드는 결과가 나온 것이 자유주의자들에게 놀라움을 안겨 주었을 것입니다.
(문) 그렇다면 기독교적 가치가 미국 안에서 널리 퍼지기를 학수고대했을 기독교 진영에서는 실망이 컸겠군요?
(답) 그렇습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큰 기독교 신학교 중에 하나죠? 남침례교 신학교의 앨버트 몰러 총장은 이번 조사 결과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몰러 총장, 또 이런 말을 했네요. 미국을 만들었고, 미국 사회를 가득히 채웠던 기독교가 서서히 쇠퇴하고 있다. 이제 미국에는 기독교적 가치가 아닌 새로운 가치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문) 몰러 총장에게 충격을 준 사실이 하나 더 있지 않나요?
(답) 네, 미국 북동부 지역이죠, 뉴 잉글랜드 주나 버몬트 주 뉴 햄프셔 주 같은 지역들은 미국 기독교에 있어서 중요한 거점으로 생각되던 지역이었습니다. 이번 조사 결과, 이들 지역 사람들이 기독교 문화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문) 그렇다면, 가장 궁금한 것 중의 하나는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하는 건데요?
(답) 글쎄요. 보고서에는 이런 현상이 왜 나타났는가에 대한 해답을 주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여러 전문가들이 여러 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는데요, 먼저 미국에 만연된 개인주의를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네요. 그런데 이 개인주의란 것은 예전부터 서양 사회를 지배해 오던 가치였기 때문에, 이런 설명은 별 설득력이 없어 보입니다.
(문) 그런데 흥미로운 분석 중에 하나로, 지난 90년대와 최근까지,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을 때, 미국에서 위력을 떨친 기독교 복음주의 때문에 기독교인 수가 줄었다는 얘기도 있더군요?
(답) 그렇습니다. 지난 특히 90년대에 ‘포커스 온 더 패밀리’나 ‘모럴 머저러티’ 같은 기독교 복음주의 단체들이 미국 사회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있습니다. 특히나, 이들 복음주의 단체들은 선거를 생각해야 하는 정치인들을 움직여, 자신들의 기독교적 가치를 정부의 정책으로 구현시키려는 노력을 많이 했죠? 그런데, 이런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움직임이, 세상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일으켰다는 지적입니다. 이들 근본주의자들은 성격상, 다른 가치와 타협하지 않는 전투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근본주의자들의 다소 독단적인 자세에 사람들이 등을 돌렸다는 그런 지적이죠?
(문) 미국내 기독교, 그 영향력이 비록 과거에 비해 줄어들긴 했지만, 뉴스위크지 가 이번에 붙인 제목처럼, 몰락하고 있다고 볼 순 없지 않을까요?
(답) 그렇습니다. 뉴스위크지, 기사 제목을 좀 단정적으로 붙이긴 했는데요, 기사의 말미에 가서는 이런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 기독교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줄면서, 기존 기독교 문화가 어떤 식으로든 변할 것은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미국 안에서 기독교 문화가 종말을 맞으리라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는 지적입니다.
19세기 초에 미국을 방문하고, 미국에 대한 예리한 분석을 낸 알렉산더 토크빌은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미국 사람들의 종교적인 성향이 자신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고 썼습니다. 하지만 그는 미국에는 이런 종교적인 믿음을 의심하고, 이에 의문을 던지는 경향도 강하다고 지적했는데요? 이런 토크빌의 지적처럼, 미국은 현재에도 종교적인 심성과 비종교적인 심성이 충돌하면서, 완전히 종교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완전히 세속적이지도 않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먼 장래에 미국의 종교 문화, 어떻게 바뀔 지 무척 궁금해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