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연구모임이 최근 북한 통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북한을 연구하는 전문가들과 정책 입안자들 사이에서 북한에 대한 정확한 통계 부족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나온 것입니다. 서지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기존의 통계는 대부분 실제로 사용하기 힘든 것들이며, 기초 통계자료 확립을 위한 북한 당국의 전향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미국 워싱턴의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 내 북한경제 연구모임은 지난 해 4월부터 북한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구하기 힘들다는 문제 의식을 갖고 총 2백21가지 통계 자료를 분석해 북한 관련 통계 현황을 분석했습니다.
연구를 주도한 마루모토 미카 연구원은 2백여 개 분석 대상 통계 가운데 3분의 2가 북한 관련 통계를 담고 있었지만 이 가운데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통계는 극히 제한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새로운 정보를 담고 있는 정도나 이해도, 통계가 작성된 시점, 접근도 등을 기준으로 볼 때 사용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는 지적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각국이 집계한 2백21가지 통계 가운데 북한 통계가 아예 명시되지 않은 자료가 5%에 달했으며, 18%는 한글로만 돼 있어 영어 사용자들은 사용할 수 없는 자료였습니다. 북한에 대한 통계 자료가 포함돼 있더라도 출처가 명시되고 10년 간의 순차적 자료가 담겨 있는 경우는 56%에 불과했으며, 부분적인 자료도 40%에 그쳤습니다.
마루모토 연구원은 북한 관련 통계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결론은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북한과 관련한 사회, 경제 정책 입안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예컨대 북한에 대한 모든 인구 관련 통계의 경우 북한의 인구 조사가 지난 1993년 시행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통계는 모두 부정확하다고, 보고서는 분석했습니다. 인구는 1인당 경제 총생산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회, 경제적 지표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통계인데, 이 기본 통계가 부정확해 다른 통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보고서는 유엔인구기금, UNFPA 가 올해 말 발표할 인구 총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북한에 대한 관련 통계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수요, 공급에 대한 정보 차이도 커 미시경제 관련 통계도 대부분 부정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장가격과 공급물량, 생산량 등의 자료를 얻기 힘들기 때문에 경제 관련 통계가 제대로 나올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마루모토 연구원은 북한 통계의 문제는 비단 기초 단계 통계의 부족뿐 만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어떤 통계 자료를 선택해 어떻게 분석하느냐, 여러 통계 자료의 차이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라는 것입니다. 북한에 대한 통계를 분석하는 주체에 따라 분석의 목적과 사용처가 다르기 때문에 통계를 사용하는 데 좀 더 세심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마루모토 연구원은 통계를 도출한 방법에 따라 단일 용처에만 적용될 수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북한의 국민총소득, GNI 관련 통계는 다른 나라가 아니라 한국과만 단순 비교할 수 있는 것이며, 미 중앙정보국, CIA의 북한 관련 통계 역시 여러 차례 적용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는데도 북한에 대한 여러 3차 통계에는 CIA의 통계가 그대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마루모토 연구원은 북한에 대한 통계는 역 피라미드 구조를 띈다고 설명했습니다.
마루모토 연구원은 역 피라미드의 첫 단계에서 북한 당국이 직접 발표해 얻을 수 있는 자료는 매우 제한적이며, 두 번째 단계에서는 연구원들과 각 기관이 애를 써서 이 제한적인 자료를 분석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분석하고, 세 번째 단계에서는 첫 번째와 두 번째 단계에서 얻은 정보와 간접적으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비교적 부정확한 여러 통계를 양산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마루모토 연구원은 따라서 첫 번째나 두 번째 단계에서 실수가 있었다면 세 번째 단계에서 얻는 통계는 잘못된 것이 많기 때문에 정정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마루모토 연구원은 북한 당국은 해외의 통계 전문가를 북한으로 초청해 북한에 대한 여러 분야의 정확한 기초 통계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스스로의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북한의 경제 발전과 재정 상황에 대한 기초 자료가 축적돼 앞으로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북한 당국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정확한 통계 자료 구축의 핵심이라고, 마루모토 연구원은 설명했습니다. 마루모토 연구원은 북한 당국은 자신들에 대한 정확한 기초 통계 자료 없이는 어떠한 해외자본도 북한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