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평양에서 열렸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 회동 내용 일부가 공개됐습니다. 한국 정부가 미국 측으로부터 통보 받은 내용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은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하며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결과에 대한 내용을 통보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12일 "미국으로부터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보고에 따르면 북한의 태도가 특별히 달라졌거나 변화됐다고 볼 만한 내용이 없었다"며 "북한이 기존에 해왔던 주장을 되풀이한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4일 3시간 넘게 이어진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고 미-북 수교를 포함한 관계 정상화에 나서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보고한 내용에는 김 위원장이 미-북 정상회담을 직접 희망했다는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6자회담 관련국들에게 통보한 내용에는 북 핵 문제와 관계 정상화, 김정일 국방위원장 건강, 북한 급변사태 가능성 등 핵심 현안을 중심으로 김 위원장의 발언 내용과 심층분석 자료가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 "미국 정부가 이를 개인적인 차원의 인도주의적 방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이번 방북이 북 핵 국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미국의 대북정책이 단기간에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현재 취하고 있는 '국제공조를 통한 대북 제재'의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런 가운데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12일 제주도에서 열린 '제주 평화포럼'에 참석해 "국제사회의 광범위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며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 장관은 또 "시간이 더 이상 북한 편이 아닌 만큼 북한은 조속히 6자 회담에 복귀해야 한다"며 "대화의 문은 열려 있으며 한국 정부는 관련국들과 함께 북 핵 문제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포럼에 참석한 한승수 국무총리도 "북 핵 문제는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에 가장 큰 위협요인"이라며 "국제사회의 일치된 노력으로 북 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 총리는 "북 핵 문제는 6자회담 당사국들의 노력을 통해 해결해야 하며 북한도 핵무기를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질서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클린턴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 회동에서 논의된 북 핵 문제와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확보하는 대로 6자회담 재개 등 북 핵 문제와 남북관계 방향 등에 대한 정부 방침을 설정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 "기본적으로 북한이 어떤 태도와 입장을 취할 것인지에 달려있다"며 "기존의 대북정책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