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사무소, 7일부터 정상운행

한국 내 대북 사업자들의 창구역할을 해왔던 남북경협 협의사무소가 오는 7일부터 정상 운영됩니다. 북한의 이른바 12.1조치로 사무소를 폐쇄한 이후 약 9개월만인데요. 자세한 소식을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통일부는 북한의 이른바 12.1 조치로 폐쇄됐던 남북경협 협의사무소를 오는 7일부터 정상운영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습니다. 통일부 천해성 대변인입니다.

"(남과 북은) 지난 해 12월 1일 북한이 일방적으로 폐쇄한 개성 남북경제협력 협의사무소를 9월 7부터 정상운영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남북은 어제 9월 3일 양측 사무소에서 근무할 근무자 명단을 교환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측에서는 유종열 소장을 비롯한 정부 당국자와 민간기구 인사 13명이, 북측은 량기건 소장 등 6명이 개성 내 경협사무소에서 근무하게 된다고 천 대변인은 설명했습니다.

경협사무소는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간 경협 사업을 상시적으로 협의하기 위해 지난 2005년 10월 개성에 문을 연 남북 당국 차원의 첫 상설기구입니다. 경협사무소를 통해 대북 사업자들은 남북 교역과 투자 정보를 얻고 남북한 당국은 경협 문제를 수시로 협의해왔습니다.

북한은 지난 해 3월 말 '북 핵 문제 해결 없이는 개성공단 확대가 어렵다'는 김하중 당시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경협사무소에 근무하던 남측 인원들을 추방했었습니다. 이어 지난해 말 12.1 조치를 통해 사무소를 완전히 폐쇄했습니다.

경협사무소가 다시 문을 열게 됨에 따라 그동안 문건 전달이나 기술협의 등 사업에 불편을 겪었던 대북 사업자들이 시름을 덜게 됐습니다.

평양에서 섬유공장을 운영하는 한 업체 대표는 "사무소가 없어 그동안 중국 단둥에 있는 북한 무역대표부를 통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앞으론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경협사무소가 있을 땐 개성 연락사무소에서 만나 샘플을 주고받았는데 폐쇄가 되면서 샘플을 들고 단둥까지 가서 북측으로 보내곤 했습니다. 북측 관계자들도 개성에선 신청하면 2,3일 내로 만날 수 있었는데 단둥에선 비행기 타고 심양으로 가서 택시 타고 3시간이 걸려 단둥으로 가야 하는 등 비용도 많이 들었습니다. 이젠 잘 될 걸로 기대합니다."

북한이 남측 당국자들이 상주하는 경협사무소를 9개월 만에 다시 열기로 한 것은 한국 정부와의 대화 의지를 밝혔다기 보단 대북 사업자들의 불편을 없애 경제적 수입을 얻기 위한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경협사무소가 남북한 당국자들이 함께 근무하는 곳이긴 하지만 민간교역을 협의해온 창구라는 점에서 당국 간 대화를 위해 북한이 다시 열었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기은경제연구소 조봉현 박사는 "사무소가 폐쇄되면서 북한 내륙지역에 진출한 경협사업이 타격을 받자 북한도 어려움이 커졌을 것"이라며 "사무소가 열리면 북한은 남한 당국과 민간 차원의 경협 사업을 본격적으로 협의하려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경협사무소가 철수되고 남북 간에 경색되면서 내륙진출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자 북한 입장에선 굉장히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여기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꽤 많았거든요. 근데 그 자체가 잘 안되다 보니까 수입이 줄어드는 거고, 내륙에 들어간 남측 기업들 마저 철수하게 되면 북한 입장에선 경제적으로 타격이 있으니까 경협사무소 만큼은 다시 살린 것이다..."

한편 한국 정부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는 내용 등을 담은 편지를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보낸 것과 관련, 남북 간 진행 중인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예정대로 차질 없이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천해성 대변인은 이어 "민간단체나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 대북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엔 변화가 없다"며 "유연한 접근을 통해 핵 문제를 해결하고 남북관계 발전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