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우라늄 의혹 관련 논란 종지부

북한은 지난 4일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우라늄 농축 시험이 성공해 막바지 단계에 들어갔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발표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 의혹을 둘러싼 지금까지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 2002년 10월이었습니다. 당시 미 국무부의 제임스 켈리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조지 부시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뒤, 북한이 비밀 고농축 우라늄 계획을 갖고 있음을 시인했다고 밝힌 것입니다.

켈리 전 차관보는 지난 6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당시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활동과 관련해 중대한 정보를 입수했었다고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켈리 전 차관보는 미국의 주장이 과장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확한 사실을 잘 몰라서 그런 것이라며, 미국이 입수한 북한의 우라늄 관련 정보를 방치했다면 북한은 원심분리기를 가동해 핵 개발에 나섰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자체를 강력하게 부인했고, 영변 핵 시설 봉인과 감시 카메라 철거, 국제원자력기구 IAEA 사찰단 추방, 핵확산금지조약 NPT 탈퇴 등으로 맞서면서 2차 북 핵 위기를 촉발시켰습니다.

북한이 완강하게 부인하는 가운데 더 이상의 구체적인 증거가 잡히지 않았고, 이에 따라 미국의 주장이 과장됐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의 당국자들이 잇따라 정보 당국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한 2007년 2월이었습니다.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한 학술토론회에 참석해,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했는지 확실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미 국방정보국 북한 담당관은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사용될 수 있는 물질을 획득했다는 데에는 강한 확신이 있지만, 실제로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중간 정도의 확신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중간 정도의 확신이란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수준으로 풀이됐습니다.

유엔 사찰관 출신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도 미국 측 정보에 결함이 있다고 지속적으로 지적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최근에도 그 같은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북한이 수 십 개의 원심분리기가 관련된 소규모 연구계획을 시도하려 했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지만, 그 같은 노력이 대규모로 이뤄졌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북 핵 6자회담에서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과 관련해 북한 측을 계속 압박했지만, 언제부터인가 북한의 우라늄 농축과 관련된 북한의 의혹을 나타내던 고농축 우라늄 HEU 대신에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HEU는 말 그대로 핵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고농축 우라늄을 의미하지만, UEP는 고농축 우라늄의 가능성과 함께 연구용 저농축 우라늄의 가능성을 모두 내포하는 말로, 6자회담이 진전되고 힐 차관보를 비롯한 협상파가 힘을 얻으면서 이처럼 바뀐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초에도 물러나는 부시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들이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북한의 핵무기 개발 문제를 다시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정보기관 내에는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의 정확한 범위에 관해 논란이 일고 있다며, 부시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주장에 의문을 나타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지난 6월 우라늄 농축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지난 4일, 우라늄 농축 시험이 성공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고 주장했습니다. 지금까지 존재를 부인했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보유를 스스로 인정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신뢰성에 다시 한번 의문이 제기되면서, 그동안 논란이 됐던 북한의 우라늄 농축 의혹에 대한 논란이 종식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 ‘해병대 지휘참모대학’의 브루스 벡톨 교수는 북한이 불과 석 달 만에 우라늄 농축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고농축 우라늄 계획을 갖고 있었음을 분명하게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술적으로 몇 개월 만에 우라늄 농축 작업을 마무리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며, 이는 결국 북한이 이미 오래 전부터 우라늄 농축 작업을 해 온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 소재 ‘몬트레이 비확산연구소’의 신성택 박사는 북한이 이처럼 오랫동안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은폐할 수 있었던 것은 우라늄 농축의 은닉성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농축 우라늄은 큰 건물의 한 귀퉁이만 사용해도 되고, 특히 지하에 넣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고,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알아낼 수가 없어요, 미국이.”

그러나, 워싱턴 소재 과학국제안보연구소의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 측의 최근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활동이 그동안 중단됐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북한의 최근 주장은 단지 북한이 다시 우라늄 농축에 착수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