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양자회담 탄력 받을 듯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전화로 연결해 보다 자세한 소식을 알아보겠습니다.

문) 먼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회담 발언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전해주시죠.

답) 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점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원 총리는 “북한이 한반도의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고 있고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의 틀 안에서 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실현하겠다는 입장을 높이 평가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원 총리는 앞서 어제(5일) 저녁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열린 북-중 수교 60주년 기념 ‘북-중 우호의 해’ 폐막식 연설에서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이제 새로운 기점에 섰다”며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두 나라의 관계는 끊임없이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이번 김 위원장의 발언은 전제조건을 달았기 때문에 6자회담 복귀 약속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답) 네, 그렇습니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의 양자 협상의 결과에 따라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 복귀를 진행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이를 6자회담 복귀를 확약한 것은 아니라는 게 한국 정부의 해석입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로선 이렇다 저렇다 얘기할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일단 오는 10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 등을 통해 중국 측 설명을 토대로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전문가들도 중국이 대대적인 대북 경제협력 약속을 했지만 이를 통해 6자회담 복귀를 북한으로부터 약속 받은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문) 그렇다면 중국은 왜 이번에 북한에 대규모 경제협력을 약속한 것일까요?

답) 네, 이에 대해 한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중국이 6자회담 복귀 약속을 얻기 위해서라기보다 북한의 전략적 가치, 그리고 북한의 급작스런 붕괴가 가져올 부담 등을 고려한 행동으로 보고 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입니다.

“중국의 대북 지원 재개는 북한의 비핵화도 중요지만 더 중요한 것은 북한의 붕괴를 원치 않기 때문에, 이 선상에서 지원 재개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따라서 북한은 이번 원 총리 방북을 통해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언급하는 수준에서 중국의 위신을 세워주면서 북-중 관계의 회복을 과시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문) 이번 중국의 대북 경제협력과 지원 약속이 현재 진행 중인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까요?

답) 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오늘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주관한 행사에 참석해 이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경제협력 약속의 내용이나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 위반 여부에 대해 중국의 설명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정부 고위당국자도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이기 때문에 제재에 반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어느 나라든지 북 핵 문제에 영향을 주는 움직임에 대해선 안보리 결의에 저촉되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문) 어쨌든 그동안 ‘6자회담은 끝났다’고까지 말했던 북한이 태도 변화를 보인 건데요, 이것이 미국과의 양자대화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나요?

답) 네, 대부분 관측통들은 김 위원장의 발언이 미-북 양자 협상에 탄력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북한이나 양자 협상을 원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번 김 위원장의 발언이 미국으로 하여금 양자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는 명분을 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미국이 그동안 6자회담 참가국들을 상대로 양자 협상을 위한 사전조율을 거의 마친 상태라는 점도 양자 협상이 머지 않았다는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세종연구소 홍현익 박사입니다.

“미국도 중국이나 한국이나 일본의 눈치를 이제 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북-미 양자회담에 임할 수 있는 상황이고, 북한은 외교적인 노력을 통해서 북-미 양자회담이 열릴 수 있는 터전을 닦았기 때문에 단지 여기서 걸림돌이 된다면 한국 정부의 어떤 미국에 대한 바람을 100% 미국이 못 들어준다는 것 정도를 제외하고는 북-미 양자회담이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은 다 조성이 된 걸로 보입니다.”

문) 미국과 북한 간 양자대화가 북한을 6자회담 복귀로 이끄는 역할을 할지에 대해선 어떤 전망들이 나오고 있습니까?

답) 네, 전문가들은 미국과 북한이 양자 협상의 목표를 서로 다르게 설정하고 있는 가운데 두 나라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양자 협상에서 노리는 두 나라의 목표가 다르지만 일정 수준에서의 합의를 통해 6자회담으로 진전될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미국은 양자 접촉의 목표를 6자회담 복귀에 두고 있고, 북한은 6자회담 복귀보다도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포기를 읽을 수 있는 하나의 의지, 이런 것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실제적인 이행과 관계없고, 말 대 말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것은 쉽게 갈 수도 있다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해제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울 경우 이미 6자회담 복귀만으로 제재를 풀지 않겠다고 못박았던 미국 측과의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외교안보연구원 윤덕민 교수입니다.

“유엔 결의 1874호에 입각한 대북 제제의 틀을 깨고 싶어하겠죠, 그래서 그것을 6자회담에 하나의 카드로서, 6자회담의 카드로서 활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그 점은 미국도 제가 보기에는 과거의 경험도 있고 하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패턴의 반복을 하지는 절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양자 협상의 자리에서 북한을 6자회담으로 유인하기 위해 미국이 포괄적 협상안을 의제로 꺼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최근 제안한 그랜드 바겐 방안 등 관련국들과의 조율 문제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의제로 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