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 주, ‘남부연합 역사의 달’ 둘러싼 논란

미국 동부 버지니아 주의 남북전쟁 당시 역사를 기념하는 ‘남부연합 역사의 달(Confederate History Month)’ 이 8년 만에 부활됐습니다. 그런데 이를 공식 선언하는 선언문에 남부연합과 남북전쟁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노예제도에 대한 언급이 없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요,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문) 먼저 버지니아 주가 선언한 ‘남부연합 역사의 달’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해주시죠?

답) ‘남부연합 역사의 달’을 말씀 드리기 전에 간단하게 남북전쟁에 대해서 말씀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남북전쟁은 노예해방을 주장하는 북부 주와 이를 반대하는 남부 주들 간에 벌어진 전쟁입니다. 남북전쟁 당시 버지니아 주는 노예해방을 적극 반대하면서 남부연합군의 선봉에 섰었는데요, ‘남부연합 역사의 달’은 이 같은 버지니아 주의 역사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것입니다.

문) 버지니아 주가 이런 역사를 기념한 게 언제부터인가요?

답) 지난 1997년 공화당 소속 조지 알렌 주지사 때부터입니다. 이어 후임인 역시 공화당 소속 제임스 길모어 주지사도 그 전통을 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민주당 소속 마크 워너 주지사와 팀 케인 주지사가 재임했던 8년 동안은 이 같은 행사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민주당 측 주지사들은 ‘남부연합 역사의 달’과 같은 행사가 버지니아 주에서 인종차별의 논란을 일으킬 우려가 크고, 또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버지니아 주의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행사를 거부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다시 공화당 소속으로 당선된 밥 맥도넬 주지사가 남부연합의 달을 다시 부활시켰습니다. 맥도넬 주지사는 4월 한 달 간을 ‘남부연합 역사의 달’로 선포하고, 올해부터 이를 다시 기념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문) 그런데 맥도넬 주지사가 발표한 선언문이 큰 논란을 일으키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총 7쪽, 3백 68개의 단어로 작성된 맥도넬 주지사의 선언문에는 노예제도에 대한 언급이 일절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버지니아 주 하원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나왔습니다. 이들은 맥도넬 주자시가 ‘남부연합 역사의 달’을 부활하고, 선언문에 노예제를 언급하지 않는 것은 남북전쟁과 그 이후 흑인들에게 잔혹했던 역사의 망령을 되살리는 일이라고 맹렬히 비난했습니다. 실제로 남북전쟁은, 미국을 남북으로 분단시킬 뻔했던 비극적 사태였고, 그 요인이 노예제도를 둘러싼 분쟁이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이라고 이들은 지적했습니다.

맥도넬 주지사의 선거운동을 지원했던 저명한 흑인 인사들 까지도 비난에 가세했는데요, 흑인 연예인 진흥회사인 ‘블랙 엔터테인먼트’의 공동 창업자인 쉴라 존슨은 맥도넬 주지사의 행동은 “버지니아 주의 복잡하고 고통스런 역사적 진실에 민감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했습니다.

문) 맥도넬 주자시는 이런 비판에 대해 어떻게 해명했나요?

답) 네, 맥도넬 주지사는 자신은 현 시점에서 버지니아 주에 가장 중요한 현안들 만을 선언문에 포함하려 했다고 밝혔습니다. 자신이 관심을 갖는 것은 노예 역사가 아니라 남북전쟁사라며, 내년, 2011년 남북전쟁 발발 1백 50주년을 맞아, ‘남부연합 역사의 달’ 을 부활시켜 버지니아 주의 관광 수입을 증진하고 경제개발을 꾀하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문) 하지만 반발이 워낙 컸나 보군요? 맥도넬 주지사가 이번 일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선언문의 내용도 수정했다지요?

답) 네, 그렇습니다. 맥도넬 주지사는 지난 7일 성명을 발표하고 선언문에 노예제도 언급이 없었던 것을 사과했습니다. 맥도넬 주지사는 이번 선언문에 노예제에 대한 언급 등을 포함하지 않은 것은 실수였다며, 이에 실망하고 상심한 버지니아 주민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습니다.

맥도넬 주지사는 또 성명에서 “노예제도는 미국을 분열시키고 신이 주신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인간의 기본권리를 박탈했으며, 남북전쟁을 초래했다”고 밝혔습니다. 노예제도는 또 인간을 소유물로 격하시키는 사악하고 잔인하며 비인간적인 관행으로, 버지니아 주와 미국의 영혼에 오점을 남겼다고 맥도넬 주지사는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선언문에 노예제도에 대한 사과 문구는 넣지 않고, 단순히 노예제도만을 언급하고, 그것이 남북전쟁의 원인이었음을 명시했습니다.

문) 실제로 남북전쟁이 발발했던 1861년 현재 버지니아 주에는 상당히 많은 수의 흑인 노예들이 거주했었지요?

답) 당시 버지니아 주에는 2백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었는데 이 중 4분의1인 50만 명이 흑인 노예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문) 이번 일에 대해 보수 진영의 목소리는 어떻습니까?

답) 네, 맥도넬 주지사를 지지하는 보수 진영의 목소리도 없지 않습니다. 이들은 ‘남부연합 역사의 달’ 부활은 버지니아 주가 남부연합 역사에 대해 매우 타당한 경의를 표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특히 맥도넬 주지사에게 ‘남부연합 역사의 달’ 부활을 요청했던 ‘남부연합군의 후손들’이란 단체는 맥도넬 주지사가 정적들로부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불필요한 비난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네, 지금까지 버지니아 주의 ‘남부연합 역사의 달’ 부활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습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