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농산물 종자와 관련된 특허권 소송 사례 - 2002-08-19

오늘날 전세계 식품공급의 70퍼센트에 해당하는 벼와 콩을 비롯한 각종 농작물 종자의 특허는 천 여건에 달합니다. 많은 농민들이 혁신적으로 개발된 특허 농작물 종자를 재배함으로써 혜택을 얻는 반면 일부에서는 종자 특허가 농민들이 재배한 농작물 종자를 따로 간직했다가 로얄티를 지불하지 않고 다시 재배해 오던 전통적인 농사관행에 대한 타격이 된다는 이유로 종자 특허제를 반대하고 있고 그와 관련한 법적 소송이 제기 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농작물 종자의 특허가 허용된 것은 20년도 채 안됩니다. 농작물 종자 특허 가운데 30퍼센트가 여섯 개 대형 농화학 회사들의 소유로 돼 있습니다. 따라서 농작물 종자 특허권을 둘러싼 법적 소송은 대부분 대형 종자 공급회사와 소규모 농가들 사이에 벌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서부 농업지대에서 소규모 농가들 사이에 종자 특허에 관한 법적 소송이 벌어져 농민들 사이에 큰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 서부 콜로라도주의 델타라는 작은 농촌 지역의 래리 프록터 농민은 주로 재래종 얼룩배기 강남콩을 재배해 오면서 이 콩보다 이윤이 높은 콩 종자를 개발하려고 늘 생각해 오다가 1990년에 멕시코 시장에서 어떤 종류의 얼룩배기 강남콩을 발견하고 이 콩을 사다가 자신의 농장에서 재배했습니다.

이 얼룩배기 강남콩을 재배한 결과 밝은 색의 노랑콩이 수확되자 프록터 농민은 자신이 새로운 품종의 콩을 개발하게 됐다는 생각에서 이 콩 종자의 특허권을 신청해 1998년에 특허권을 인정받았습니다. 프록터 농민은 특허를 받은 자신의 노랑콩 종자의 이름을 아내의 중간 이름인 “에놀라”라고 붙였습니다. 프록터 농민의 에놀라 콩은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있어 재래종 노랑 콩에 두 배의 가격으로 팔려 높은 이윤을 올릴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다른 농민들이 종자 특허권자인 프록터 농민에게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은채 에놀라 콩을 재배해 시장에 출하하자 콜로라도주 루선에서 콩 가공 회사를 경영하는 봅 브루너 씨와 다른 농민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브루너 씨는 프록터 농민이 특허권을 주장하는 노랑콩은 자신이 멕시코에서 농민들로부터 직접 구입한 것으로 에놀라 콩이 아니라 마요코바 라는 콩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나 프록터씨는 미국 농민들과 수입업자들이 자신의 에놀라 콩을 몰래 재배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브루너 씨는 이를 부인할 뿐만 아니라 일부의 사람들은 에놀라 콩 특허는 오히려 멕시코 특허재산을 훔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종자 특허권 소송에 대해 농작물 종자의 상업적 특허가 전세계 식량공급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는 노력을 펼치는 캐나다 민간단체인 “에트세트라” 그룹의 호프 쉔즈 이사는 에놀라 콩 특허권 침해 소송은 이른바 생물 재산권에 대한 해적행위의 교과서적인 사례로서 농작물 종자의 독점적 특허가 식량안보와 농민의 생계에 위협이 될 수 있음을 대단히 명백히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 했습니다.

호프 쉔즈 이사는 에놀라 콩의 특허권이 애당초 인정되지 말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남미 콜롬비아, 칼리에 있는 국제열대농업연구소가 오래전에 종자은행에 등록해 놓은 260종의 노랑콩 종자들 가운데는 에놀라 콩과 똑같은 것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생물형태 즉 식물과 동물, 유전자, 인간의 유전자 자원등의 특허는 중단되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생물형태의 물질에 관한 이른바 지적재산권 침해 사례는 갈수록 많이 늘어 나게 될 것이라고 호프 쉔즈 이사는 경고합니다.

에놀라 콩의 경우와 유사한 종자 특허권 침해소송은 미국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문제가 됨에 따라 세계무역기구도 생물형태의 물질에 대한 특허권의 제도적 규정을 재검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