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신문’의 편집위원인 고미 요지 기자가 18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과 7년간 주고받은 전자우편과 인터뷰를 담은 저서 ‘아버지 김정일과 나’를 출간했습니다.
고미 기자는 지난 2004년 베이징공항에서 우연히 김정남과 만난 게 인연이 돼 이후 네 차례에 걸쳐 그를 인터뷰하고, 150여통의 전자우편을 주고받았습니다.
김정남은 이 책에서 북한 정세와 후계체제, 개혁개방 등에 대한 견해를 밝혔습니다.
특히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 과거 봉건왕조 시기를 제외하고는 전례가 없는 일로, 사회주의와도 맞지 않으며, 세계적인 비웃음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김정남은 그러면서 아버지인 김정일 위원장도 당초 3대 세습에 부정적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이 이른바 '백두의 혈통'으로 불리는 김일성 주석의 혈통만 믿고 따르는 데 익숙해져 있어 김 씨 혈통이 아닌 다른 후계자가 등장하면 시끄러운 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3대 세습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정남은 이어 이복동생인 김정은이 이끄는 북한 체제가 성공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고미 기자는 저서에서 “김정남은 김정은이 북한을 통치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며 “김정은이 너무 어리고 정치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도자로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정남은 또 기존 엘리트들이 북한을 주도하게 될 것이며 김정은은 단지 상징적인 존재에 불과하다고 여기고 있다”고 고미 기자는 전했습니다.
김정남은 이밖에 지난 2010년11월 북한의 한국 연평도 공격을 비판하면서 북한이 또다시 유사한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남은 또 북한의 연평도 공격 사실을 알게 된 후 “전세계가 동생을 나쁘게 보는 것이 마음 아팠다”며 동생이 ‘동족과 민간인에게 포격을 가해 악명 높은 지도자로 묘사되지 않길 바란다는 것을 동생을 보좌하는 사람들에게 꼭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정남은 그러나 북한이 언제 어디서든 연평도와 유사한 공격을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은 공격을 받아도 전쟁이 확대되는 걸 막기 위해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며, 북한은 한국의 이런 약점을 잘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김정남은 책 곳곳에서 북한의 개혁개방 필요성을 여러 차례 주장했습니다.
김정남은 자신이 후계자에서 밀려난 것도 개혁개방의 필요성을 주장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아버지 김정일은 자신이 스위스 등 해외여행을 많이 하면서 자본주의 사회에 물들었다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김정남은 이어 북한 발전을 위해서는 다른 대안이 없는데도 북한이 개혁개방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후계자가 된 동생 김정은이 개혁개방에 부정적이라면 과연 앞으로 어떻게 북한을 발전시킬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핵 문제와 관련해 김정남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국력은 핵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의 대립 상황에서 이를 포기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김정남은 또 핵 보유국이 외부에서의 압력으로 핵을 포기한 전례가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북한처럼 지정학적으로 민감한 지역에서 생존 위기를 느끼고 있는 나라가 핵을 포기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유미정입니다.
지난 달 사망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이 일본의 한 신문기자와 주고받은 전자우편과 인터뷰 내용이 책으로 출간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김정남은 이 책에서 북한의 3대 세습을 강하게 비판하고 북한의 개혁개방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