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탈북자들은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소식에 놀라움과 함께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오늘 휴식합니다. 너무 좋아서 어제 밤에 한 잠도 못 잤어요.” “사람이 죽으면 원래 슬퍼해야 하는데 모두 축하한다고 하니까 사람이 참 잘 살아야겠습니다. 살아 생전에.”
미 남부에 거주하는 탈북자 피터 정 씨의 손전화기는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지 하루가 지났지만 쉴새 없이 벨이 울립니다.
“여보세요. 어 너한테도 전화왔구나. 어 우리 다 들었다. 어제 들었어. 어제 저녁에 한 10시 때 컴퓨터에 떴드라. 너무나도 감사해서 걱정도 되구.”
미국에 난민 지위를 받아1백 번째로 입국한 탈북자 안드레 조 씨는 독재자의 죽음으로 변화에 대한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깜짝 놀랐죠. 감정이 좀 표현할 수 없는 야릇한 감정이죠. 그 체제가 완전히 바뀌는 건 아니겠지만 어쨌든 한 독재자의 운명이 끝남으로서 그 체제에 대한 변화를 사람들이 많이 기대할 것 같아요.”
러시아 벌목공 출신인 안드레 조 씨는 특히 열악한 벌목소를 탈출해 러시아를 떠도는 수많은 동료들에게도 독재자의 죽음은 희소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북한을 위해 기도하고 독재가 하루빨리 끝나고 신앙의 자유가 보장되고 그 땅에 빨리 평화가 이뤄지길 얼마나 고대했습니까? 지금 해외에 나와있는 노동자들이 임업 노동자도 그렇구. 김정일이 죽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그 사람 죽으면 (조국으로) 돌아간다는 거예요. 집으로.”
탈북자들은 김 위원장의 사망을 바라보는 북한 주민들의 속내가 지난 1994년 김일성 전 주석의 사망 때와 크게 다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 북동부에 거주하는 리바울 씨는 지금의 북한 주민은 17년 전의 우물안 개구리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김정일이 죽었을 때 충격은 좀 괜찮을 겁니다. 근데 김일성이 죽었을 때는 외부보다 내부가 충격이 더 컸죠. 많이 신뢰를 했고 아예 신적인 존재였으니까. 그러나 김정일은 무자비했고. 북한 사람들이 이젠 정부에 대해 신적인 순종? 이런 감정은 거의 없어졌다고 볼 수 있죠.”
일부 탈북자들은 그러나 김 위원장의 사망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고 말합니다. 미 동부에 사는 캐서린 씨는12일의 애도기간 내내 매서운 추위 속에 매일 억지 눈물을 흘리러 가야 하는 북한 주민들이 가엾다고 말했습니다.
“야 김일성이 사망했을 때 애도모임 하냐고 사람들이 너무 더워서 쓰러지고 넘어지고 그랬는데 이게 또 김정일이 죽었으니까 날씨가 너무 추우니까 사람들이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데 그 추운데 강당에 가서 또 울 일을 생각하니까 난 그게 너무 가슴 아픈 거예요. 차라리 3월이나 4월 달에 죽었으면 더 좋지 않았겠나.”
탈북자들은 김정일의 사망으로 북한사회가 당장 급변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면서, 정치가 더 복잡해져서 북한 주민들이 중간에서 더 큰 고통을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내 탈북자들은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서로 전화를 주고 받으며 북한의 변화를 기대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