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9주년 미국, 단결보다 갈등의 골 깊어져

미국 뉴욕과 워싱턴 등에 대한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테러 공격으로 3천 여명이 사망한 9.11 사태가 내일 (11일)로 발생 9주년을 맞습니다. 그런데, 9.11 사태 9주년을 맞는 미국 사회는 현재 정치적, 종교적으로 크게 분열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11일이 9.11 테러 발생 9주년인데요, 9년 전 발생했던 9.11 테러 공격,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만, 다시 한번 설명해 주실까요?

답) 네, 9.11 테러는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알카에다 소속원 4명이 4대의 민간 항공기를 납치해 공격한 사건입니다. 이 중 2대는 뉴욕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 건물에 충돌해 건물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고 수많은 사람이 희생됐습니다. 또 다른 비행기 1대는 워싱턴의 미 국방부 건물인 펜타곤에 충돌했고, 나머지 1대는 승객들이 납치범들과 몸싸움을 벌이면서 펜실베이니아주 생크스빌에 추락했습니다. 당시 공격으로 3천여 명이 사망했습니다.

문) 그 동안 9.11 기념일은 미국의 단결을 다시 한번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해마다 9.11 기념일은 당파를 초월해 모든 미국인이 그 날의 아픔을 되새기면서 단결을 다짐하는 엄숙한 날로 지켜져 왔습니다.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은 2001년 가을 9.11 희생자 추모 기도회에서 “국가 단결의 따뜻한 용기(The Warm Courage of National Unity)”라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했는데요, 당시 미국인들의 정서를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9.11 사태의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었지만, 미국인들은 안보 문제에 관해 모두 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부시 대통령과 루돌프 줄리아니 당시 뉴욕시장 등은 9.11은 미국과 이슬람의 전쟁이 아니라 문명사회와 미개사회와의 대결이라며, 이슬람에 대한 차별과 공격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문) 그런데 9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종교적, 정치적으로 크게 분열돼 있다는 것인데, 어떤 얘기입니까?

답) 네, 정치와 종교 지도자들은 ‘종교의 자유’ 그리고 ‘화해와 단결’을 애써 강조하고 있지만, 이슬람에 대한 미국민들의 높은 반감은 최근 여러 사례를 통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슬람 사원에 강도가 침입하는가 하면, 이슬람 택시 운전사가 칼에 찔리는데 이어 급기야 이슬람의 경전인 코란을 불태우겠다는 단체까지 등장했습니다.

플로리다주 게인스빌의 '도브 월드 아웃리치'라는 작은 교회의 테리 존스 목사는 “이슬람은 악”이라며 9.11 9주년 기념일에 코란을 불태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엄청난 파문을 빚고 있습니다. 그동안 줄곧 이슬람 반대 운동을 펼쳐온 존스 목사는 이슬람의 위험성을 각성시키기 위해 이 같은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문) 이에 앞서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져 내린 '그라운드 제로' 부근에 이슬람교 사원 건립 계획이 알려지면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지 않습니까?

답)네, 맞습니다. 9.11 테러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에서 불과 두 블록 떨어진 지점에 이슬람교 사원을 건립하려는 계획이 승인되자 격렬한 반대가 나타났습니다. 이슬람 지도자들은 계획 중인 이슬람 커뮤니티센터가 종교 간 ‘화해’의 상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반대론자들은 테러 피해 장소에 이슬람교 사원을 짓는 것은 희생자들과 유족들의 슬픔과 고통을 무시하는 잔인한 처사라고 비난했습니다.

문) 정치권에서는 어떤 반응들이 나오고 있습니까?

답) 9.11 테러 직후 미국의 정치인들은 민주당과 공화당이라는 당파를 초월해 미국인으로서 하나로 뭉쳤었습니다. 하지만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지금, 뉴욕의 이슬람교 사원 건립 문제 등은 곧바로 정치적인 공방전으로 비화되는 양상입니다. 맨해튼 개발과 종교적 화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뉴욕의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은 이를 적극 지지했고, 오바마 대통령도 미국이 종교적 자유를 지지한다는 헌법적 명분에 입각해 지지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와 뉴트 깅그리치 전 연방 하원의장 등 보수진영 인사들은 그라운드 제로와 같은 상징적인 곳에 이슬람 사원을 건립하도록 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문) 끝으로 9.11 사태 9주년을 맞아 어떤 행사들이 열리는지 소개해 주시죠?

답) 네, 9.11 테러 공격이 이뤄진 곳에서 기념행사들이 열릴 예정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워싱턴의 국방부에서 열리는 추모 행사에 참석하고, 조셉 바이든 부통령은 뉴욕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또 영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와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 여사는 펜실베이니아주 생크스빌에서 열리는 추모행사에서 연설할 예정입니다. 9.11 테러 공격 9주년을 맞아 미국에서 단결보다는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는 소식, 자세히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