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스톤 사건 외압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저 스톤 씨, 윌리엄 바 법무장관.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측근인 로저 스톤 씨의 사법 처리 과정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는데요. 법무장관 사퇴 요구가 나오고, 연방 판사들이 비상 대책 회의를 열면서 뉴스의 중심이 됐습니다. 스톤 씨 사건을 둘러싼 논란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오종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 표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일, 트위터를 통해 법무부의 일 처리에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자신의 측근인 로저 스톤 씨가 최고 9년 형을 구형받았다는 소식을 재전송하면서, “끔찍하고 매우 불공정한 상황”이라고 적었는데요. “진짜 범죄는 반대편에서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같은 사법행정 오용(miscarriage)을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날 법무부는 스톤 씨에 대해 7~9년 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나온 직후, 구형량을 고쳐서 다시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앞서 요청한 형량보다 줄여서 법원이 판단해달라고 했습니다.

“쏟아지는 사법 방해 주장”

이같은 조치 직후, 정치권에서 비판이 고조됐습니다. 야당인 민주당 소속 상ㆍ하원의원들은 일제히 ‘사법 방해(obstruction of justice)’로 규정했는데요.

대통령이 특정 사건 처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보는 겁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대표는 이번 일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요청서를 법무부 감찰관실에 보냈는데요.

[녹취: 척 슈머 상원 민주당 대표] “and the most powerful person in the country….”

슈머 대표는 조사 요청 이유에 대해 “이 나라(미국)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사람(대통령)이, 형사 범죄자에게 이득을 주기 위해, 법을 어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민주당과 공화당 출신을 통틀어, 과거 어느 대통령도 이런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는데요.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즉각 청문회를 실시할 사안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원에서도 조사 요구가 나왔는데요.

민주당 소속 빌 패스크렐 의원은 “미국의 법치주의가 전면적인 공격을 받는 사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과거 민주당 정권에서 법무장관을 지낸 인사도 비판에 동참했습니다.

바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봉직한 에릭 홀더 전 장관은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이 특정 사건 구형에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로써, 잘못되고 극도로 위험한” 행동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법무부 내부의 반발”

법무부 내부의 반발도 이어졌습니다. 법무부가 구형량을 고친 당일, 담당 검사 4명이 항의 표시로 수사팀을 떠났는데요. 이 중 일부는 아예 공직을 사퇴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담당 검사들을 비난했습니다. “(사건 담당) 검사 4명이 누구냐?”고 트위터에 적었는데요. “뮬러(특검)가 남겨둔 사람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뮬러가 벌인 사기”의 결과로 스톤 씨가 기소된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주장했는데요. “불법 수사” 결과에 따라 최고 9년을 구형한 검사들은 “어처구니없는” 조치를 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구형량을 조정해, 이 사건을 제대로 처리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스톤 씨 사건을 심리중인 재판부도 거론했습니다.

“이 판사가, 폴 매너포트를 독방에 넣은 사람이냐”고 이날(11일) 트위터에 적었는데요. 스톤 씨 사건을 맡은 에이미 버먼 잭슨 연방 판사를 가리킨 말입니다.

매너포트 씨도 트럼프 대통령 측근으로서, 지난 대선 당시 공화당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사람인데요. 갖가지 비위 혐의로 자리에서 물러난 뒤, 관련 사건 일부에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법무부 장관 사퇴 요구”

이같은 상황에 대해 급기야, 전직 법무부 당국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섰습니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16일 발표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과 바 법무장관이 공정한 사법 집행을 방해했다”고 적었습니다. 아울러 “대통령의 개인적 요청을 받아 수행하는 바 장관의 행동”을 지적하면서,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연방 검사 출신을 포함한 1천100여 명이 서한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며칠 만에 참가자 수가 2천 명을 넘어섰는데요.

민주당 정부 시절 일했던 사람뿐 아니라, 과거 공화당 정권에서 법무부에 근무했던 인사들도 장관 퇴진 요구에 동참했습니다.

“연방 판사 비상 회의 소집”

연방 판사들도 행동에 나섰습니다.

1천 명 이상이 회원으로 있는 ‘연방판사연합회(FJA)’가 비상 회의 소집을 요구했는데요.

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신시아 루피 판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법무부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개입하는 데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USA투데이에 밝혔습니다.

아울러 “어떤 연방 판사든, 필요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을 확고하게 지지한다”고 강조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트위터를 통해 이 모임을 거론했습니다. “연방판사연합회가 뮬러(특검) 수사에서 벌어진 사기에 관해서 논의하길 바란다”고 밝혔는데요.

19일 진행하려던 회의는 일단 연기됐습니다.

“법무부와 바 장관의 입장”

이같은 상황에 대해, 법무부는 잘못된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 때문에 구형량을 낮춘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는데요.

먼저 정한 구형량이, 스톤 씨의 범행에 비해 “크게 불균형적(disproportionate)이고, 과도한(excessive) 것”으로 판단해, 수정하기로 했다고 법무부 관계자가 언론에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직후에 구형량 감축 요청을 낸 것은, 시간상으로 우연이라고 해명했는데요.

하지만, 불과 하루 만에 법무부가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은 ‘자기 부정’에 불과하고,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주요 언론이 평가했습니다.

이에 대해 바 법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진행중인 사건에 대한 트윗을 자제해주길 바란다고 ABC 인터뷰를 통해 밝혔습니다.

“러시아 추문과 로저 스톤”

[녹취: 러시아 스캔들 뉴스] “U.S. lawmakers continue their probe in the Russian meddling into last year’s presidential election….”

지난 2017년, 관련 소식을 전하는 VOA 뉴스 들으셨는데요.

러시아 추문은 2016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 진영과 러시아 당국이 유착했다는 의혹입니다. 이 사건에 대해 의회에서도 조사를 벌이고,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이 수사에 착수했는데요.

로저 스톤 씨는 주요 수사 대상자 가운데 한 명이었습니다. 그 결과 총 7가지 혐의로 기소됐는데요. 혐의들은 크게 세 갈래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먼저, 사건 관계자들을 회유하려 했다는 ‘매수’ 혐의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업무 방해’ 혐의인데요. 마지막 세 번째 혐의는 수사 당국과 의회에 허위 증언한 ‘위증’입니다.

배심원들은 지난해 11월 15일, 7가지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 평결을 내린 바 있는데요. 담당 재판부는 이를 바탕으로 20일 선고 공판을 열어, 3년 4개월 형을 언도했습니다.

20일 1심 선고 뒤 연방 지방 법원을 떠나는 로저 스톤 씨.

뉴스 속 인물: 로저 스톤

최근 뉴스의 화제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오늘 이 시간 주인공은 앞서 살펴본 논란의 중심인물, 로저 스톤 씨입니다.

스톤 씨는 정치전략가이자 작가입니다. 워싱턴 정치권 주변에서 이익단체나 기업들의 활동을 돕는 ‘로비스트’로 오랫동안 일해왔는데요.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을 바탕으로,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활약했습니다.

1952년생으로, 만 67세인데요.

대학생이던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재선운동본부에 몸담으면서 정치계에 입문했습니다. 그 해 터진 ‘워터게이트 사건(Watergate scandal)’ 관련자로 이름을 올렸는데요. 비자금 100달러 유통에 관여한 혐의였습니다. 불과 19세 때였는데요.

정치학 명문으로 꼽히는 조지 워싱턴 대학교를 다녔지만, 졸업은 못 했습니다.

학교를 떠난 뒤, 공화당의 정치활동에 다양한 방식으로 관여했는데요. 25세 때 청년 공화당원 의장으로 선출됐습니다.

그러다가 1980년대 폴 매너포트 씨와 함께 ‘블랙, 매너포트, 스톤 앤 켈리(Black, Manafort, Stone and Kelly)’라는 회사를 차렸습니다. 정치 자문을 제공하는 회사였지만, 정치권에 대한 로비가 주요 사업 방향이었는데요.

워싱턴 최대 로비회사 중 하나로 성장하면서, 외국으로도 활동 방향을 넓혔습니다. 이때 제3세계 국가들과 러시아 등에서도 고객을 확보했는데요.

1980년대 중반 부동산 개발 사업 등을 확장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 회사의 고객이 됐습니다. 이때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스톤 씨가 친분을 맺으면서, 30년 넘도록 관계가 이어져 왔는데요.

정치 경험이 전혀 없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선 출마를 적극적으로 권유한 사람이 바로 스톤 씨로 알려졌습니다.

스톤 씨는 지난 대선에서 공화당 선거운동본부의 공식 직책을 맡지 않고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주목받았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을 당선시켰지만, 자신은 사법 처리 대상이 되면서 어려운 상황에 처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개입했다는 논란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미국 사회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측근인 로저 스톤 씨 사건을 살펴봤고요. 뉴스 속 인물로, 스톤 씨가 어떤 사람인지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